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찰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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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선 비자, 거주 문제, 학업, 생활 등 무엇 하나 쉬운게 없다. 산 넘어 산이라고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불어와 느려터진 행정은 안그래도 신경 쓸 것 많은 복잡한 삶에 방해물만 된다. 한국에서 승승장구 하는 친구들과 내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파리에서 혼자 버둥대는 내 모습이 안쓰럽게 까지 느껴졌기에 나도 처음엔 당연히 불평만 늘어놓고는 했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 도로 짐을 싼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다 문득 깨달은 바는, 나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나의 정체성을 ‘음악인’ 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재즈 연주로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지금 활동하는 세션맨들의 수입으로 내가 만족할 수 있을까. 내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목표치는 어느정도인가. 만약 더이상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사고로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되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의 중심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결국, 나의 ‘중심’이 문제인 결론에 다다랐다. 나의 부족한 점들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과 민감함의 바란스를 맞추어 살아가는 것. 내 중심을 다른 사람의 시선도, 음악도, 그 무엇도 아닌 ‘나’에게 맞추어 지켜내는 것. 우리 모두가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교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정을 부리고만 싶은, 어리광을 맘껏 늘어놓고만 싶은 날이 있다. 사실 어제가 그러했는데 연속되는 레슨에 내 감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에 시간이 흐른 지금 차분히 앉아서 글로서 풀어내고 있다. 학생들에게서 받는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다고 과언이 아닌, 흔들리고 있는 바로 지금.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행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래가 존재하고 그 속의 가사가 들린다. 그 음악에 공감하고, 일어설 힘을 얻고 다시 노래해야겠지. '나' 로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곧 서른이 되는 나이임에도 쉽지 않은 일. 마흔이 되어도, 오십이 되어도 다를 것은 없겠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냥 오늘은 마구 투정을 부리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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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북이오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많은 문헌의 오류를 수정, 정성스럽게 다국어 버전의 디지털 문서로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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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공유되기를 희망하며, 참여에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힘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이미 글로 끄집어내고 나니까 많이 힘이 났어요. 그리고 단것의 힘으로 ^^

음악인은 무대에서 행복하죠 저도 많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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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감사한 밤이네요. ^^

댓글 처음 다네요.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 댓글 감사합니다.

40이 되고 50이 되어도 크게 다를 것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ㅎㅎ 주위 어른들 보면 그 이후도 그렇구요..

그렇겠죠. 오늘을 사는데 너무 흔들려서 문제입니다..🙃

정체성을 음악인으로 두는대신 음악을 사랑하고 배우는 사람으로 두면 덜 우울할까요~^^ 가끔 오늘처럼 투정인으로 정체성 변경하고 생각을 마구 쏟아내시길요ㅋ

사실 매일매일이 투정인이에요. ㅎㅎ 자주 생각 적어볼게요. 위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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