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두 번 가기도 합니다.

in #kr6 years ago

커피한잔

안녕하세요? 트리입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고 계시나요?
토요일은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는데, 왠지 이 비가 싫지만은 않네요.

여유를 즐기며 방에서 혼자 영화를 보던 중에 형광등이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시끌시끌!!)
얼마 전 형광등 안정기를 교체했던 적이 있기에 연쇄적으로 여기저기 등을 갈아줘야 할 때가 됐나보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보던 영화를 끊고 갈 수는 없으니 어두운 방에서 혼자 쓸쓸히(?) 영화를 끝까지 보았죠.

영화도 끝나고, 귀차니즘에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나서야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전등을 지금 갈지 않으면 내 소중한(?) 컴퓨터 방에서 밤늦게 스팀잇을 하며 킥킥거리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아.. 그러고보니 아이들 방과 안방에도 형광등이 하나씩 나갔군요.
컴퓨터 방에도 형광등이 하나 나갔었는데, 드디어 남은 하나가 나간 겁니다.
이 말은 다른 방들도 어두움의 위험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거죠.

그 생각이 드니 빨리 나가서 형광등부터 사와야겠다 싶더군요.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으니 우산도 써야겠고, 손에 들고 오긴 뻘쭘하니 장바구니라도 하나 챙겨야겠다 싶습니다.
결제를 위한 카드와 입구에서 번호를 누르는 것도 귀찮으니 키도 하나 챙깁니다.

낮잠을 잔 터라 머리도 엉망이고, 추레한 차림으로 우산까지 뒤집어 쓰고 집을 나선지라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고 나갑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라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줄었습니다.
비는 이제 마구 쏟아지지 않고 부슬부슬 물안개 느낌으로 흩날립니다.

이 비가 왠지 느낌이 좋네요. ^^
예전에 고등학생 시절 꼭 비가 오면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우산 하나 쓰고 한 시간 정도를 산책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비가 내려 물이 흐르고 있는 길 가장자리를 첨벙첨벙 걸어다녔죠.
지금 생각하면 깨끗한 물도 아닐테고 그 더러운(?) 물에 왜 그랬나 싶지만, 그 때는 그냥 그게 좋아 그랬었죠.
그래서 저희 아이들도 첨벙첨벙을 좋아하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아무튼 이제 첨벙첨벙은 하지 않고 집에서 7분 거리의 마트를 옛 생각 하며 걸어갑니다.
다행히 제가 찾는 형광등이 있군요.
혹시 몰라 형광등 안정기도 파는지 찾아봅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네요.
형광등 2개들이 패키지 2세트를 삽니다. 영수증도 잘 챙깁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어가 봅니다.
아이들이 있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텐데, 지금은 혼자 뿐이니 과감하게 대시합니다.
​​
오.. 오랜만에 빵O레로 보이고, 다른 아이스크림도 많네요.
오래된 아이스크림이 아닌가 보니 제조일자도 2018년이네요.
추억의 빵O레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3종류를 식구 수대로 5개씩 삽니다.

흩날리는 빗길을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검은 비닐봉지, 그리고 형광등이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기분좋게 걷습니다.
이걸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죠?

집으로 돌아와 아이스크림을 꺼냅니다.

와! 아이스크림이다!


오늘은 아내가 제일 좋아합니다. 막내가 제일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막내는 이 중요한 순간에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ㅅ-;;
추억의 빵O레를 먹고 나니 현관앞에 던져놓은 장바구니가 생각납니다.

작업을 준비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잠시 손을 씻고 있는데, 헉! 큰 아이가 온 몸으로 날아 장바구니 옆에 착지합니다.
다행히 형광등은 무사합니다.
아이스크림에 눈이 멀어 새로 사온 형광등을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스스로가 잠시 부끄러워졌습니다.

자, 이제 작업을 시작합니다.

응? 왜 안되지? 하아.. 또 안정기인가..;;

새로 사온 첫 번째 형광등으로 바꿔보았는데, 불이 켜지지 않습니다.
안정기가 문제일 경우, 마트에도 팔지 않았으므로 오늘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몰라 두 번째 형광등으로 바꿔 끼워보았습니다.
엇! 불이 환하게 잘 켜집니다!
안정기 문제가 아니어서 정말정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켜지지 않는 저 형광등을 어쩌나 싶습니다.
다른 방 등까지 하나하나 바꿔놓고 보니 그 문제가 더욱 와닿습니다.

받아온 영수증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면서도 다시금 마트에 가서 형광등을 교환해 와야지만 한다는 사실이 이내 못마땅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인생이 그런 것인걸요.

형광등을 교환하러 두 번째 길을 나섭니다.
아까 내리던 비를 보며 아까 왔던 길을 걷습니다.
장바구니는 집에 두고 이번엔 형광등 패키지만 손에 들었습니다.
1개가 고장이지만 2개들이 패키지니까 2개를 챙겨서 새 패키지로 교환해 옵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던 첫 번째 산책길의 흥분은 없지만, 그 때는 눈에 보이지 않던 거리의 문닫힌 가게도 보입니다.

'본사 교육으로 잠시 쉽니다.(신상품)'


음.. 이 가게에서 신상품이 나오려나 보네요.

아무튼 두 번째의 익숙한 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비는 아직 계속 아까 그 비입니다.

이 수고 덕분에 지금도 저의 소중한 컴퓨터 방에서 이 시간까지 스팀잇을 하고 있네요.
낮잠 자도 이러면 다 나가린데 소용 없는데.. -ㅅ-;;

그래도 야심한 밤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즐거운 주말입니다. : )

야야님_mastertri_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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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ㅎㅎ 좋은 아빠 이십니다 ㅎㅎ 저도 곧 엄마가 됩니다 ㅎㅎ 많이 배우고 갑니다

곧 엄마가 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ㅎㅎ
몸과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면 순산하실 거예요! : )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네네 !! 감사합니다 !! 빨리 순산하고싶네용 ㅎㅎ

오늘도 보람차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신 게 글에서 느껴집니다. 남은 주말도 잘 보내시길.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어요~ ㅋㅋ
어린이들 재우고 나니 자윱니다~ 으하하!! ㅋㅋ

하하. 이제 남은 시간 무얼 하실 건가요?!

토요일 야심한 밤 마지막을 불살라(?) 스팀잇을 했던 거죠. ㅋㅋ
다시 월요일이네요! 신나는 한 주 되세요! : )

아이스크림과 형광등...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이자 본인의 취미생활도 즐기는... 제가 나중에 되고싶은 아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도 아이스크림에 혹했습니다. ㅋㅋㅋ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

형광등 가끔 불량이 있어요.
바꾸러 가는 거 정말 귀찮죠.ㅎ
빵빠레 처음 나왔을땐 참 인기였는데요.ㅋ

딱 처음에 교환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안가게 되어서 좀 불편해도 바로 갔어요. ㅎㅎ
어린시절 빵빠레는 약간 부의 상징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300원 하던 게 생각나요. ㅋ

역사와 전통이 있는(?) 형광등도 초도불량이 있군요;;

개인적으로 요즘 빵O레는 어릴 적 먹던 때보다 크기가 줄어든 것 같아서 슬프더라구요. 모든 과자/아이스크림들이 그렇긴 하지만서두요.

맞아요. 모든 아이스크림, 과자가 용량이 확 줄어들었죠- ㅠ_ㅠ
어릴 적엔 모든 게 다 커보였는데 말이죠~
(심지어 집도!!)

vary nice post . nice work

Thank you. : )

비도 오는데 같은길 두번가면 정말 귀찮죠 ㅎㅎ 그래도 안정기는 안갈아도 되서 다행이네요 ㅋㅋ 안정기는 달기 조금 힘들더라구요

네~ 안정기를 안갈아도 되니 정말 다행이었어요. ㅋㅋ
지난 번에는 처음으로 안정기를 직접 갈아봤는데, 형광등에 비해서는 5배 정도 귀찮더라구요. ㅎㅎ

잘 읽었어요 트리님 ㅎㅎ
좋은 일요일 되시길 ~

감사합니당~
벌써 즐거운(?) 월요일이네요! ㅎㅎ
행복한 한 주 되세요! : )

저도 주말을 보람차게 보내고 싶었으나 어쩌다 보니 또 하루 버린 느낌이네요..ㅋㅋ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비가 오면 야외 활동을 못하니 집에서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느낌이예요. ㅎ
이럴 땐 집에서 영화와 낮잠으로 보충을.. ㅋㅋ
벌써 주말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네요.
이번 한 주도 화이팅입니다!! : )

저도 스팀잇을 하면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이상한 병에 걸렸네요 ㅋㅋ

저만 이상한 게 아니...죠? ㅋㅋㅋㅋ
저도 스팀잇과 암호화폐 쪽 시작하면서 하루는 늦게 자고, 그 담날은 피곤해서 일찍자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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