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인공지능#1

in #kr6 years ago (edited)

나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1


내가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는, 당연하게도 게임에서 비롯되었다. 어릴 때 가질 수 없었던 게임 콘솔 SFC로 나온 게임 '원더 프로젝트 J'는 백지 상태의 인공 지능 로봇 피노를 유저가 의도한 대로 행동하도록 AI를 성장 시켜 나가는 내용의 게임이었다. 이를테면, 공을 던지면 칭찬해주고, 그러면 로봇 피노가 '공은 던지는 것'이라고 외우게 된다-는 식이고, 나중에 '공을 던져서' 적을 헤치우거나 하는 식이다. 물론 당시의 처리 능력으로는 일견 AI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이 기획 의도대로 구성된 게임이기는 했다. 그래도 어린 나를 매료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니, 내 인생에 인공지능이라는 소재가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 머리가 인공지능을 다룰 만큼 좋지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그저 관심 분야로 남겨두고 들려오는 소식을 챙겨 확인하는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내 머리와는 별개로 세상에 나와서 관심을 받는 인공지능들이 결국에는 초고성능으로 데이터에 대고 특정 조건의 if와 else if의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이 깨지고 만 것도 있다. 그래서 언론의 'AI는 위험하다!'에도 시큰둥했던 것이 사실이다. 네가 좋아하는 상품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끊임없이 추천해서 인류가 위험해진다고?- 정도로 치부했다. 아, 그래도 미련은 있어서 감성 AI가 어쩌구 하는 개발 회사의 주식을 없는 월급을 털어 사기도 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이제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뇌공학 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까 인공지능에 그렇게나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서, 인간의 뇌에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네? 하고 스스로의 모자람에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덕분에 뇌공학과 AI를 접목하면 내가 원하는 인공지능이 나오지 않을까-하고 잃었던 흥미가 다시 살아났고, 한참동안 놓아두었던 인공지능에 대하여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흥미 위주로.

이 글은 내가 원하는 인공지능을 향해 걸어가는 글이다.

약하고, 강한 인공지능 - 약 인공지능에 대하여.


인공지능은 현재는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이란 이름으로 나뉘는데, 영어로도 그대로다. Weak AI와 Strong AI- 재미있게도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도 분류상은 약 인공지능이다. 전혀 약해보이지 않는 알파고가 왜 약 인공지능인가?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할 때-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면 약 인공지능이고, 냅둬도 알아서 멸망시킬수 있으면 강 인공지능이라고 하겠다. 이러면 약한 놈과 강한 놈이 대비가 극명해진다.

약 인공지능은, 내 식대로 설명하자면 '축적과 해석과 예측 머신'에 불과하다. 솔직히 인공지능이라고 불러주고 싶지도 않다. 약 인공지능이 하는 일은, 수많은 SNS에 올라오는 억천만의 글들을 읽어 들여서, 글에 들어간 단어와 뉘앙스를 실제 유저의 행위와 결부시켜서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이런 반응을 할 것이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일 감정이 역력한 개인에게 혐한 발언 일삼는 기업의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서 유저에게 직접 '혐한 발언하는 기업 광고도 보실거에요?'같은 멍청한 질문을 미리 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으로서도 내 돈 들인 광고가 내 제품을 절대 사지 않을 사람에게 광고되지 않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감성적'이라고 포장하여, 감성 AI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이 감성을 지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네가 SNS에 공개한 글을 우리가 분석해서 '네 감성을 토대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감성 인공지능인 것이다.

이런 약 인공지능이 '감성'을 운운하며 많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약 인공지능의 자체적인 발전보다는- 예전에는 컴퓨터 성능이 떨어져서 큰 효과를 내기 힘들었다면, 요즘은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면서 발전한 듯이 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트북에서 돌려도 큰 성능 변화가 없다는 알파고 같은 존재도 있긴 하지만서도,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 예외처리 하겠다. 아무튼 약 인공지능은 그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할 뿐이고, 그 데이터 분석 결과에 가치를 메기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은 인간이 정한다. 도구라면 모를까, 인공지능이라고 불러주기가 정말 싫다.

그러면, 약 인공지능은 별거 아니니까- 위험성은 덜 하겠네?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위험성은 강 인공지능보다 못지 않고, 심지어 피부에 와닿는 거리에서 그리고 직접적으로 위험하다. 바로 얼마 전에 구글이 '주문 전화 대신해주는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사람 같이 느껴졌다-가 위험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대목이 중요하다.

자, '감성' 인공지능을 통해서 인터넷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교류를 데이터화하고 분류하여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단어와 단어 조합을 분석 완료한다고 해보자. 그것도 계층이나 직업군, 소득 수준, 정치 성향을 다 고려해서 분석이 완료 되었다면?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댓글 조작'을 할 수 있다. 댓글을 다는 사람의 인격과 말투를 바꾸어가면서 그럴듯하게 댓글을 달아나간다면, 그리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간 간격, 커뮤니티 성향을 고려해가며 댓글을 달아나간다면- 적어도 해당 게시물의 여론 조작쯤은 아주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모두를 현혹시킬 페이크 뉴스를 생성해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감성' 인공지능의 운영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게다가 실체가 없으니 수사를 한다고 잡아내기도 힘들 것이다.

두 번째로, 위와 같은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사람이 '감성' 인공지능에게 분석당할 차례일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사과의 메일을 썼다고 해보자. 그럼 분석기에 돌려서 '이 사람은 실제로 미안해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당신이 이력서에 쓴 지원 동기나 자기 소개서가 분석 되서 '이런 내용과 단어 구성의 지원 동기와 자기 소개서를 쓴 직원들 중 75%는 1년이내 퇴사하였습니다.'라고 기업에서 판단하게 된다면? 빅 브라더가 따로 없을 것이다.

나쁜 예상만 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도 생각해보자면- 적어도 화학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메터리얼과 저 메터리얼은 이러한 효과를 낳을 것 같은데, 아직 조합이 시도 되지 않았습니다.'라거나, '그런 조합은 지난 데이터를 봤을 때 시도하더라도 별다른 성과를 올릴수 없을 겁니다.'하고 실험 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을 높여주는 정도? 극히 제한된 영역의 창작자들, 그러니까 시청자의 반응을 세분화하여 시청자가 '왜' 특정 구간을 반복 시청하거나 넘겨버리는지를 알기 위해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는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창작물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귀뜸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팀잇에서도 누군가가 봇을 만들어 돌린다면, 어떤 시간대에 어떤 내용으로 어떤 단어들을 사용하여 어떤 태그를 달아서 어떻게 포스팅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는지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돈이 되고,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쪽은 아무래도 약 인공지능의 사람 분석쪽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그런 이유가 물건을 한 두개 더 팔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근시안적이다. 당신을 분석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투자다. 그리고 아마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상, 당신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좋아요나 싫어요-는 애저녁에 인공 지능 회사들의 서버에 축적되 신나게 해체되고 있을 것이다. 동영상 시청 습관까지 체크당하고 있는 판국이다. 한 삼사년 뒤면, 인공지능 회사 사람이 당신을 향해 자신있게 선언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당신보다 당신을 훨씬 잘 압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진짜 하고픈 말은 "우리는 당신을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일 것이다.

어쩌면 뒤로는 또다른 사업이 부흥할지도 모르겠다. 'S사 취업 대비! 자연스럽게 합격점 맞는 이력서, 자기 소개, 지원 동기 쓰는 법- S-AI에 100%으로 걸리지 않음.' 이런 거 말이다. 왜 미국 제약회사가 중독되는 약도 팔고, 해독약도 세트로 파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글에서는-


강 인공지능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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