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꼬리 곰탕 한그릇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은 어머니 병원에 가는 날이라서 일을 쉬게 되었다.
따라서 오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대학 병원에 다녀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른 점심을 드셔고, 나는 집에 남아 있던 김밥 몇 젓가락 집어 먹고 나왔다. 얼마 먹진 않았으나, 너무 늦게 김밥을 먹었던 바람에 점심 생각이 나지 않아 식사를 거른채 병원으로 출발했다.

갑상선 검사결과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신다. 조금만 더 약을 드시면 어느정도 치료가 될듯하고, 향후에는 관리가 중심이 될 것이다.
여하튼 오늘 진료는 잘 받고 왔으나, 오늘따라 왜이리 서울바닥에 차가 많이 밀리는가? 유난히 오늘 심하게 밀려 온몸이 힘이 빠지고 허기가 지는듯 하며, 눈이 어질어질한다.

저녁 6시가 넘도록 오늘 먹은 것이라곤 김밥 몇조각 먹은 것이 전부이다. 게다가 어제는 몇시간 잠도 못잤다. 운전하는데 눈앞이 침침하기 까지 한다.
우여곡절 끝에 7시가 훨씬 넘어 집근처에 도착하였다. 저녁시간이 늦어 인근 갈비탕집에서 밥을 사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딱히 맛집은 아니다. 사실 지금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맛집 따지고 그럴 형편이 아니다.

보통은 갈비탕 10,000원 짜리 시켜 먹겠지만, 오늘은 먹을 것에 매우 욕심이 생긴다. 따라서 20,000원짜리 꼬리 곰탕을 먹어 보기로 했다.
썰어 놓은 대파를 두 숟가락 가득 넣고, 다대기도 조금 풀어 넣었다. 고기는 따로 꺼내서 간장에 찍어 마구 띁어 먹기로 했다. 옆에 누가 보았으면, 마치 짐승 한마리가 뼈에 붙은 고기 띁어 먹는 모습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꼬리곰탕 국물엔 밥을 말았다. 한그릇 가지고는 어림 없었다. 공기밥 두그릇을 말았다.
국물까지 다 먹고 나니 이제좀 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땀을 쭉 빼가면서 꼬리 곰탕 한그릇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 순간 만큼은 돈과 권력이 무의미 했다.

밥이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를 새삼 느낀 하루였다. 식당 한편에 "약식동원"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고, 음식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있었다.
평소엔 그런 말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저 말이 가슴에 깊히 세겨진다. 그만큼 음식은 인간에 있어서 약처럼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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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정도면 2그릇이 맞네요 ^^

맞아요 맛있는거 열심히 먹고나서 배부를 때 세상제일 행복하죠 ㅎㅎ

그래서 밥심으로 살아간다는 말이있죠.ㅎ

꼬리 곰탕 진짜 맛있을거 같아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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