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땠어?” 말로 나누는 일기-창조하는 글쓰기(#47)

in #kr6 years ago (edited)

그림책.jpg
이번에는 제목 달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조금 색다른 이야기거든요.
보통 일기라면 글로 쓰는 겁니다. 그런데 말로 나누는 일기라.

이이와 요즘 이야기 나누기

제 아내가 아이들한테 했던 교육 방식의 하나를 소개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글을 모르고, 한창 말을 배울 때로 거슬러갑니다. 이 때는 그림책 읽기를 많이 합니다.

근데요. 좋은 그림책이 많지만 때로는 우리 삶과 잘 맞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아이를 강하게 끌어당기지 못하는 겁니다. 때로는 책 속 이야기가 너무 훌륭해서, 오히려 아이를 주눅 들게도 합니다.

그래서 아내가 생각한 게 ‘요즘 이야기 나누기’입니다. 그림책을 읽어줄 시간에 아이한테 요청합니다.
“오늘 어땠어?”
아니면 시간이 좀 느긋한 주말이라면 이야기를 깊이 끌어가기 위해서는
“요즘 이야기 해줄래?”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재잘재잘 합니다. 부모는 맞장구를 치고, 궁금한 건 묻고...

일기를 꼭 일기장에 글로 써야하는 건 아닙니다. 글을 몰라도 나눌 수 있는 게 바로 요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아이는 자기 일상을 돌아볼 수 있고, 부모는 아이 성장과 고민을 확인하게 됩니다. 또한 이야기를 통해 하루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도 알게 됩니다. 더불어 가장 소중한 소득이라면 식구끼리 소통이라 하겠습니다.

책을 아이한테 읽어달라고 하기

이렇게 어느 정도 훈련이 되고 나면 아이 발표력이 부쩍 늡니다. 그 다음에는 이를 살려 그림책 읽기를 색다르게 합니다.

보통은 부모가 그림책을 그대로 따라 읽어줍니다. 좀 더 세련된 부모라면 감정 이입을 해서 읽어주는 정도이지 않을까요.

우리 부부 역시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거기에 매이지 않습니다. 처음 읽어줄 때는 되도록 원본에 충실하여 읽어줍니다. 책 주인공이라고 여기면서. 감정을 넣고, 목소리와 표정의 변화를 주면서.

하지만 한번 읽어준 뒤, 그 다음부터는 아이한테 읽어달라고 합니다.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아이는 아직 글자를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기꺼이 읽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들었던 기억을 되살립니다. 이 때 아이가 원문과 다르게 읽었다고 고치려고 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히려 새롭게 읽은 부분이야말로 아이의 소중한 관심사이거나 정신세계입니다. 이를 존중하고 격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적극 권장합니다. 상상력을 막 동원해서 일부러 다르게 읽습니다. 그림책 상황을 우리한테 맞추어 다시 가공하는 거지요. 한결 역동적이고 재미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우리 아이가 정말 천재구나 싶을 만큼.

이 과정에서 아이는 그림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됩니다. 독서 능력이 부쩍 높아집니다. 아이가 주도하니까 부모는 그 역할이 한결 쉽고 편합니다. 아이 성장을 느긋하게 즐기게 됩니다.

어렵지 않게, 내 책을 만들어 보기

점차 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우리만의 책, 나만의 책을 만들어야겠구나.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 정식 출판이란 부담을 갖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 세상에 단 한 권이면 어떻습니까! 출판 놀이이자, 성장잔치입니다.
“우리만의 그림책을 하나 만들어볼까?”
“좋아요!”
“그동안 했던 이야기 가운데 어떤 걸 살리고 싶어?”
.....
같이 기획하고, 구성하고, 넣을 거 넣고, 뺄 거 빼고, 고칠 거 고치면서 만들어갑니다. 글이 대충 완성되면 거기에 맞게 그림 역시 쉽게 그리게 합니다.

그리고는 프린트나 복사하면 끝.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면 열 번을 넘어 수 십 번을 보게 됩니다. 자신이 만든, 자신의 그림책이니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볼수록 고치고 다듬고 싶은 게 자꾸 생깁니다. 거기에 맞추어 또 바꾸어나갑니다.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부수를 조금씩 늘려, 가까운 이들과 나눕니다. 겉멋 들거나 화려한 대신, 사람 냄새나는 그림책입니다.

책이란 메모의 빅데이터

위 방식이 꼭 아이한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을 때 자기중심에서 비판적으로 봐야 자기 것이 되잖아요? 대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리를 강하게 스치는 내용이라면 메모를 해서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책이란 메모의 빅 데이터입니다.

우리네 삶은 누군가를 모방하는 게 아닐 것입니다. 삶은 창조입니다. 자기만의 삶,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이야기가 곧 창조가 되는 거지요.

여러분은 어떤 책을 만들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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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할만한 방법이네요.. 예전에 그렇게 한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참 좋아했었습니다.ㅎ

아이 셋 키우시니
에피소드가 무척 많을 거 같아요.
유피님 복이 많습니다.^^

나의 삶, 나의 생각, 나의 이야기, 창조는 고통스럽습니다.

진통이 따르긴 하지요.
아기낳는 것처럼요.

다만 우리가 성장하면서
창조적인 교육보다
암기위주로 배웠다는 게
가장 아픈 경험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의 고통은
어쩌면 제자리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택시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잘봤습니다 :) 보팅하고 가요!

저도 동화책 만들고싶다는 꿈이있는데 !

응원합니다^^

귀하고 소중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공감됩니다. 요즘엔 책읽고 잠들기전 아이와 도란도란 대화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네요^^

아버지들이 이를 자각하는 게 쉽지 않는데 복입니다^^
앞으로도 소통을 더 많이 깊이 늘려가시길...

5살 아들이 그림만 보고 책을 읽어줄때가 있는데 기특해서 영상으로 남기려고 하면 "찍지 마" 그러네요.^^;;;;
같이 우리만의 책 만들기 팁 얻어갈게요~^^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슬쩍 녹음만 하세요.
그러다가 진도가 나가면 그 때^^

스팀잇 조차도 매일 포스팅 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더라구요 ㅜ

즐기면서 쉬엄쉬엄 하셔야지요.
사실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보상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즐거운 스팀잇 생활하시나요?
무더위야 가라!!!!

덕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팀잇은 책으로 가는 과정이 되는 아주 좋은 플랫폼인 거 같아요.
내 생각을 메모하듯이 글로 적고, 그것을 다른 유저와 소통으로 나누고..^^

소통하면서 더 객관화되고
내용이 더 풍부해지고^^

저희도 종종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훌륭하게 잘 들려주더라고요.

아주 유명한 Bob books​ 의 시작이 말씀하신 대로 아이와 함께 재밌는 책을 만들면서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Kim books 가즈아~

아, 그런 게 있군요.

stylegold books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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