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젼을 써보자 6. 이젠 기사답게! 명인전!(3)

in #kr7 years ago

 

Image from @inhigh


여섯 번째 라운드에 돌입하였습니다.

저와 매칭이 된 상대는 김동규 三단이었습니다.

김동규 三단은 김동일 初단과 비슷한 나이의 어린아이로 보였는데, 벌써 三단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三단을 달았던 대회에서 제가 이전 라운드에서 패배했던 하승섭 五단을 누르고 우승했다 하니 감탄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런 보드게임에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어린아이들이 더 빠르게 익힌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성인 분들이 더 경계되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 누구도 방심할 수 없는 대회가 맞았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굉장히 무난한 흐름으로 흘러가다 어느순간엔가 제가 유리한 위치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경기 초중반에는 굉장히 침착하게 경기를 분석하고 이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멘탈이 한번 깨지고 잡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어지는 경기 내내 어느정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6라운드는 23-41로 저의 승리가 되었습니다. 6라운드만에 두 번째 승리를 가져 온 것입니다. 2승 4패, 저에게 있어서는 누구보다 뿌듯한, 또 간절한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스위스 룰

마지막 라운드에 대해 설명하기 전, 이 대회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오델로 기사들만 참가 가능한 대회이기 때문에 참가자수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곧 스위스 룰(1라운드 랜덤매칭 후 승수가 최대한 비슷한 사람끼리 경기가 진행되는 룰, 단 만났던 상대와는 만나지 않습니다.)이 있다 하더라도 7라운드씩이나 진행하면 전승자(혹은 전승에 가까운 사람, 1위 등)는 높은 승수의 사람을 모두 만난 뒤 상대를 중복하여 만나지 않게 하기 위해 승수가 낮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 얘기를 제가 왜 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바로 제가 그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당시 제가 기억하기로 6라운드까지 5승 1패로 1위를 하고 계시던 신덕철 現 六단과 제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현재 단수를 쓴 이유는 단순히 그 당시 단수가 기억 안나기 때문입니다. 신덕철 六단의 경우, 한국의 1세대 오델러로 활동하시다가 이후 본업에 집중하고 계시던 중 한 오델로 게임을 계기로 다시 한국 오델로에 참여하시게 되었습니다. 내공도 어마어마하시고 스타일 자체가 본능적으로 두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대책없이 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분석하고 두심에도 뭔가 날카로운 감각으로 두고 계신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는 상대였습니다. 앞선 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주눅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6라운드 종료 후 일정시간 휴식 이후, 명인전의 종착점, 7라운드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긴장한 상태에서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는데, 다행히 초반엔 제가 아는 정석으로 진행되어 큰 손해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외운 길이 끝나는 시점, 그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오고 말았습니다. 예상대로 경기는 서서히 불리한, 아니 불리하다 못해 둘 곳이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커제 9단과 알파고와의 경기에서 커제 9단이 돌연 헛웃음을 지었던 일화가 있죠?(눈물이었던가요? 이 글을 처음 쓸땐 분명 최근이 맞았던거같은데 이젠 아니네요ㅋㅋ)

어느 순간부턴가 이기는 것이 아닌 아무 의미 없는 수를 두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그랬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엔 비교조차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이 경기 또한 그정도의 실력차가 있어 저도 이길 생각이 아닌 잘해야 버티는 수준의 수만 두는 모양으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저 상대가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해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할것만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게임 종료까지 약 열 수 정도를 남겨두고였을까요. 상대방이 착수 이후 갑자기 비명 아닌 비명을 질렀습니다.

왜일까 하고 판을 유심히 쳐다 보니, 상대방이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른 거였습니다. 제 눈에도 어렴풋이 제가 이기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약 열 수, 제 간절함 덕분인지 집중력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수를 최선수로 마무리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35-29.

상대방의 실부 덕분이라고는 하나 그 이후에 모든 수를 최선수로 마무리한 데에도 의의가 있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기에 얻을 수 있던 승리이기도 합니다. 당시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상대방이 실수할 때에 실수하지 않고 침착하게 마무리하여 얻은 승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에 프로그램으로 분석해본 결과 그 실수 이전까지 상대방의 점수는 +32, 그대로 최선으로 마무리되었다면 16-48로 상대방의 승리가 되는 경기였습니다. 물론 제가 마지막에 멘탈이 와장창 깨져버리면서 더 크게 질 가능성도 있었구요. 하지만 그 실수 이후 수치는 -6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거기에 제가 최선으로 마무리한 결과 35-29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같지는 않지만 그 당시 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연이은 패배에 정신차리고 나머지 2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왔으니까요. 그 덕에 기사들만 모인 경기에서 3승 4패라는 어디가서 명함정도는 내밀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날 회식 자리에서는 제 마지막 라운드가 화두에 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오델러들을 차례로 쓰러트리신 분을 실수가 있으시긴 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겼으니까요. 나름대로 굉장히 뿌듯하더군요. 또한 저보다 몇 수 위에 계신 분들도 실수를 한다는 것을 몸소 체럼함으로서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명인전이라는 큰 대회에 참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네요.

아래는 경기 결과 및 내용입니다.


*길고긴 명인전편도 끝이 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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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for sharing valuable information.

안녕하세요 ksc님, 정말 마지막 경기는 기억에 오래 남으실 듯 하네요.
고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가져오셨다는 것 도 아주 멋지네요^^
어린 나이에 3단이면 정말 대단하구요. ㅋㅋ 명인전 구경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네 ㅎㅎ 보통이 아니셨네요^^

謝謝你分享我的投票給你,請你回想起來

와..오델로 명인전..!!대단하네요ㅎㅎ
뭔가 잘 모르지만 사진만으로도
전해지는 대회의 긴장감이 보여요

ㅎㅎ감사합니다

오델로 명인전도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ksc

넵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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