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압력솥 사용법

in #kr6 years ago (edited)

압력솥 사용법 @jjy

술만 취하면 주사가 심한 남편이 있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 가족들의 마음도 불안을 더 했다. 술에 취한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군대시절 얘기부터
부하들 기합 주던 얘기를 하면서 그 당시 부하들처럼 그대로
시켰다. 구령을 붙이면서 동작이 어떻다고 다시 반복하고 밤을
새우며 들볶았다.

늦은 밤 만취해서 들어온 남편은 주차장에서부터 자신의 귀가를
알리기라도 하려는지 고성방가로도 모자라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
이웃에 사는 사람들은 그녀의 이름은 동네 강아지도 안 다고 할
정도였다.

그 날도 그녀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기척이 없다가
오밤중이 되어 예의 고성방가를 시그널뮤직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리며 나타났다. 여느 날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터인데
그날만은 도저히 참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려운 집 장남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신혼여행도 오빠가
끊어준 티켓으로 갔는데 그날 새벽 시어머니가 응급실이라고 연락을
하는 바람에 새벽어둠에 차를 몰아 시댁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는
게 당연했으나 이미 퇴원을 하셔서 집으로 가시는 중이라고 해서
바로 시댁으로 갔다.

미안해하는 시동생과는 달리 시어머니는 아픈 기색은커녕 빳빳이
푸새를 해서 다린 모시적삼에 머리 손질까지 하고 앉아있었다. 절을
받고 나서 대뜸 함께 살 생각 없으나 나가서 편하게 살라는 말을
하며 대신 생활비와 시동생 학비를 떠넘겼다.

한 직장에서 만나 사내연애를 하면서 깜짝 결혼을 하고 그 당시의
분위기에 밀려 퇴사를 했다. 자기 월급보다 적은 남편에 수입으로
생활을 꾸리면 신혼 초라 입에 풀칠이야 하겠지만 월세방 신세도
면하기 어려울 건 불 보듯 뻔 한 일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친정 걸음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렇게 결혼을
반대하던 친정에 손을 내밀기는 자존심 상했지만 다른 묘안이 없었다.
엄마는 쌈짓돈 오백만원과 오빠를 불러 마련한 오백을 합해 천만 원을
손에 쥐고 올라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잘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세상 물정이라곤 모르는 그녀가 초등학교 앞에 방이 하나 딸린 허름한
문구점을 인수했다. 가게 한쪽에서 떡볶이와 핫도그를 팔면서 가게는
점점 잘 되어 분식집으로 키우게 되었으나 임신 중에 지나치게 무리를
하면 태아에게도 안 좋을 것 같아 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 임대를 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장사가 잘 되면서 아이도 둘이나 연년생으로
낳아 기르고 이제 한 숨 돌리나 싶을 때 시동생 시누이가 결혼을
했다. 물론 결혼자금도 큰 복을 받을 큰 아들 앞으로 고스란히
떠넘기고 부조금은 시어머니가 알뜰히 챙겨갔다.

그래도 워낙 알뜰하게 살아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었고 남편도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한 가지 걱정은 아이들이 아토피가 심해
밤이면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걸 보자니
깨울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우연히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찾은 곳은 맑은 하늘처럼 공기가도
맑아 숨만 쉬어도 온 몸을 씻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아토피는
흙집에 살면 좋아진다고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분양받은 아파트와 가게를 정리하기로 했다.
시골에 밭이 딸린 헌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바로 이사를 결심하고
시댁에 얘기를 하자 예상했던 대답이 왔다. 시어머니 꼴 보기 싫어
한 발이라도 멀리 가는 거라는 말에 남편은 주저했다.

계약한 시골집을 수리하고 아이들 학교도 알아보고 일사천리로
진행을 했다. 그깟 남편은 따라오던지 엄마하고 살던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고 혼자 모든 일을 진행하면서 처음 결혼해서 친정에
돈 구하러 가던 때를 생각하면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아이들도
모든 게 신기하고 학교도 조그맣고 친구들도 참 좋고 급식도 너무
맛있다고 신이 났다.

집을 정리하고 친정식구들을 초대했다. 고생하는 딸 생각에 늘
맘고생 하시던 엄마가 형제들을 다 불러 같이 오셨다. 친정 오빠는
십년 묵은 쳇증이 싹 가시는 것 같다고 좋아하고 엄마는 이제 죽어도
떳떳하게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글썽이셨다.

식사를 하고 집 주변을 돌아보시며 이제 고생 그만큼 했으니 여기서
잘 살라고 하며 기다리던 친정식구들이 돌아 갈 때까지 남편은 오지
않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마당을 거닐며 오랜만에 하늘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별들이 산새 우는 숲으로 가고 달도 구름에 기대 쉬고 있었다.
불빛이 마당을 훑고 차 문 닫는 소리가 요란하다. 현관으로 들어선
남편에게선 술 냄새가 진동했다.

화를 억누르고 국을 덥히고 밥을 차렸다. 남편은 뭔가 트집거리를
찾으면서 그녀를 쏘아본다. 그래도 남편에게 낮에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일찍 왔으면 같이 고기고 구워먹고 보고 싶다고 했는데
늦어서 그냥 떠났다고 하며 다음에는 꼭 보자고 하면서 식탁으로
데리고 갔다.

순간 의자에서 미끄러진 남편이 실없이 식탁 밑으로
고꾸라졌다. 그때까지 참고 있던 분노에 불길이 치솟았다. 그녀는
밥이 들어있는 압력솥으로 식탁 밑에 있는 남편을 후려쳤다.
일어서려면 머리가 부딪치고 의자에 막혀 도망도 못가고 꼼짝없이
그 뭇매를 다 맞았다. 팔에 힘이 빠지고 늘어진 그녀를 피해 남편은
어떻게 방을 찾아들어갔다.

아침에 식탁에 앉은 남편은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면서 억지로
국물만 마시고 나갔다. 그 날 밤도 예외 없이 떡이 되어 들어온
남편은 식탁에 앉으려다 갑자기 멈칫하더니 아내를 한참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때다 싶어 압력솥을 집어 들었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어진다는 남편은 부지런히 밥을 먹더니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세차게 들리고 양치질 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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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한편 잘 읽었습니다.

소설이라고까지 하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

이 사용법 우리집엔 비밀로 해주시길...

이미 공개 했습니다.
차단하는 방법이 났겠지요.

손잡이가 맘에 드네요
울남편 취해도 필름은 안끊키는데
써먹을수 있으려나요 ㅋㅋ

그 정도면 봐드리세요.
살살 달래면서 고쳐야지요.
한 번에는 어렵습니다.

압력밥솥의 몰랐던 또다른 사용법이었습니다~

저는 압력밥솥을 버렸습니다 ㅋㅋ

요즘엔 숨겨진 사용법이 만다고합니다.
저도 아직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참;;;;
충격요법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제 3자 입장에서는 대략난감이군요;;;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으려구요.
일단 남편 술버릇은 고쳤으니 다행입니다.

저도 어서 인터넷 도매업이 잘되서 독립좀 하고 싶네요^^
(살인적인 집값과 전세로 아직은 꿈에서만 ㅠㅠㅠ)

꿈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끝까지 매달려 보세요.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술에는 매질이 진리입니다^^
저도 힘든 시기를보내고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데 말입니다^^

허걱 폭력적인 분인걸 알게 되네요

ㅎㅎ
아닙니다 하하하 ㅋㅋ
이런건 그냥 지나쳐 주세요 ㅋㅋ

저도 어떤 때는 비폭력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그냥 모옵~~~시 쳐라!!!
하고 싶은데^^

가끔 뒤에서 때리고 싶을때 ^^ 있잖아요.. ㅋㅋㅋㅋ
저도 지금은 절대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습니다..
부디 @corn113 님이 아셔야 하는데 ^^
그냥.. 그러고 싶다는것이지.. 절대로 하지는 않아요 ^^

옴마!
압력 밥솥이면 게임 아웃 인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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