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양회동 열사 추모 성명 / 우리의 추모의 이름은 노동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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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모의 이름은 노동해방이다

전세계 노동자가 해방을 이야기하는 세계노동절에 한 명의 동지가 분신했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 동지가 폭압적인 노조탄압에 분신으로 항거했다는 소식에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13만 노동자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윤석열 정권의 노조탄압은 말그대로 노골적이었다. 2022년 12월 5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노조 동조 파업은 불법행위”라며 “없는 제도 만들어서라도 뿌리 뽑겠다” 발언했다. 이틀 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현장 200일 특별단속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1천여 건설노동자가 수사 선상에 올랐으며, 15명이 구속되었다. 건설노동자 탄압을 포상하는데 쓰인 1계급 특진만도 50건에 달한다. 이는 올해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전체 특진자 510명 중 10분의 1을 오로지 건설 노동자 때려잡기에 몰아쓴 것이다. 사냥개처럼 달라붙은 단속 인원만 무려 삼천여 명이라 한다. 열사가 쓰러진 후 신청된 영장실질심사 연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저인망식 압수수색과 노조 탄압은 열사의 시신이 운구되던 날에도 멈추지 않았다.

건설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위법과 폭력으로 둔갑시킨 정권의 폭력이 열사를 죽였다. 월례비를 부당이익으로 비난했다. 전임비를 금품갈취로 매도했다. 정당한 채용 요구를 공갈 협박으로 모욕했다.

광주고등법원이 지난 2월 16일 임금성을 인정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월례비가 어떻게 불법인가. 일용직 중심의 산업 특성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와 단체협약을 통해 전임비 협약을 맺은 것이 어떻게 폭력인가. 노동조합을 근로자공급사업의 주체로 인정한 직업안정법 제33조에 따라 일자리를 찾아준 것이 어떻게 위법인가.

진짜 폭력은 무엇이며, 진짜 불법은 무엇인가. 건설현장에서만 한해에 400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동안 죽음에 눈감았던 자본이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 평당 28만 원 공사비를 4만 원으로 둔갑시키는 이 중간착취의 연쇄구조가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 현장 점검 열 곳 중 두 곳이 불법하도급에 적발돼도 눈감아 주는 이 나라가 건설 행정이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 끝모르는 탐욕의 자본이 폭력을 휘둘렀고, 노동자를 이간하여 지지율을 방어하려는 정부가 그 폭력을 묵인했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이 폭주하고 있다. 주 69시간 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그리고 이 퇴행을 가로막고 있는 민주노총 마저 깨부수려 하고 있다. 되먹지 못한 권력놀음으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노조탄압과 노동자 이간질로 어떻게든 만회해 보겠다는 꼬락서니에 헛웃음이 샌다.

우리는 경고한다. 건설노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故 양회동 3지대장과 유족들에게 사과하라! 건설노조 압수수색하듯 불법하도급이 만연한 건설 현장을 확인하고 위법에 대해서는 선처 없이 강력히 처벌하라!

책임있는 자들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없다면, 세계노동절에 참석한 13만 노동자는 대한민국 3천만 노동자의 가슴속 분노의 마중물이 되어 이 정권의 끝물까지 끊없이 쇄도할 것이다. 우리 노동·정치·사람은 열사가 그토록 염원하던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나라, 노동해방의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추모의 이름은 노동해방이다.

2023년 5월 8일

노동・정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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