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빠지길 원하는 인간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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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교묘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시험한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냉장고에 케이크를 넣어놓고, 금연을 하겠다며 남은 담배와 라이터를 버리지 않는다. 금주를 하겠다며 술이 빠지지 않을 자리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시험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셀 수 없다. 그들에게는 다양한 핑계가 있다. 유혹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라거나 한주간의 성취에 대한 보상을 주말에 갖기 위해 한주가 시작될 때 미리 사둔다는 식으로 이런저런 구실을 두지만, 본질적인 목적은 패배하기 위함이다.

중독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기에 질병이다. 그 사실을 스스로도 알면서도 자신을 유혹하는 물질을 가까이 두고 스스로를 시험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그 물질들을 원하고 결국에는 패배할 시험에 들게 하기 때문이다. 뇌는 그 물질들이 가져다 준 도파민을 잊지 않고, 정신을 속여다며 그 물질들을 가까이 할 구실을 만들 뿐이다.

결국 뇌는 원하는 바를 이루고, 정신은 고통 받는다. 당장의 도파민은 자책으로 돌아온다. 스스로의 의지가 약하다는 느낌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중독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기에 질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야한다. 그리고 의지가 강하면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망상을 버리고 뇌의 속삭임을 떨쳐내야 한다. 훌륭한 변명이 되어줄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친한 사람의 생일이라서 술자리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고 파티의 주인공이 권하는 술을 거부하는건 예의가 아니라거나, 기분이 너무 나빠서 달콤한 케이크를 먹지 않으면 떨쳐낼 수 없다던가, 너무 괴로워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는 둥의 변명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 끝 없는 합리화는 결국 자기 자신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의지를 과신하지 않는게 좋다. 유혹에 넘어가서 실패한다면 합리화를 위해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자신의 뇌는 도파민을 원했고, 그래서 도파민을 주는 물질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정도로 단순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취약한 스스로를 위해서 자신이 시험에 들 상황을 피하는게 좋다.

하지만 이게 쉬웠다면 세상에 중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독자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무지가 중독자를 더욱 괴롭힌다. 중독자는 자신의 의지가 부족하다며 충분히 자책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도 끊임 없이 중독자의 의지가 부족하다며 계속해서 중독을 의지의 문제로 국한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힘들다. 앞으로는 충분히 스스로를 시험하고 있는, 그것도 패색이 짙은 싸움에 시달리는 그들을 위해 따뜻한 세상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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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환경조성도 잘 해야겠습니다. ㅎㅎㅎㅎ

다이어트중인 저는 오늘도 카페에 앉아 디저트를 먹고 있습니다 하하하

주변 환경이라든지 주변인들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외지로 떠나서 지내는것 마냥
유혹거리를 모조리 자신의 눈앞에서 없애버리든지
해야겠죠

중독에서 벋어나려고 하는 이들에 대해서
품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저도 바래봅니다.

전반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짐에 따라 길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도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알콜릭 증상에 빠져있습니다. ㅎㅎ
몸에 무리가 되는것 같아서 줄이긴 하는데
"며칠 이라도 끊어볼까" 하는 생각은 영 지켜지지가 않네요
맘 먹고 10년 끊은 적 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문제인가봐요
오늘은 꼭 더이상 먹지말고 자려고 해요

어제는 꼭 안 주무시고 주무셨기를 ㅎㅎ

적은 말도 있고해서....ㅎㅎ유혹엔 안 넘어갔는데 불면의 밤을 뒤척였습니다. ㅠㅠ

익숙해지셔야겠죠 ㅎㅎ

아내님과 연애할때 담배를 끊어야지 하면서도 몰래 피다 걸렸었는데,
데이트할 때마다 혼나고 하다보니 만나는 동안에는 담배를 안피게 되더라구요
결혼하고 매일 같이 살게되니 끊어지네요 ㅋㅋㅋ
아무리 중독이 되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나 쾌락을 주는것이 있다면 자연스레 멀어지는듯 싶습니다.

일상에서의 행복이 크다면 더 이상 스스로를 해치는 물질에서 도파민을 추구할 필요가 없겠죠. 지금은 벗어나셨다니 축하드려요.

뇌는 도파민을 원했고, 그래서 도파민을 주는 물질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스스로의 규칙을 어길 때마다 합리화(?) 시키려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ㄴ ㅣ다...ㅎㅎㅎ

지키기가 참 쉽지가 않아요. 합리화라는걸 알면서도 자꾸 안주하게 되니까요.

다이어트도 해야하고 술도 줄여야 하는데 정말 쉽지 않아요. 다짐하는 순간 먹고싶은건 왜이리 생기는지....

취약한 스스로를 위해서 자신이 시험에 들 상황을 피하는게 좋다.

숙지해야겠어요~

저도 의지박약한 케이스인데 환경은 그대로 두고 합리화만 했네요. xD

그래서 아토피 걸린 애들이 엄청나게 힘들죠. 가려운 곳을 긁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니까, 엄마가 아무리 긁지 말라고 해도 마약 중독자처럼 상처를 박박 긁게되니까요.

흔히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은 의지의 문제로 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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