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 (feat. 생존신고)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라나입니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지낼땐 그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는데 집중하다보니 스팀잇을 잘 접하질 못하고,
지금은 시차적응과 더불어 짐정리, 청소 등 할일이 태산이라 이제서야 스팀잇을 접하게 되네요.
스팀잇을 하지 않은 동안 정말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하니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부모님과 같이 지내는게 오랜만이라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서운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한국에 있는 동안 제 모습은 결혼 전 아무것도 안하는 딸이었고,
엄마는 딸 걱정 한가득인 잔소리 많은 엄마였습니다.
내 자신이 어른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철부지 딸로 한달을 넘게 있었습니다.
아마 한달동안 책임, 의무라는 단어를 잠시 묻고 하고싶었던 것들을 저를 위해서만 많이 즐겼던 것 같습니다.
아이도 그런 엄마를 잘 따라줘서 다행이었다고 할까요?!
한국에서 하고싶었던 염색도 하고, 화장품도 사고, 먹고싶던 음식도 실컷 먹고, 서점에서 책도 읽는 등 제 개인을 위한 즐거움을 충족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즐겁게 보내는게 아닌 저만을 위한 시간 말이죠.

한국으로 갈땐 최소한의 금액만 환전해서 갔습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가게된 한국행이라 돈도 많이 없었을 뿐더러 남편돈에 대한 저의 소심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부모님 사정은 조금 달랐습니다.
예전과 달리 구직이 어려운 아버지와 소일거리에 항상 피곤해하시는 어머니, 취업난에 허덕이는 동생에 이어 아이와 함께 한달동안 친정살이를 하게 될 딸까지... 여간 부담이 아니셨을 겁니다.
그런데 가지고 예산은 오로지 저와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었습니다.
애초에 가족들을 위한것엔 포함이 안되어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아이 옷과 제 옷에 여행비, 먹거리 등을 위해 정말 많은 돈을 쓰셨습니다.
금전적인 문제가 지금도 제일 죄송스럽게 다가옵니다.

오랜만에 가족을 보는 만큼 부딪히지 못한 시간들이 많이 길었나봅니다.
조그만 말의 높낮이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부모님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일 가까운 사람이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관계도 이해하고 노력해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 엄마에게 더 철부지였습니다.
누구보다 나를 먼저 이해해주길 바랬고, 엄마에게 엄마니깐 다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엄마면서 말이죠...

사실 이번 한국 방문은 가족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해가 더 깊어지려 할때쯤 미국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많은 아쉬움을 가득 안고서...

일주일동안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생각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젠 딸이 아닌 아내와 엄마의 자리로 돌아온 이 순간이 참 묘하게 다가옵니다.
예전엔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간 자리었는데 지금은 두렵기도 하고, 행복하지만 우울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언제그랬냐는듯 잘 지내겠지요.

아이는 프리스쿨에 가고, 저는 다시 그림그리기 시작하고, 개인시간도 갖고, 스팀잇(?!)도 하구요.

무지개그림.jpg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존재, 그림자가 무섭게 다가온다.
그러나 알고보면 작은 물고기, 고양이, 잠자리, 돼지 등 무섭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데 지레 겁을 먹는다.
그 그림자를 보면서 겁먹고 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사자, 호랑이들이 참 웃프게 다가온다.
그림자의 존재를 모르고 무서워 하는 사자와 호랑이, 모든 걸 알면서도 겁먹은 빛을 타는 소녀
어둠이 나을까 아니면 빛을 비추는게 나을까?

아이와 창문에 반사된 무지개를 발견하고 찍은 사진이에요.
사람 마음이 항상 같은 색은 아닐테죠.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면서 다음에 또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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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시간을 다 보내시고 미국으로 돌아가셨군요. 다시 자주 뵙겠네요,

한국 관련 내용 얘기네요.꽃은 벌들을 모으고, 좋은 글은 사람들을 모읍니다.감사합니다.

(╹◡╹)부모님은 딸과 손자보셔서 기쁘셨을거에요~

아~ 라나님. 한국여행 끝이 났군요 ㅜㅜ. 이번에 부모님과 좋은 시간됐으리라 생각됩니다. 좀더 가족과의 이해관계가 돈독해졌을것 같네요. 우리도 딸이지만 나만의 가족이 생기다보니 어느샌가 부모님과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이 많이 틀려지더라구요. 특히 라나님과 저는 외국인과 외국살이를 하니 더 그렇겠죠!!! 이제 그림 종종 올라오는건가욧??^^

성인이 훌쩍 되어서 부모님과 한 달을 한 공간에서 연속으로 지내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일입니다. 저도 부모님이랑 따로 살고 저희 누나도 외국을 돌아다니다가 가끔 귀국해서 집이 몇달 머물기를 반복하눈데.. 하도 누나와 부모님이랑 부딪히다보니까 이제 귀국한다고 하면 돈을 보내줄테니 차라리 다른 나라를 가보는건 어때? 라며 누나를 설득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네요 ㅎㅎ

한국 방문이 가족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니 다행이네요!
다시 라나님의 자리에서 소중한 시간들 채워가시길 바래봅니다~

그래서 가족이란 울타리에, 친정이라는 울타리에 안겨보는거겠죠.
오랜만에 만난 딸과 손주라서 고생이라는 생각은 안드셨을 것 같아요.
이번에 많이 안기셨었다면,
다음번에는 라나님이 많이 보다듬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한국 나들이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요~

한국에서 푹 쉬고 재충전하고 가시는 거길 바라요~ 미국에 안전히 돌아가시고 다시 시차 적응하시는 것도 거뜬히 해내시길 바라요~^^

라나님의 미안해하는 마음까지도 대견스레 받으시고 좀더 기다려주실겁니다. 라나님이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소중한 딸이니까요
시간이지날수록 서로 좀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행복한 가족이 되어가리라 믿어요
편안한 여행되시고, 또 뵈어요~~

한국에 잠시 다녀가는 길은 늘 마음 한구석이 복잡미묘하고 그렇더라구요. 애틋하기도, 미안하기도, 그립기도 하고... 게다가 금전적인 문제는 늘 마음을 더 어렵게 하네요. 가족에겐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드시겠지만... 오랜 시간 아내와 엄마 역할을 하셨으니, 오랜만의 철부지 딸 노릇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라나님이 철부지 '딸'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머님이 계신 것에 감사하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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