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체험기] 내가 만난 Uber 드라이버들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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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공유경제 이야기는 가볍게(?) 개인 경험담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사실 계속 가벼울 수도;;;)

저희 가족은 2016년 여름부터 1년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냈습니다. 이 시절,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을 자주 이용하면서 공유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우버 드라이버,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공유경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디지털 아닌 현실에 실재하는 존재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직접 보고, 경험하고, 참여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책이나 디지털이 아니라 문 밖에 있다고요. 우버 드라이브,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을 만나고 대화 나누면서 공유경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았던 기억이 많았지만, 종종 불편하거나 씁쓸한 기억도 있습니다. 우선 오늘은 밝은 분위기로(!!), 오래 기억에 남는 우버 드라이버와의 에피소드를 적어봅니다. :)

◆ 추수감사절 저녁에 만난 빅터

2016년 11월 추수감사절 때 저희 가족은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이니까 미국인들처럼 칠면조 고기와 비스킷, 크린베리 잼을 먹어보자며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유명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유명 맛집이라 줄이 엄청 길었어요. 흑흑. 찬바람은 쌩쌩 불지,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칭얼대지…. 어서 밥 먹고 숙소로 들어가자는 생각에, 유명 맛집 길 건너 저렴한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분위기가 딱 에드워드 호퍼 그림에 나오는 간이식당 같았습니다. 형광등 조명은 무척이나 밝은데, 손님 대부분은 허름한 차림새로 혼자이거나 노부부였어요. 그렇죠. 추수감사절 저녁, 가족 친지 친구들과 모여 거나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당에서 이날만 특별히 판매하는 칠면조 요리를 조용하게 사먹는 거겠죠. 그 쓸쓸한 분위기가 괜히 저한테까지 전염됐습니다. 사랑하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있는데도 말이죠.

얼른 밥을 먹고 우버를 호출했습니다. 드라이버는 젊은 청년 빅터였어요. ‘이 청년은 어떤 사연이 있길래 추수감사절 저녁에도 우버 일을 할꼬…’ 괜히 짠해져서 “추수감사절인데 일을 해서 어뜩해요…”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환히 웃으면서 “친구네 갔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며 자기 집이 저희 숙소랑 가깝다고 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귀갓길에 가욋돈을 벌 수 있는 게 승차공유이구나, 순간 깨달으며 멋쩍어지면서 동시에 빅터가 외로운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했었습니다. ^^;;;

◆ 파도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강의해준 부르스


@layra1kr

LA 남쪽에는 맨해튼비치(Manhattan Beach)라는, 아름다운 해변마을이 있습니다. 해변을 따라 2층 주택이 주르륵 이어지는 동네로 TV드라마 촬영지로 주로 쓰이고, 할리우드 스타나 실리콘밸리 IT 갑부들이 별장을 마련하는 동네라고도 합니다. 이 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집에 가려고 탄 우버 드라이버는 60대로 보이는 아저씨 브루스였습니다.

브루스는 맨해튼비치 토박이래요. “요즘 이 동네 집값 많이 올랐다면서요? 좋으시겠어요”라며 강남 아줌마(?)에 빙의해 말을 붙였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자기는 어차피 여기 계속 살 거여서 집값 신경 안 쓴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느냐, 비치에 가봤니? 너무 아름답지? 너 서핑할 수 있어? 못 해? 꼭 배워야 한다! 꼭! 하더니, 파도의 종류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로요. ㅠㅠ

한국식 영어교육에 길들여진 자들은 의성어, 의태어에 약하지 않나요? 대충 눈치로 짐작하자면, 철썩철썩 치면서 높이가 낮은 파도에는 요런 자세를 취해야 하고, 파아아~ 하며 위에서 뚝 떨어지는 파도가 치는 날에는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뭐 이런 식의 ‘파도의 종류 및 습성, 그리고 그 대응’에 관한 강의였습니다. 영어수업이기도 했으나 지금 머리에 남는 건 하나도 없네요. ㅠㅠ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세상엔 소일거리로 우버를 뛰는 (아마도) 부자도 있다는 걸요.

◆ 美 남부의 호스피탤리티를 보여준 도나


@layra1kr

미 남부,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마가렛 미첼의 소설이자 비비안 리가 주연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미 남부는 외부인들을 친절하게 환대(Hospitality)하는 문화가 강하대요. 남편에게 독박육아를 떠맡기고, 친구와 둘이 애틀란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투어를 떠났습니다. 이 소설 관련 현장을 찾아가보는 여행이었는데, 그 첫번째 목적지가 애틀란타 시내의 한 식당. 숙소에서 식당까지 이동을 위해 우버를 불렀습니다.

도나는 활달한 흑인 언니였습니다. 퇴근 중인 직장인인지, 정장 차림으로 프리우스를 몰았습니다. 너네 어디서 왔어? 뉴욕? (동행한 친구가 당시 뉴욕에 살고 있었습니다) 우와~ 나 뉴욕에 가봤는데 정말 멋진 도시더라! (애틀란타도 참 예쁜 도시 같다고 하니) 응~ 애틀란타도 좋은 곳이야. 뉴욕은 사실 너무 크긴 해. 여기는 뭐고 저기는 뭐인데, 꼭 가보렴. 즐거운 저녁 보내고.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여행 즐겁게 해~~ 하며 운전하는 내내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줬습니다. 이후에도 남부에서 만난 사람들은 참으로 친절했는데, 아… 이런 걸 남부 특유의 호스피탤리티라고 하는가 보다...하며, 제 머릿속엔 도나가 남부의 상징처럼 자리잡게 됐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승차공유는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주기도 합니다.

◆ 산꼭대기에 있는 나를 걱정해준 멜린


@layra1kr

멜린은 우버 아닌 리프트 드라이버입니다.
호기심천국인 저는 어느날 LA의 한 공동묘지를 찾았어요. 그 공동묘지에 딸린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가 꼭 보고 싶었거든요. 우버에 그 공동묘지 주소를 찍고 묘지 입구에 내렸습니다. 안내소에 가서 나 여기 미술관 가려는데 길 좀 알려주세요, 하니까 차를 가지고 5분 더 올라가라고 합니다. 나 차 없는데? 어머, 얘, 걸어서는 40분 걸리는데~

아… 미국은 공동묘지도 무지 큽니다. 미술관이 저어기 산꼭대기 위에 있대요. 황망해 하며 다시 우버를 불러서 지도를 보여줬더니,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우버 드라이버는 입력된 주소를 보며 운전하지, 지도를 보지 않는다”며 승차를 거부했습니다. 이 드넓은 공동묘지의 주소가 하나래요, 미술관에 따로 주소가 없대요. 사정을 설명했으나 쌩하니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리프트를 사용해봤습니다. 멜린은 흔쾌히 지도를 보며 차를 몰고 산꼭대기로 올라가줬어요. 정말 미술관이 있는가...반신반의했는데, 산꼭대기에 성당처럼 생긴 멋진 건물이 있었습니다. 멜린은 화장실도 갈 겸 저랑 같이 내려서 미술관은 구경했어요. 어머! 나 이 동네 사는데 여긴 처음 와봐. 정말 멋지다. 더 보고 싶지만, 이제 딸아이를 픽업가야 하는 시간이야. 그런데 너 집에 갈 땐 어떻게 하니? 여기 인터넷도 잘 안 터져서 차를 부르기 어려울 지도 몰라. 내 전화번호를 줄게, 혹시 차를 부르지 못하면 내게 전화하렴. 나는 딸아이를 집에 데려다준 다음에 시간이 되니까 오후 5시 이후엔 널 데리러 올 수 있어. 안 그래도 하산이 걱정이었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그냥 40분 걸어내려가자(올라오는 것보단 낫지!) 각오했는데, 멜린의 말에 안도했습니다. 다행히 미술관 투어 후 우버를 부르는데 성공했고, 멜린에겐 감사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렇네요. 주부도 공유경제 드라이버가 될 수 있겠네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등의 한 자투리 시간에 쏠쏠한 수입을 거둘 수도 있겠네요. 엄마 드라이버는 멜린처럼 고객을 배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더 탁월하지 않을까요?

이 글을 쓰면서, ‘기억에 남는 우버 드라이버’가 공유경제와 뭔 상관이냐, 친절하고 나를 도와줘서 고마운 택시 기사도 많지 않냐, 그렇다면 공유경제 얘기한다면서 이런 얘길 왜 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공유경제가 주는 ‘가외의’ 효용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많은 경우 우버 드라이버와 말 한 마디 섞지 않기도 합니다. 저도 제가 피곤하거나, 우버 드라이버가 좀 무섭게 생기셨다거나 하면 입 꼭 다물고 핸드폰이나 창 밖만 주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성의를 가진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우리집 아저씨는 "나 오늘 할리우드 영화 감독 만났어!" 하며 우버 드라이버한테서 받은 명함을 자랑하더군요. (독립영화 감독인데, 명함에 적힌 사이트에 들어가서 감상해본 영화는 참 난해했던 기억이 ㅋㅋㅋ)

낯선 여행지에서, 혹은 국내 카풀앱을 이용하면서, 공유경제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공유경제라는 것, 재밌지 않으신가요?

PS: 그런데 스팀잇에서는 사진설명을 어떻게 달 수 있나요?
사진 바로 아래에, 본문과 구별해서 작성하는 방법을 혹시 아시는 분, 가르쳐주세요!!

(파도사진---베니스비치. 우리집 아저씨와 작은아이의 뒷모습.
밤의도시 사진...애틀란타 다운타운의 12월 밤 모습.
성당 사진...LA의 공동묘지, Forest Lawn Glendale의 산꼭대기 성당 겸 미술관 건물)

구분선은 @yani98 님의 https://steemit.com/kr/@yani98/6aspiq-2 에서 가져와 써봤습니다. 너무 이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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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공유경제 이외에도 사교의 장이 될 수 있군요. 사실 말 거는 택시기사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왜인고 생각해보니 비슷한 연령대(50대이상~)에 특정성별(그러니까 아저씨..ㅎㅎ) 사람이 하는 말들이 대부분 정해져있더라구요. 정치 욕하는 이야기.. 자기 자랑하는 이야기 등등..ㅎㅎㅎ 우버를 이용하면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할수 있는것 같아서 궁금하긴 하네요.

저도 비슷한 이유로 서울 택시에선 조신하게 스마트폰만 합니다 ㅎㅎ 우버 드라이버들 중에 무뚝뚝한 분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게 사는 재미죠 :)

저도 사진설명 사는법이 궁금하네요
알아보고 혹시 알게되면 댓글 달께요

감사해요. 다른 분들 보니까 글씨체를 다르게 한다거나, 앞에 기호를 넣거나 하시더라고요. 저는 아직 그조차 어려운 뉴비네요 ^^;

정확히 어떤 형태를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https://steemkr.com/kr/@nand/markdown 이 링크에서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해당 내용 중에서 'quoting text 인용구' 부분 확인 해보시면 도움 되실 것 같아요^^ @noisysky 님도 도움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하~~ 사진 아래 세로 선을 넣어 사진설명 쓰는 스티미언들이 있던데 마크다운을 저래 쓰는 거군요! 네이버 포스트만큼 예쁜 사진설명이 되진 않지만, 다음 글에서 저래 작성해봐야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Uber Driver 와 관련된 공유 경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에어 비엔비 관련 공유 경제 이야기도 기대가 되네요. ^^

프랑스 에어비앤비 체험담 있으시다면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

아직 제가 프랑스 에어비앤비 체험한 적이 없어요. 나중에 체험하게 되면 포스팅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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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는 '팁주기' 기능이 정말 유용한거 같아요. 저도 올해 초에 CES 취재갔을때 친절한 드라이버들은 이걸로 팁을 줄수 있고, 그아저씨들은 더욱 친절해지는 선순환이.. ㅎㅎㅎ

우버가 처음엔 팁이 없어 각광받은 측면도 있는데, 팁 기능을 좋아하는 고객도 있군요! 선순환 좋네요 :)

공유경제는 참 재미난 것 같아요.
저희도 여행하다 보면 에어비앤비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숙소 주인보다는 아무래도 소통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 마음 맞는 호스트와 좋은 기억을 남기면 부가적으로 그 나라에 대한 기억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
풀보팅 드리고갑니다!

맞아요. 좋은 호스트가 좋은 여행을 완성시켜주죠. 다음에는 키만 부부님의 경험담 들려주세요. 그리고 조지아의 좋은 호스트 부부, 쭉 하시길 응원드립니다 :)

쉽게 체험할수 없는 일들인데 잘보구 갑니다
공유경제 별건가요 이런게 공유경제죠 ㅎㅎㅎ

그러네요. 이런 게 공유경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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