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 여인 

_{은꽃 이야기 - 거짓말 같던 순간}

이제는 옛 추억이지.... 그런 세상을 내가 살아왔어요

살아남아야 했다.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보따리 싸매고 피난 길에 올라, 깊은 산 속에 머물 집을 구하게 되었다.
근처 마을에 가서 일을 해주고, 보리쌀 조금씩 받아와서 끼니를 이어갔다.

인민군하고 국군하고 서로 싸울 때는 총소리가 메아리 치듯 멀리서 들려왔다.

깊은 산골에도 가끔씩 군인들이 흘리고 간 물품들이 있곤 했다.
그 가운데는 가끔씩 집안 살림에 요긴하게 쓰이는 것도 있었던 모양이다.

한번은 피난온 집에 있는데, 식구들이 방에서 뭔가를 만져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뭔가 병처럼 생겼고, 손잡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군인들이 흘리곤 간 물건인가보다 했다. 그러려니 하고 화장실에 가려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섰다.

콰앙~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방을 나서 몇 발짝 걷지도 않았는데, 아주 산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닫았다. 한참을 그 안에서 떨고 있었다. 다시 폭탄이 떨어지나 했는데, 다시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가족들에게 물어보려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열고서 마주친 모습은 믿을 수가 없없다.
아빠, 엄마, 언니, 오빠의 형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빠가 입고 있던 옷만 피에 흥건히 젖은채 마당 한편의 옥수수 가지에 걸려있었다. 오빠의 피에 젖은 옷 옆으로 옥수수에 빨간 수염이 늘어져 있었다.

수류탄이었다. 어른들이 호기심에 만졌던 물건은 인민군이 흘리곤 간 수류탄이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면 나도 그 때 죽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한 순간에 나는 혼자가 되었다.

• [jcar 토큰프로젝트- 은꽃 이야기 ] 한 지자체의 경로당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분들의 삶의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91세 어르신의 구술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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