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워커 이야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멋진 사람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어."

in #kr6 years ago

NomadC / 노마드씨_조희정 (애나)



‘노마드C‘는 2016년 6월 ’제주 체류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한 팀이었다.
이때의 인연으로 노마드씨와는 계속 소식을 주고받았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제주에서 애나 님은 나와 ‘따로또같이’ 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 제주에서 보냈으며, 1년 뒤 J-Space에서 애나 님과 다시 만나 ‘디지털 노마드’ 관련으로 작은 밋업을 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함께 해보고 싶은 팀이기도 했다. 일하는 방식과 팀원들 사이에 애정이 넘쳤고, 팀원이 모두 흩어져 있음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동안 바빠진 노마드씨 팀과는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다. 종종 애나 님이 올리시는 글을 통해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애나 님이 더 바빠지기 전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애나 님과 노마드씨 팀에 대한 이야기이다.

- 애나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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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애나입니다.
직장은 다시 들어갈 생각이 없기에 이른 은퇴를 한 상태이고, 프리랜서 활동을 하기에는 아직 한국에 리모트 워크로 원하는 일이 많지 않아 적극적으로 일을 찾고 있지는 않아요. 지금의 저는 아마 ‘백수’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웃음).

3년 전, 회사를 그만둘 때 원래 계획은 해외 취업이었어요. 당시에 제시랑 회사를 같이 그만뒀는데 창업을 하자는 권유에 고민 없이 하자고 했었죠. 제시와 계속 합을 맞춰 일하고 싶었고, 저 역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기에 창업을 한다는 것이 큰 고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때때로 저에게 해외에 가고 싶은 걸 발목 잡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때마다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도 내가 꿈꿨던 일이고, 그리고 내가 상상하던 꿈들은 너랑도 함께하면서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어.”

생각해보니 그때 했던 말이 진짜였던 것 같아요. 지금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고 그들을 우선순위에서 미루지 않아도 되고요. 제일 좋은 것은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처음 1년 정도는 싫은 것을 피하거나 게으르거나 희생하지 않는 것이 뭔가 죄스럽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의구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것들로부터 많이 벗어놨죠.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들고 지친 일들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하거나, 끝나지 않을 경쟁을 해야 하거나, 원하지 않는 롤 속에 갇힐 때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은 뭘까,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이런 고민은 왜 드는 거지?'라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돌아오더라고요.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던 시절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것들이 생기면서 가치관이 변하고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커졌어요.

지금 하는 프로젝트들이 그런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도전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러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도록 부딪히는 거죠. 프로젝트들을 왜 하냐고 물어보면 단순해요. 좋아하는 거고 만들고 싶어서 했는데 시장이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아요.
그 과정에서 계속 발견하는 거죠. 내 가치나 삶의 의미와 같은 것들이요.


-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말해주세요.

한국에 들어온 이후 저의 일과는 조카들을 돌보는 거예요. 발리에 있을 때 둘째 조카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 동생과 약속을 했었거든요. 몸조리와 함께 첫째랑 둘째 조카를 함께 돌봐주겠다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조카를 돌보는 걸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했는지 웃음이 나오네요. 왜냐하면, 지난 2년 동안 일이 힘들어서 운 적이 없는데 조카들 돌보면서 세 번이나 울었거든요. 힘든 건 알았지만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예상을 못 했었죠.

그중에 단연 힘들었던 것은 밥 먹이는 거랑 잠을 재우는 거였는데, 멀리서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직접 해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조카들이 우선이다 보니 일을 미룬 적도 빈번하였고요. 집안일은 매일 하는데 눈에 띄는 일들이 아니라 누가 인정을 해주는 것도 아니지, 결정해야 할 것들은 뭐가 그리 사소하게 많은지, 배워야 할 것들도 산더미고, 그게 매일 반복되는 것도 두렵더라고요. 다는 아니겠지만 엄마들이 왜 그렇게 우울증이 왔나 충분히 이해가 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존경스러웠어요. 요즘에는 동생의 몸이 많이 회복되어 저는 필요할 때만 도와주고 있어요.
물론 몸과 정신이 힘들긴 했지만 얻은 것이 더 많아요. 간접 경험을 하게 되면서 아이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돌보는 숙련도도 높아졌어요. 그러면서 아이를 곁에서 돌봐주는 것과 직접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도 깨닫게 되었고요. 자취 생활을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다양한 가족원이 구성된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 부모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조카들을 돌볼 때면 곰곰이 생각해요. 내가 지금 자유롭지 않았다면 우리 조카들이 어떻게 큰지도 몰랐겠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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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개월 동안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내가 이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한 보상 같았다.

개인 프로젝트와 함께 노마드씨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마드씨는 디지털 노마드를 지향하는 팀이며, 크게 3가지 실행을 하고 있어요.

  • 온라인 서비스 개발 : 이밍, Spark Quote, 머릿빨, AnalogSketch 등 모바일앱, 웹사이트를 개발

현재는 기존에 하던 일들을 지속 운영하면서 다음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데요. 12월, 치앙마이로 이동 후에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집중할 예정이며 지금은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는 제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을 해왔다면 다음 시즌부터는 저와 루시가 가지고 있는 콘텍스트를 가지고 콘텐츠 크리에이팅을 하는 데에 업무를 확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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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 6개월 도시별 생활살이 프로젝트 ‘노마드씨 원정대’
(좌 루시, 우 애나)

https://brunch.co.kr/@nomadc-anna/115

기존의 실행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루시와 함께 6개월 동안 도시를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 <노마드씨 원정대> 여정이에요. 그동안은 서로 떨어진 공간에서 일을 해왔고 서울과 제주에서 합을 맞춘 적이 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한 적은 처음이거든요. 만나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지난 7개월 동안 해외 생활 살이를 통해 외부 환경으로 인한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가 저에게도 팀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그래서 매년 한국에서 6개월, 해외에서 6개월 정도를 머물면서 살아보기로 했는데요. 그 변화를 눈으로 본 루시도 함께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거죠.
어찌 보면 이번 여정은 팀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해요. 노마드씨가 만들어내는 산출물도 기존과 많이 달라질 예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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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버킷리스트를 모아 PDF 책을 만들어 12월 24일에 보내드리는 온라인 책

그리고 후원자였던 루시가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타임머신 <꿈> 2018을 함께 준비 중이에요. 지난 10월, 책이 완성되어 약속된 분들에게 책이 전달되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주셔서 매년 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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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꿈>은 꿈과 버킷리스트를 모아 PDF 책을 만들어 12월 24일에 보내주는 프로젝트다.
*타임머신 꿈 프로젝트 : brunch.co.kr/@noamdc-anna/58

‘안정적 수익’을 만들기 위해 이전보다 수익창출에 더 집중하는 상황인데요. 시도하기도 전에 실패했던 프로젝트들이 다시 한 번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어요.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의사결정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수익창출이 힘들었던 이유는 원하는 환경과 조건 속에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물론 돈만을 벌기 위한 프로젝트는 지양하고 있어요.


-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웹디자이너로 취업을 하긴 했지만 20대 초반의 저는 딱히 디자인을 좋아서 했던 건 아니었어요. 말 그대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다가 이 일도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하는 즘에 이전 직장에 취업했던 거죠. 3개월이 지났을 때쯤 어떤 사건 때문에 사장실로 올라가 바로 그만두겠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사장님이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좋은 이야기를 했었고 기억에 남았던 얘기는 ‘희정씨는 매사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걸 고쳐보면 어떻겠냐’라는 이야기를 들은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 오기로 회사의 모든 일을 해결하겠다며 일에 매진했었어요. 좋아하던 유럽 축구 시청도 끊고 게임도 끊어가면서까지 폐인처럼 일했더니 1년이 좀 지나니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사실 인정을 받은 것보다 중요했던 건 일에 빠져들다 보니 디자인이 재밌어지고 흥미로워지면서 목표가 생겼던 거예요. 쉬는 시간마다 책과 잡지를 읽었고 퇴근 후에는 세미나나 교육을 받으러 다녔었어요. 주말에는 컨퍼런스를 쫓아다녔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일하고 있는데 팀원 중의 한 명이 그러는 거예요.
“오~ 월급 들어왔다!”
월급날을 체크하지도 않을 만큼 일하는 것에 푹 빠져있었고 제 머릿속은 띵했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도 돈을 벌고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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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팀을 꾸리면서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성혜와 명희. 아직도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주고 응원해준다.

이때가 8년 동안 다녔던 회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에요. 세상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있던 시절이 있었고, 꿈도 없이 돈만을 맹목적으로 쫓던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던 시기니까요. 그리고 그때부터 제 안에 있던 가치관들이 변하면서 꿈이 조금씩 생기는 거예요. 멀티플레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동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과 같은 꿈들이었죠. 매년 새로운 꿈이 생겼고 그러면서도 몇 년 동안 꿈꿔왔던 것이 하나 있었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멋진 사람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어. 아주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어딘지 모를 그곳에서 인생을 마친다면 그것도 괜찮은 인생 같아.”

그리고 노마드씨라는 팀을 만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가진 꿈이 가리켰던 것은 결국 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었던 거예요. 직장도 아니고 직업도 아닌 그냥 <애나>라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과연 가치가 있을까, 그런 걸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쫓음이었던 거죠.


- 리모트워크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마드씨에서 리모트 워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어차피 둘이 일하는 데 사무실이 필요하겠냐는 생각에 저와 제시네 집을 번갈아 가면서 함께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일하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수다 떠는데 5시간이랄까. 집에 침대가 있으니 잠을 자기도 하고, 소파가 있으니 드러눕기도 하고, 밥을 먹고 나면 시간은 또 훅 지나가 있더라고요. 그때 알게 되었죠. 우리가 생각보다 게으르고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이에요.
직장 다닐 때는 그렇게나 체계적이었고 자기관리를 잘했었는데 긴장감이 떨어지니 그제야 제 본능들이 표출됐나 봐요.(웃음) 안 되겠다 싶어서 일할 장소를 알아봤죠. 그때는 카페 같은 데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하고 일할 장소를 찾아다녔어요. 처음에 전전하던 곳이 스터디 카페였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도서관을 가야 하나 어디를 가야 하나 싶었는데 그 해에 구글 캠퍼스가 오픈되었다는 게 불현듯 떠올랐어요. 공간도 쾌적하고 일하기에 적합해서 노마드씨의 베이스캠프로 정하고 출퇴근을 하면서 재택근무와 병행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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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구글 캠퍼스에서 이틀 동안 집중해서 노마드씨 홈페이지를 제작했었다.

2015년에 머릿빨이라는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잠깐 정체기가 와서 iOS 개발 공부를 했었어요. 그때 같은 수업을 듣던 루시를 만나게 되는데 당차면서도 저돌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살짝살짝 꼬셨었죠. 2~3개월간 같이 일하면서 합을 맞춰보고 괜찮으면 팀에 합류하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렇게 셋이 일하다 보니 업무 협업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일도 일이지만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눴어요. 그러다 루시가 홈페이지를 만들자는 제안에 팀의 정체성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게 되었죠. 우리가 왜 함께 일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꿈을 꾸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요. 그때 나온 키워드가 <디지털 노마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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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밍 서비스를 만들 때만 해도 오프라인 전시회를 쫓아다니며 홍보를 하기도 했다.

원래도 리모트 워크를 했었지만, 팀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리모트 워크 환경에서 일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집착적으로 온라인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길 원했던 거죠. 왜 그렇게까지 리모트 워크에 집착을 한 걸까요?
노마드씨 비전 중 하나는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라는 것이 있어요. 집단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누군가가 희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스스로 선택해서 희생하는 것은 괜찮지만 원하지도 않으면서 희생하는 것은 팀의 방향 과 맞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상황과 타협을 하지 않아야 하고요. 각자의 상황을 존중하면서 일을 하기 위해 리모트 워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었어요.
누군가가 ‘리모트 워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물어보면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해요. 그러면서도 노마드씨의 환경은 어느 한 기업의 시스템으로 도입하기에는 아직은 문제점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고요. 그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 않기도 하고, 일하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개인의 의사결정에 맡기고 있는데 일반적인 스타트업에 도입하기 힘든 방식이죠. 특히나 빠른 실행 속도를 필요로 한다면 더욱더 맞지 않는 프로세스고요. 그래서 내부에서도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분석도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일하는 환경 속에서 각자가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하고, 어떤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며, 어떤 프로세스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말이죠. 특히나 리모트 워크를 원하는 집단이 왜 그러한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찰과 공감이 필요해요.

디지털 노마드가 꼭 여행을 할 필요는 없어요. 만약 여행이 필수라면 여행의 정의를 좀 달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거주하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 다른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내 삶에 대해 성찰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 같은 것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정 관념이나 안정선, 편견들을 깨어 나가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하고요. 저와 같은 사람일 거로 생각해요. 자신을 관심 있게 관찰하고 성찰하면서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하는 외로운 여행자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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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도시에 머물기로 결심한 이유는 도전적으로 선택 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변화로부터 오는 시야와 실행은 저에게도 팀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거든요.

인간이 변화하려면 시간을 달리 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는 공간을 바꾸어야 한다. -오마에 겐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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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해외에 머물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것들이 익숙해지더라고요. 어느 한 곳에 정착하다 보면 오는 익숙함이 해외에서도 똑같이 왔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끝낼 때쯤 해외에서 6개월, 한국에서 6개월을 살아보자고 계획했어요. 그러면 머무는 공간들이 익숙하지 않으면서 익숙하고,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환경이 만들어질 거로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이런 환경 속에서 일하려면 리모트 워크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했고요.

환경과 목표는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령 목표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환경을 포기한다면 그건 순간적인 타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마도 노마드씨가 수익 창출을 빠르게 이뤄내지 못하는 이유도 지금의 환경을 고수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장 눈앞의 수익을 바라는 것보다도 이런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거든요. 물론 많은 면에서 힘든 점이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노마드씨의 미션은 딱 하나예요. (원하는 데로 살면서) 돈을 버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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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 워크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제일 힘든 것은 ‘실행’과 ‘온도 차’예요. 오프라인으로 함께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요.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튀어나오거든요. 툴에 대한 이해도나 익숙해지는 시간이 다름에서 오는 스트레스 라던지, 맥락이 이해되지 않아 몇 번을 설명해도 생각의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던지와 같은 상황들이죠. 오프라인에서 만났으면 종이 위나 화이트보드에 찍찍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도를 넓힐 텐데 온라인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또 툴을 접목해야 하거나 익혀야 하거든요. 게다가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으면 문제가 더 확연해지고요.
원래 일정보다 실행이 늦어지는 건 다반사예요. 그런데 이건 노마드씨라서 실행의 속도가 맞춰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일에 포커스를 맞추고 실행을 한다면 충분히 온라인 협업으로도 빠른 실행을 할 수 있거든요. 초기에는 노마드씨도 그러한 방식으로 일을 했었고 일을 해결하는 데에 우선적 선택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빠른 실행이 가장 우선순위는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실행에 대한 공감 형성과 이해이고, 진짜로 그 일에 재미를 느껴야만 속도도 뒷받침되더라고요. 저한테는 중요한 일이 다른 동료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상황이 오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도 중요해요.
내부의 실행들도 단순해요. 보통 팀이 만들어지면 내 아이디어가 좋네, 네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지만 노마드씨는 좋다 아니라고 하기보다 대체적으로는 긍정적 리액션을 해요. 그 후에 실행이 1이라도 된 것은 프로젝트화 하는 거죠.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행을 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도태더라고요. 아이디어는 나오는데 실행되지 않는 것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었죠. 의미 없는 논의보다 실행에 중점을 맞추고 의사결정을 하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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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씨의 미팅은 행아웃이나 그룹콜을 통해 이뤄지고 1:1 미팅시에는 통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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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 워크를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선하려고 팀원 모두가 노력한다.

실행 속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실행 속도 역시도 각자에게 책임을 주고 있어요.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중간마다 리뷰하는데 실행이 되지 않거나 일정이 맞춰지지 않을 때 논의를 해요. 누군가에게는 빠르고 누군가에게는 느린 것, 이런 감정적인 것들을 내부에서는 ‘온도 차’가 생겼다고 표현하는데요. 이 온도차는 실행, 문화,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왜 맥락이 파악되지 않는 건지, 왜 재미없는 건지, 왜 실행을 하지 않는 건지, 왜 기분이 안 좋은 건지를 예민하게 캐치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모두가 그런 순간에는 솔직해야 해요. 단순히 재미없으니까 안 하겠다가 아니라 재미없는 이유가 딜레마에 빠진 건지 역량이 부족한 건지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에 따라서 의사결정이 달라지니까요.

이런 걸 온라인에서 캐치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생각 보다 엄청 예민해야 하거든요. 오프라인에서는 행동이 보이고 표정이 보이고 어떤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리모트 워크로 일하다 보면 상대방이 안 보이니 그걸 어떻게 캐치하겠어요. 그래서 실제로 멤버들의 다양한 부분에서 예민함을 보이려고 노력해요. 실행 결과나, 말투, 쓰는 단어들을 통해 이상함을 감지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얘기해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고. 이때 방어기제가 발생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 하기는 쉽지가 않죠. 그래서 방어기제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내야 해요. 모든 것들이 쉽지 않은 거죠.

리모트 워크로 일한다 해서 일에만 집중할 것 같지만 결국 그 일도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쉽게 캐치가 되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신뢰가 만들어지지 않고 결국 일에도 영향을 미쳐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민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요. 정말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으면 해소 되지 않는 걸까, 이러한 상황을 더 맞닥뜨려서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할까에 대한 생각들이 드는 거죠. 그렇다 해서 오프라인을 집착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오프라 인에서의 만남이 결국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일을 하게 해주거든요. 노마드씨도 원하는 목표 수익에 다가가면 내부 복지로 오프라인 환경을 만들 예정이에요.


- 앞으로의 계획

지금과 같이 계속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실험하고 도전하고 있을 거예요.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버티기로 약속한 10년 중의 2년밖에 안 지났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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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꿈도 생겼어요. 노마드씨가 디지털 노마드를 채용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거죠. 해외에는 오토매틱이나 탑텔같이 디지털 노마드를 채용하는 기업이 있는데 한국에서 그런 회사를 찾기도 힘들고 원하는 일을 찾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리모트 워크로 일을 한다니까 비용을 저렴하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직은 안 되는 건가 싶더라고요. 현재는 소수의 전문가가 그 기회를 잡고 있다면 앞으로는 많은 이들에게 선택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그런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천천히 갈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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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벽처럼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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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후로 내 인생의 변화가 생겼다면 그것은 스쿠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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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네번째 연재작은 제주도에서 만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마드 워커 이야기> 입니다.
전자책에서는 스팀잇에 연재되지 않은 인터뷰 뒷이야기들이 실려있답니다.

<노마드 워커 이야기> 전자책 보러가기

kr-ebook 은 콘텐츠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스팀잇에 다양한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연재하고 보상으로 들어온 스팀달러 전액은 저자에게 지급합니다. 그리고 스팀잇에서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서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활동을 합니다. :)

스티미언 전자책 출간 프로젝트 kr-ebook 자세한 프로젝트 소개 글 입니다.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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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은 애나의 책이군요 ~ +_+
오홍

아, 이건 혜룡님이 쓰신 책을 연재하고 있는거랍니다. :)

아! ㅋㅋㅋㅋ 제가 뭘 본 걸까요? ㅋㅋㅋ

어이쿠 여기서 애나님을 뵙네요!

어이쿠! 애나님 친구분이신가요? :) ㅎㅎ

아닙니다 애나님팬클럽입니다용!

애나님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게되는 글이네요. 저도 프리랜서고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있어서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애나님은 굉장히 꼼꼼히 기록하시는 분이셔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되는 정보를 많이 공유해주시지요.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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