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웃음을 잃어버린 이유

in #kr6 years ago

C396BD69-0C07-43B6-8155-59BC4A3A97B0.jpeg

프란츠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큰 죄가 두 가지 있으며 다른 죄도 모두 여기서 나온다. 조급함과 게으름이 그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다.

‘의무감과 죄책감’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미움, 자신을 괴롭히는 타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 자신을 좀먹는 자책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땅히 즐겨야 할 인생의 순간들을 즐기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위해 희생해준 고마운 가족들 덕분인지 게으른 천성 탓인지 무엇에 억울할만큼 많이 노력하며 살지도 않았고 (진짜 무언가에 자신을 던져본 사람만이 좌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어떻게든 합리화를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지금까지 방황했던 것도 다 오늘이 있기 위한 겪을 수 밖에 없는 과정이었어’라고 스스로를 굉장한 합리화로 무장해버리기에 딱히 내가 살아온 인생에 큰 후회는 없다.

딱 하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엇이 가장 후회가 되시나요?”

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조금도 망설임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가 마땅히 즐겨야 할 순간을 즐기지 못 한 그 모든 순간들”

사실 우리는 태어나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주위의 모든 많은 것들을 즐겼던 것 같다. 아기는 누워 있다가 기고 또 걷기 까지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또 좌절 없이 척척 해낸다.

숟가락을 들어 밥 먹는 것부터 말을 배우는 것, 빨래 너는 것, 청소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놀잇거리다. 그들에게 도전은 곧 기쁨이고 삶의 이유다.

우리도 분명 어릴 적에는 이랬을지언데,
삶이 나에게 주는 모든 도전을 즐기고 그걸 동력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던 날들이 분명 있었을지언데.

우리의 모습은 지금 어떠한가.

삶이 나에게 준 이 모든 것들은 그저 나를 짓누르는 크나큰 부담이며 도전은 두려움이고 삶은 힘겨움이다.

나는 즐거웠던 우리의 인생이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사실 예나 지금이나 인생의 본질은 같은데 왜 예전에는 즐거움으로 느꼈던 것이 이제는 힘겹기만 한 것인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느끼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시부모님과 아이를 같이 키우고 있는데 할머니가 손녀를 바른 길로 교육시키기 위해 말씀하시는 패턴은 거의 비슷하다.

“너 할머니 말 잘 들어야 돼. 안 그러면 할머니 너 싫어할거야.”

“너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 돼. 안 그러면 너랑 놀고 싶어하는 친구들 하나도 없을거야.”

“너 소변 잘 가려야 돼. 안 그러면 사람들이 얼마나 너를 비웃겠니?”

“너 동생 사랑하고 잘 돌봐야해. 너가 누나니까(딸은 겨우 두돌이 갓 지났다..)”

이 패턴을 살펴보면 하나로 귀결되는데 그것은 모든 것이 “너는 - 해야 한다”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무를 행하지 않으면 사람들이(심지어 가족조차) 너를 싫어할 것이다라는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하여 처음에 모든 것을 그저 자신의 내면에 따라 즐기며 행했던 아이는 점점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 모든 것들을 ‘의무’로 행하게 된다..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배정받은 우리는 그 의무를 행하지 못 했을 시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자신을 탓하는 감정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이유없이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을 탓하고 결국엔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세상의 많은 모든 것들.

예를 들면,

어릴 적부터 ‘잘 해야 한다’고 강요 받았던 공부도 사실은 놀잇거리였다. 공부는 ‘해야 하는’것이 아니라 하면 인생을 더 재미나게 잘 살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잘 키워야 한다’로 강요 받는 육아도 사실은 의무가 아니다. (놀잇거리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나와 비슷한 작은 생명이 커가면서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옆에서 지켜보고 보호하고 사랑해주면 그 뿐이다. 나는 나와 같이 인생을 살아갈 사람이 한명 더 생긴 것 뿐이다.

그 출발은 ‘사랑’이지 ‘의무’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들은 ‘잘 키워야 한다’는 누가 주었는지 모를 압박감에 마땅히 즐겨야 할 그 소중한 순간들을 모두 의무감으로 힘겹게 하루하루 보내고 항상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린다.

언제나 자신은 부족하고 나쁜 사람 같다.
왠지 모르게 말이다.

이러다가 인생 자체가 의무가 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저 태어났으니까, 살아있으니까
살아야 하는 ‘의무’로 하루하루 보내는 것.

참 끔찍하다.

우리도 삶의 모든 것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도전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지칠 줄 모르고 신나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주어진 수많은 의무로 둔갑한 나의 즐거움들이 나를 짓누르고 짓눌러서 우리는 웃음을 잃게 되었다.

게을러도 좋고, 좀 조급해도 좋다.

남보다 좀 늦게 가도,
더 빨리 달려가면서 헉헉대도 좋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최소한 삶을 ‘의무’로 살지는 않았으면 한다.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우리는 이 축복을 맘껏 즐겨야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사느라 안 그래도 고생하는 우리에게 자꾸 죄책감 심어주지 말자.

우리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가.

다들 잘 하고 있다.
앞으론 더 잘 할 것이다.

내 자신도 다독다독,
옆사람도 토닥토닥 해주며
인생을 즐겼으면 한다.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말이다.

—————————————————————————
[Ourselves 캠페인]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글을 올리시고
ourselves 테그를 달아 주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긴 젓가락으로 서로 먹여주는 천국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 함께 하실 분은 위 문장을 글 하단에 꼭 넣어 주세요~^^

Sort:  
Loading...
@megaspore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누구든 사람인생은 자기하기 나름인것 같아요. 내 상황이 어떠하든 내가 그순간 감사하고 즐거우면 세상에서 가장행복한 사람이 될것이고 모든것을 갖춰도 어디하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 쓸모없이 허무할테니까요. 언제부터인지 내 스스로 못살게 굴면서 공부하고 일하는게 당연하게 됐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되네요.

격한 공감 하고 갑니다. 어릴때 이래야 좋다 저렇게 해야 좋다라는 말이 후에는 열등감이 생겨 타인과 비교하느라 자존감이 떨어지고 좋아하는 일도 마냥 즐기질 못했더라구요. 아이가 있는 요즘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이래야 한다 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글을 읽고 생각하게 됐어요.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아기의 해맑은 사진을 보니 진짜 웃는건 저런것 이라는 생각이 확 드네요.. 의무라는 이름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도 너무 많다보니
진짜 제 의지는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정성들어간 글에 감탄하게 되네요.. 의무라는 건 진짜 무서운 것 같아요. 재밌어서 시작한 일도 의무가 생기면 흥미를 잃게 되더라고요. 저도 제 스스로 쉬어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많은 생각이 들어요..

하이윤지님~~^^

재밌어서 시작한 일도 의무가 생기면 흥미를 잃게 된다는 말씀 너무나 동감합니다...

안녕하세요 메가님 오늘 찍은 사진이 너무 예뻐서 남겨봅니다!ㅎㅎ
제 나이쯤 친구들은 취업이니 결혼이니 걱정들 많은데 저는 해외에 나와서 알바나 하고 있고..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하늘이 이렇게 예쁜걸요^^
오늘도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ㅎㅎ 내일도 즐기는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

와~~조르바님!!

사진 진짜 환상이네요...!!

예쁜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메가님 계신 곳 공기는 좋은지 모르겠습니다ㅎ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ㅎㅎ 편안한 밤 되시길 ^^

조르바님~

홍콩도 공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네요~^^
집 근처에 바닷가가 있어서 자주 나가 바다와 하늘을 보며 멍(?)때리며 글감 생각하는게 낙이었는데 요즘은 둘째 돌보느라 아예 밖을 못 나가고 집에만 있는데 조르바님 올려주신 사진 보면서 대리만족 하네요~^^

저도 저런 곳에서 멍 때리는 걸 참 좋아해요ㅎㅎㅎ저는 제 한몸 돌보기도 힘든데, 애기 돌보는 게 얼마나 바쁘실지 상상이 안되네요. 힘내세요!
가끔 예쁜 사진이 찍히면 올려보겠습니다 ^^

항상 경험을 바탕으로 심오있는 글이기에 읽다보면 빠져드네요~
저는 부모에게 자유롭게 컷음에도 자꾸 제 아이는 억업하려 드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곤합니다.
아플때는 공부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길 바라며~ 시험기간에는 공부하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합니다~
오늘도 메가스포어님 때문에 한 박자 또 쉬어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의무감과 죄책감을 지우는 것이 싫어 칭찬마저 거부했던 제 청소년 시절이 기억나네요. 저는 이 곳으로 온 뒤 ‘의무’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대신, 정말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죄책감. 저를 걱정^^해주시는 한국인 지인들 덕분이지요. 전에 @megaspore님이 쓰신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 글 처럼, 그냥 그렇게 넘기고 있어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해요.. :-)

그 출발은 ‘사랑’이지 ‘의무’가 아니다.

다 더 잘 되라고 하는 마음이지만, 이게 참 방법이나 그것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자녀분들을 달달 볶으시는 것도 지나고 보면, 우리가 더 어른이 되어가면 "그 때 부모님이 나를 위해 그러셨었지"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해되는 것들.

최소한 삶을 ‘의무’로 살지는 않았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남들이 이렇게 하니까 너도 이렇게 해야해!" 남들을 의식하는 것들이 참 많은데, 저도 그래왔던 것 같아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 사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는데, 그렇게 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게 많죠.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우리 나라는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개인적인 개성보다는 어느 한 양식에 맞춰 잘 그리는게 알맞은 거였죠. 외국에 나와서 한국 미대생들이 데생(흑백 연필로 그리는 조각상, 자화상 등)을 하면, "와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려?!" 그런데 대부분 한국인이 그렇게 그리니까... "왜
너네는 그림에 개성이 없어??" 이런 말들이 나오기도 하고요.

제일 제가 되돌아봤던 것은... 제 연애요.. ㅎㅎ 여자친구한테 의무적으로 대답하고 소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또 살짝 미안해지기도 하고요...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7
TRX 0.13
JST 0.032
BTC 64693.66
ETH 2975.51
USDT 1.00
SBD 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