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팀]박지용 시집.1

in #kr6 years ago (edited)

전 어디로 흐르게 될까요.

경주 여행에서 들렸던 인디 서점에서 구매해온 시집을 꺼내서 읽어봅니다.


[당신의 하루]

 오후가 저녁으로 뭉개졌다

하루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해서다

자신이 하루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이

저녁이 되어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비극이다

이제 저녁은 곧 밤으로 변모할 것이다

뭉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하루를 펴내야하는 복원의 시간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는 밤은 고통이다

동굴을 밝혀낼 횃불이 없으니

무언가를 새기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할 수 있는 거라곤 전혀 소화되지 않은 순간들을

토해내 그 면면들을 살피는 일뿐

방향감이 없는 하루의 역겨운 냄새와

그 안에 벌어진 문장들은 아직도 살아 꿈틀거린다

속에 담고 있었던 몸의 일부가

존재의 일부가 이토록 더러울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너의 하루다 이것이야말로

라는 글자가 코를 찌른다

다행히 금세 무감각해진 후각은 그것들을 주워 삼킨다

배는 다시 불러오고 어떤 식으로든 명명된 하루는

새벽의 모습을 해서야 잠자리에 든다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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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끝나고 밤이오면
다시 빛나는 아침이올거에여 ㅠㅠ
저도 취준생입니다....
같이힘냅시당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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