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의 정치학> '아주 평범한 몸의 일을 금기로 만든 인류의 역사'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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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에 출판된 월경이 어떻게 권력 생산의 수단이 되어왔는지에 대한, 여성혐오 이데올로기를 생산한 몸의 문화정치학에 관한 기념비작인 이 책은 제목이 눈에 띄고나서부터 계속 읽어야 겠다고 마음먹었고, 한국에서 하드카피로도 구매하고 E-book 으로도 소장하고 있다. 이유는 저자 박이은실 님의 여성의 몸과 월경에 대한 연구 그 한 올 한 올이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더없이 소중한 배움의 자료였기 때문에 밑줄을 쳐가면서 읽기도 하고, 훌쩍 떠날때 가볍게 또 눈으로 훑을 전자책으로도 소중하고 싶었던 것이다.

《월경의 정치학》은 여성 몸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생물학적 사건, 곧 월경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 가운데 여성 억압과 권력 생산의 수단이 되었는지 고찰한 책이다. 하나의 평범한 생물학적 과정인 월경이 각 사회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주목받고 의미 부여되고 규제되면서, 어떻게 월경하는 이들의 삶에 그토록 큰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촉망받는 젊은 여성학자 박이은실의 첫 단독 저작으로 페미니스트로서 십여 년의 문제의식을 응축한 연구 결과물이다. 월경의 역사를 인류학적·비교종교학적·지식사회학적·문화경제학적으로 그리고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고찰하며 억압된 성의 해방을 역설하는 이 책은 문화인류학, 문화연구, 여성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월경의 역사성과 인륜성에 관한 참신한 연구서이다.


 책은 월경의 터부(금기) 문화적 배경, 역사, 종교를 통해서 바라본 여성의 몸, 지식사회학으로 본 월경, 소비로서 본 월경 등 여성의 몸을 가졌다면 아주 긴 세월동안 겪어야 하는 일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남성적인 시각'으로서 비춰져 왔는지 얘기하고 있다.

 나는 월경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나의 몸은 어떤 작용과 원리로 인해 한달에 한번 피를 흘리는지, 세상 모두가 알지만 또 세상 누구도 관심없는 나, 즉 여성의 일은 늘 그렇듯 숨겨야할, 창피해야할 일로 간주되어 왔다. 아직도 밖에서 생리대를 꺼내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걸 굳이 뭐하러 보여?" "자랑할 건 아니잖아? 내가 생리한다는거~"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생리대가 없는 친구에게 빌려줄때 굳이 꼭꼭 감추어 전달해주는 것이 당연시 되는 상황도 만연한 것이다.

새어나온 월경혈 때문에 겪었던 낭패감, 월경하는 사람들은 살면서 적어도 한두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최초의 생리대 광고부터 근래 광고에 이르기까지, 광고 유형이 조금씩은 변했더라도 결코 변하지 않는 내용이 '보호'와 '깨끗함'이다. 스타일이나 편안한 착용감, 얇은 두께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일상적으로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생리대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보호'와 '깨끗함' 이라는 이미지는 여성들로 하여금 월경 중에는 자신들이 한시적이나마 더럽고 불결한 상태에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만든다. 월경혈은 남에게 보이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도록 만든다.

 여성의 몸을 어떤 식으로 '통제'해 왔는지, 어떤 방법으로 '소비'를 부추겨왔는지, 어떤 흐름으로 인식을 '조종'해 왔는지, 누가 그렇게 해왔는지 고찰해 볼만한 일이다. 세계적인 흐름과 맞물려 있는 11일에 선고될 낙태죄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 또한 같은 맥락에 포함된다. 당연히 여성의 몸은 여성 스스로가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가의 처벌이나 허락을 거절한다는 ‘여성의 선택권’이란 프레임은 여성의 몸을 ‘통제 가능한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데 있다. 임신중절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일부의 변화’가 아니라 처벌 조항을 폐지하는 ‘완전한 비범죄화’, 나아가 ‘안전한 임신중지’로의 방향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당연한 일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주의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우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까.

 교과서로 삼아야 할 정도의 필독요소를 갖추고 있는 이 책을 월경을 겪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추천하고, 같이 읽고, 논의해보고,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한 연구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 저자 박이은실님께 마음속으로 무한 감사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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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박봇 입니다.
업보트 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감사해요 코박봇!

좋은 책이네요

네. 저에겐 교과서같은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된 책입니다 :)

안녕하세요 laylador님

랜덤 보팅 당첨 되셨어요!!

보팅하고 갈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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