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시월도 벌써 사흘이나 지났다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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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추워졌으면 겨울이 왔다고, 더워지면 더운대로 또 여름이 왔다고 기록을 남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저 일상 속 나의 소소한 책임들을 해내고 성찰하는 것만이 전부일 때가,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 전부일 때가 대부분이다. 나라를 구한다거나 큰 개혁을 이루겠다는 대단한 포부를 세운것도 아닌데 나의 별것 아닌 결심들은 늘 허공에 흩뿌려지곤 했다. 그 아쉽고도 허무한 마음을 붙잡으려 발버둥치다가 서서히 시작하게 된 것이 글쓰기였다. 기록은 나의 편협한 생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기회였다. 별 것 아닌 소소한 생각들이 글로 풀어내면 정리가 되기 시작하고 용기가 된다.


 쓰는 것 만큼이나 읽는 것을 다른 어떤 일보다 선호한다. 최근 핸드폰을 도난 당했는데, 핸드폰이 없던 며칠간은 반강제로 손에 든 것은 이북리더기였다. 평소에는 부러 읽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어야 집는 이북리더기를 나도 모르게 밥먹을때, 화장실에 갈때, 누워서 앉아서 계속 들여다보았다. 핸드폰을 대신하는 무언가- 즉 손에 읽을 무언가를 놓치면 안되는 것이였던가. 소소한 SNS 활동도 일상에 필요한 자극이지만 그 보다 더 큰 것을 그 며칠동안 얻었다. 무려 세권의 책을 '집중해서' 읽은 것이다. 일단 한번 책을 손에 집으니 끝까지 읽게 된다. (궁금함은 참을 수 없어)


 핸드폰이 뺏는 시간들을 경각한 후로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두어 활동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사색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의미없는 스크롤 다운보다 나에게 훨씬 살이 되고 득이 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과 영화 속으로 도망다니는 일에 이만큼이나 보람을 느끼다니. 스스로도 놀라서, 이렇게 마음 편히 지내도 되는 건가 싶을정도로 바깥의 자극을 계속해서 최소화하는 중이다. 내공을 다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나와 책 사이 존재하는 거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


 내가 말을 할때는 그 말이 침묵보다는 나은 것이여야 한다라는 글귀를 읽고 나서는 나의 말에 무게를 더욱 싣는 노력을 기울인다. 적막을 누구보다도 즐기고 있는 요즘이기에 필요로 들어두어야 하는 음악 앨범 리스트 몇을 제외하곤 틀지 않았는데, 가라앉았던 마음이 더욱 차분해졌다. 가장 자주 재생하는 앨범은 Meditation 명상 음악으로 아침 요가로 정신을 가다듬을 때, 저녁에 수면유도 음악을 틀거나 뭔가에 집중해야 할 때 등등 듣곤 한다. 좋은 명상 음악이 있으면 추천 받고싶다.


 읽는 것 만큼이나 더욱 쓰는 것에 내공이 쌓이면 좋겠다는 바람은 종종 나의 지난 글에서 드러나곤 했기에 이러한 욕심이나 감정을 아예 배제한채 글을 쓰기란 무리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활자에 대한 욕심은 지나쳐도 되지 않을까? 필력은 원한다고 외쳐대는 것만으로 늘지 않는다. 하지만 바라는 것만은 공짜다. 세상에 공짜인것이 이 말고 또 뭐가 있는가. 소르본대학에서 언어학 수업도 듣고 싶은, AI 대체가능화 된다는 학문의 끝을 조금 더 잡고 싶은, 문학을 파고 싶은 무모한 꿈도 꾸는 것만은 공짜인걸. 꿈이라도 마음껏 꿔야지.


 날씨는 어제부로 급격히 추워졌다. 아직 10월 초인데 벌써부터 아침 기온차가 이렇게 나면 이번 겨울은 얼마나 혹독하려는지 걱정이 된다. 푸석해진 메마른 손을 연신 비벼야 할때면 핸드크림이 필요한 계절임을 실감하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니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것 같지 않은 시간들도 결국 다가올 것임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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