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종류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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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대해 이제 고전의 반열에 든 무척 잘 쓴 소설이 있다.

To Kill A Mockingbird 다. 하퍼 리가 1960년에 썼고 동명의 영화가 1962년 북미에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 북미의 많은 중등, 고등 학교에서 여전히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을 정도로 인종차별과 사회상을 잘 담았다.

잠깐, 여기서 mockingbird를 한국에서는 '앵무새’로 번역했는데, 완전 오역이다. mockingbird는 이렇게 생겼다. 미국 남부에 흔한 새로, 작중에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않는 새"라고 설명한다. 즉 소설에서 mockingbird는 선량하며 결백한 존재를 의미한다.


읽어보면, 인종차별 중 가장 무서운 건, 사회 조직이 선량하고 결백한 사람을 죄로 몰고 가는 상황이란 걸 알 수 있다. 또한 그 속에는 거의 모든 차별의 유형이 등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내용과 내 경험을 보면, 북미에서 인종 차별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언어적 차별… 주로 영어를 못 하는 상대를 희롱하거나 낮춰 부르는 말을 한다.
어린애가 어른에게 쌍욕을 해서, 유교적 의식에서 보면 충격이 더 크다. 또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놀라기도 한다.

이들은 상대가 '당신' 이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름 모를 외국인’으로 보고 함부로 대하는 거다. 그러한 행동은 당신이여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욕을 하는 이의 속에 있던 적개심의 분출이다. 그러나 이런 짓 하는 이들 자체가 대게 교육 수준이 낮거나, 정신적으로 유약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 생각해보라. 동네 양아치랑 말 섞어 뭐 하겠는가?

말도 잘 안통하는 동네 양아치랑, 길게 말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을까.


둘째, 신체적 폭력… 이렇게 차별하는 이는 솔직히 바보다. 역시 정신병/마약/알코올 또는 정신적 쓰레기 수준의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한다.

그러나 첫째보다 흔하다고 할 순 없고, 일반적인 사회생활 범위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드물다. 이런 차별이 왜 바보 인가 하면, 대게 민,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인생 망치기 쉽다. 상황을 육하원칙을 기억하거나 동영상을 찍어두면 대게 범인은 1년 이내에 체포돼 법정에 서게 된다. 대응해야 한다. 한 번 통하면 또 통하는 줄 안다.

다만 예로 든 건 캐나다의 경우고, 미국처럼, 총이 등장하는 곳에서는 지그재그로 뛰어서 피신하는 게 최고라던데....


셋째, 교묘한 따돌림… 이제부터 어려운 문제다. 인간 세상에 '따돌림’이란 게 항상 있다. 캐나다 사회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그 따돌림이 과연 '인종’에서 기인했는가를 따지는 건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앞서 언어적 차별이 있다면 정황상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전혀 없이 교묘하게 따돌리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이건 차원이 다른 복잡한 문제가 된다.

아시아계 2세들 사이에 자주 쓰는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이란 표현이 있다. 아시아계가 북미 사회에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면, 그 선에서 천정(뚜껑)을 닫아버려 더 올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을 뱀부 실링이라고 한다. 이 용어를 만들고 문제를 진단한 책이 있다. Jane Hyun의 Breaking the Bamboo Ceiling인데, 북미에 사는 아시아계의 현실적인 고민과 통찰을 담고 있다. 뱀부 실링은 타 인종 집단(주로 백인)이 만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갇혀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섞여있는 가운데, 은근히 따돌려 버리면... 이게 가장 골치아픈 상황이다.


넷째, 조직적인 차별… 혹은 제도적인 차별이 있었다.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서구 사회는 눈에 보이는 조직적인 또는 제도적인 차별을 제거하는 데 노력했다. To Kill A Mockingbird도 이런 조직적인 차별과 싸움을 이야기한다. 21세기의 성취는 제도적/조직적 차별의 제거이기는 한데, 그게 모든 인종차별을 없앴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지인 중에 캐나다 증시에 상장한 CEO가 있다. 상장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나 한다. 피부가 하얀, 영국계 이사 영입을 자꾸 추천받았고, 그 사람 능력이 별로 인 거 같아서 거절하면 상장 심사 중에 갑자기 막히는 경험을 했다는 거다. 결국, 백인 이사 영입을 하지 않고, 상장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회사 CEO가 "그때 그일 참 석연치가 않아"라며 내게 해준 얘기다. 제도적으로는 차별이 없지만, 인적으로 다수는 소수를 향해 위력적인 차별을 할 수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겠다.

21세기에는, 20세기의 노력 덕분에, 최소한 이러한 가시적인 차별은 많이 사라졌다.


노력하면 차별이 완전히 없어질까? 줄어들지만, 차별의 멸종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무리 지어 사는 사회적 영장류를 보면, 그사이에는 항상 차별이 존재한다. 인간은 그중에서도, 같은 종을 미워하는 이유가 가장 많은 종 같다.

물론 우리 머릿속에 두뇌를 좀 더 활용해 차별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또 현명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또한, 차별에 대해 경계하고, 좀 더 남에게 관대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노력해야만, 차별의 발생 빈도를 낮출 수 있다. 자연 상태로 둔다면 사라지지 않는 차별은 참 고약한 녀석이다.


P.s: 사실 To kill A Mockingbird의 후속편, " Go Set A Watchman" 을 보면, 상당한 반전이있다. 개인적으로 반전이라기 보다는, '현실성'을 확연히 추가했다고 본다. 우리는 우리가 사회적으로 정의롭다 믿는 사람의 이면에서도 차별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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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책을 고등학교 때 읽은 것 같은데, 그때는 경험이 일천해서 그랬는지 책 내용에 대해 공감도 잘 안되고 무슨 내용인지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다시 읽어보면 많이 다르겠죠. 후속편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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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읽고 스팀도 벌고... 좋은 아이디어네요.

차별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네요...ㅜㅜ

인류가 먼저 사라지겠지요. :)

요즘은 1,2번보다 3,4번째 차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모여살면서도 구분짓고 싶어하고 우열을 나누고 싶어하는게 인간의 습성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아마도 사는 곳에 따라 정도가 각각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3의 문제가 가장 많습니다.

인간이라는 어쩔수없는 특징 아닐까 합니다 ㅠ-ㅠ

그렇죠. 그래서 본능을 누르는 교육이 필요한 거 겠지요.

편견과 소외를 이야기하는 좋은 책이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와중에 큰 나무둥치에 뭔가 숨겨둔게 기억나네요^^

저도 나무 둥치의 비밀은 기억이 안 나네요.

대학교 1학년때 읽은 책인데 새롭네요 ^^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는군요 중요한 건 자신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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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개인의 대응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죠. 로자 파크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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