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빛과 물질, 그리고 관계에 대한 생각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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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의 모든 곳곳에서 명암만 다를뿐 어디든 스며들어 존재감을 발하는 빛의 존재, 그 빛에 대하여 물음을 받은적이 있다.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아주 간단한 원리였으나 그 당시는 답을 말하지 못했다. '빛'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선뜻 대답하지 못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였다. 늘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이 질문의 의도와 방향성이 조금도 가늠되지 않았기에 또 '틀릴' 까봐. 이 또한 기대와 불안으로 부터 출발한 나의 약함이었음을 고백한다.


 그 후로 빛에 대하여 조금씩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의 오랜 습관이자 병이다. 물질적 욕심은 크게 없는 편이나 지식은 쌓아두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믿는듯 축적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왜냐고? 나도 모르겠다. 축적의 '양'이 나의 지식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찌되었든, 빛에 대한 논란은 아주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었는데, 뉴턴과 호이겐스의 주장 사이에선 '빛=파동' 의 논리가 상대적으로 이해가 되기 쉽지 않나 싶다. 물론 19세기를 거쳐 많은 이론과 실험을 지나, 결국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광양자설을 통해 설명하면서 빛이 '입자의 흐름'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됨으로 둘다 최근 학계에서 동의한 의견인, 빛이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의 바탕이 된 듯 하지만.


 수학과는 담 쌓고 사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조금만 둘러보면 우리 주위엔 모든 것이 수학임을 알 수 있다. h, x, y 는 무엇이고 플랑크는 무엇이며 광량자설은 또 뭔지 그런건 모르겠지만 여기서 가져가야할 개념은 사실 하나이다. 빛과 물질의 이중성, 즉 duality 란 개념이다. 어떤 경우에는 파동성을 나타내고, 또 다른 경에는 입자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동전의 앞면과도 같다고 설명하는데 나 또한 '동시에 갖는다는 것' 이 아닌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성질과 파동이 다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공부하다가 주목했던 부분으로, '어떤 물리적 계의 한 측면에 대한 지식은 그 계의 다른 측면에 대한 지식을 배제한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상보성의 원리 complementarity principle 이라는 것인데, 입자적 성질과 파동적 성질은 서로 상보적이라는 데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둘은 서로를 배제하는데, 즉 빛이 입자인 면일 때는 파동의 성질이 없고 파동인 면일 때는 입자의 성질이 없다. 동전의 앞면처럼 두 가지 성질이 동시에 나타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일단락 멈추고 호흡을 해야했다. 이 후 예상되는 연구 경로는 심층 깊은 자료들이였으니 여지껏 읽고 공부했던 부분들을 복습해야할 순서였기에 식어버린 차를 다시 타러 부엌으로 향했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보니, 이러한 이중성이 사람에게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최근에 친한 형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레일라는 이러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또 다른 이러한 면도 있네.' 라고 말한 구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빈 머그컵에 뜨거운물을 다시 받으며 생각했다. 사람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진심' 이라고 믿는 나에게, 그 말은 아직도 나에 대하여 알아갈 것이 남아있다고 전해진 그 분과의 관계가 안심이 되었던것 같다.


 내가 상대를 완벽히 다 알았다, 라고 하는 그 순간 관계는 위험해지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모름의 영역을 놔두면서 그것에 대한 열정을 불살라야 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관계인 것이다. 데리다의 말처럼, love is not knowing - 사랑은, 모름을 남겨두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도 이중성이든, 삼중성이든, 내 안에 있는 정말 다양한 결들을 상대방과 알아가는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참 많다.


 어떠한 공부든, 내가 이것을 왜 공부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지속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학생들에게 내가 늘 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결과는 정해져 있지만, 사람의 결마다 다른 생각들과 그것이 어떻게 창출되는가에 대한 과정은 모두 각기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하여 '왜' 그런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 근원적인 물음표는 나도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는 부분이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 why am I doing, what am I doing?


Originally posted on Layla. Steem blog powered by EN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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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이 만들어 낸 온기란 개념도 이런 상보성을 갖는다죠. 즉 음과 양의 모순이 만들어낸 어떤 상태. 그게 온기라고 한다는둔요. 지식은 절대적이지만 지혜는 직관은 상보적인가 봅니다.

상보성을 갖는 여러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seoinseock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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