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it의 2018년을 기대하며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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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다른 동물은 갖지 못한 "집단 신화"를 통해 발전과 쇠퇴를 반복하며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집단 신화는 종교이기도 하고 신념 혹은 이념이라 불리기도 하며 시대를 따라 계속 변해왔다. 애니미즘, 교황, 공산주의같은 것들 말이다. 행복을 찾는데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인생의 주인이 나라고 외치는 현대인의 핵심가치이자 "집단 신화" 는 고로 휴머니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최종적으로 그 행복을 쟁취할수 있을 것인가? 미래에 펼쳐질 사피엔스의 진화는 AI와 생물학의 결합으로 추진될것이라는 논지를 이어간다. 인간이 원하는 것을 자신 스스로보다 정확히 아는 AI-빅데이터를 기반한 알고리즘과, 인체를 사이보그화 하여 수명의 제약을 벗고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시킬 생물학 및 의학의 발전. 과연 디스토피아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는 인류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익숙한 논리의 귀결은 아쉬웠다.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볼수도 있고 비판의 여지도 많다는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섬뜩하리만큼 현실감 있게 세부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하며(작가가 너무 해박함) 미래사회를 묘사하니 그의 핵심 주장을 또렷이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설득당했다고 해야겠다.

위에 요약한 유발 하라리의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휴머니즘의 혁명적인 발명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성 국가와 자본주의의 실패를 논하는 이들이 주위에 많다. 저성장중인 세계경제라 쓰고 수명이 다한 세계화라고 읽는다. 그걸 뒤집으려는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고 이끄는 자리에 선출되었으니 과히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한편으로는 빅브라더(FANG)의 알고리즘 권력에 대한 견제를 외친다. 그리고 더 '인간적인',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자고 강권하는 휴머니즘, 어쩌면 이것이 블록체인의 심장부에 감춰진 모체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사이버펑크 운동에서 시작된 비트코인의 초기역사를 보면 이런 가설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인들이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이유가 이러한 시대정신에 동감하는 시민층이 뚜렷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토시 나카모토 혹은 비트코인을 개발한 집단지성의 목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비트코인 개발의도는 순전히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수 있는 최종의 p2p 화폐 주조일수도 있겠다. 정답은 어찌 알수 있을까? 역사는 승리한 이들이 기술하기 나름일테니.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하나둘 알아가며 공부할거리를 찾는 재미가 생겼다. 코인의 우상향 곡선에 취해 하나 둘 늘어나는 코인을 세어가며 가즈아를 외치는 희열도 좋았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새의 steemit처럼 흥미로운 공간이 또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좋아요 누르면 돈을 벌어요. 컨텐츠가 돈을 벌어요."의 캐치프레이즈 정도로 이해하고 시작한 blog 혹은 sns였는데, 점차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지갑을 들여다 볼수 있고 그것이 현금이라면 현금의 흐름을 낱낱이 파악하고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수 있다. 사용자가 누구나 경찰, 감사기관의 역할을 자처할수 있다는 뜻이다. 또 입법 내지 행정기관의 역할도 있다. 대화를 통한 생태계 컨센서스 혹은 문화 형성(입법)과 업&다운 보팅을 통한 자체평가(사법)가 그것이다. 블록의 형성과 그 유지 발전을 위해 증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갈수 없는 시스템인듯 하다. 스팀잇 내에 검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고 경찰, 감사원도 있고 자본가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보팅전쟁을 보면 군대도 있다.

우리는 steemit 이라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적어도 가상의 공간 혹은 웹 상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의 밑천을 드러내는 말인지도 모르겠다.)를 자기검열과 상호합의를 통해 선순환시킬수 있을까? 아니면 백서에는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았지만(crab mentality는 언급되어있긴 하다) 늘 가장 위협적인, 인간성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병들어갈수 밖에 없을까? 혹은 내부의 갈등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식민지의 부를 확장시키며 꽃을 피운 제국주의가 그랬듯(비유를 싫어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닮은 구석이 있어보여서 그러니 이해를 부탁드린다.) SMT를 통한 탈출구를 모색할 수 있을까? 이 생태계의 향방은 함부로 말할수가 없다. 지금도 역사는 진행중이므로 내가 그 역사에 동참하는 수 밖에.

이제 내게 steemit은 블로그나 sns로 보이지 않는다. 또 새로운 컨텐츠 경제구조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경제구조라는 말도 싱겁다. 신문, 콘테스트, 콘서트, 영화, 거래소, ico, 물물교환, 비지니스 뭐든 다 가능해 보인다.

이쯤 되면 steemit은 dPOS 방식의 블록체인 위에 올려놓은 잔인하고 투명한 인류사회학 혹은 역사학 실험실인듯 싶다. Dan의 우주정복론같은 말이 나온 이유가 이런데 있나보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유발하라리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 맺음을 짓는다. 그는 미래 인류의 집단신화가 무엇이 될지(데이터교가 될지?) 예측할수 없으나 AI 에 인간의 마음과 의식을 빼잇길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steemit 사용자들이 steemit에 AI를 모셔와서 판사님을 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이 블록체인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써내려가고 싶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즈아의 정신은 steemit 사용자들의 인간성에 대한 긍정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또 외쳐본다. 2018년도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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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와 닿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벤티님 동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새해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래요:))

개인적으로 개인정보로 묶이는 지갑사용내역이 샅샅히 밝혀진다는게 신선하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대한 정반대의 실험이죠. ㅋㅋㅋㅋㅋ 2018년도 lylm님과 함께 가즈아아아!

그렇네요 진짜 반대의 실험이네요:)) 18년도는 참치씨의 만행과 같이 가즈아~~~~ㅎㅎㅎ

집단신화적 관점으로 본 스팀잇의 2018년 예측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과학기술적으로보나 문화인류학적 인문학적으로보나 스팀잇과 블록체인은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집단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측은아닙니다ㅠ;; 센치하게 잡설을 푼것같아 지우고 싶기도해요 ㅎㅎ 스팀잇과 tiziano 님도 함께 가즈아~~~~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2018년엔 완전히 다른세상이 되겠죠.

감사합니다.. 내년 내후년도 함께 가시지요~~^^

스티밋의 무한한 가능성 믿어봅니다 스티밋 가즈아!!!!!!!
저는 오늘 졸도해서 병원에서 연맘ㄹ보내내용 건강유의하시길!!

헉스..넘무리하셨나봅니다 쾌유를빕니다..

필력이 ㅎㄷㄷ 하십니다 ㅎㅎㅎ
2018 년 함께 가즈아!!!!!!

방문감사드리고..가즈아~ㅎㅎ

안녕하세요^^lylm님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동안 뉴비들을 위해서,kr커뮤니티를 위해서, 스티밋을 위해서 해주신 일들에 늘 감사함 느끼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저도 kr커뮤니티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스티미언이 되겠습니다. 새로운 다짐도 좋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시간되신다면 3분 시간 내시어 이 영상한번 보시고 새해 시작하시면 좋을 것같습니다. 올한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lylm님! 2018더욱 탄탄한스티밋을 위하여!!

smartcome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이쯤 되면 steemit은 dPOS 방식의 블록체인 위에 올려놓은 잔인하고 투명한 인류사회학 혹은 역사학 실험실인듯 싶다. <-- 고개를 끄덕이고 갑니다.

생각의 파편들이 얽히다 어설픈 문장만 맺고 맙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공 분야 말고 이런 글도 많이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노오력해 보겠습니다ㅎㅎ 전공글도 더 꾸준히 연재해야겠는데 어렵네요 ㅠ

안녕하세요^^lylm님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어제 가입한 해피입니다! 스티밋에 큰 획을 긋겠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여기에 댓글을 달아주신거군요.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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