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개미(3)

morning (70)in #kr • 5 years ago

스팀잇이 심각하게 노잼일 때면 에펨코리아를 보며 힐링한다. 그러다 이것을 발견했다. 직감으로 알아챘던것은, 저 내용이 진짜라는 것이다.
썰을 풀다가 특정제품을 추천했다고 해서 모두 다 쓰잘데기없는 광고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영혼;;이 담겨있다면 그것은 어떤사람에게 굉장히 고마운 정보가 되기도 한다.
영혼이란 어쩌면 스팀에서 추구해 나가야 할 키워드인지도 모른다.

펨코 링크 글은 바퀴벌레약 얘기였지만 말미에 개미약 얘기도 있었다. 예기치 않게 어떤 약으로 개미들을 조져야 할지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이제 승산이 있다. 인간이 개미보다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인간의 우월함이란, 인터넷 게시판 돌아다니다가 이거다 싶은 정보를 가지고 한번 실행에 옮겨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 개미약을 확보하기로 결심하고, 쇼핑몰 검색해서 주문하고, 기다려서, 마침내 배송을 받았다.

길목은 여러군데다. 놈들의 행군경로를 추적해서 3개정도의 개미굴을 발견했다. 내 생각에 개미굴 근처가 덫을 놓기 좋은 곳이다. 멀리 출퇴근하기 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곳을 좋아하는 심리는 개미들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개미들이 갑자기 알아서 찾아온 쉽고 맛있는 먹잇감을 의심해봐야 하듯, 인간인 나도 너무 비현실적으로 그럴듯한 일확천금의 투자처가 생기면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

사진에서 오른쪽 위 파이프 뒤편에 개미굴이 있다. 그럴듯한 가짜 프로젝트를 꾸며서 ICO 투자 마케팅을 하는 사기꾼의 심정으로 저걸 설치하였다.

효과가 있다 아지라엘!
가게 오픈 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와 장사가 잘되는 듯한 희열!
며칠 후 저 개미굴에서 다시는 개미가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굴 속 깊이 있는 여왕개미까지 몰살당한것이다.

이런식으로 해서 3개의 개미집을 깨끗하게 초토화 시켰다. 그러나 아직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근본없는 개미떼가 집안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드글대던 숫자는 많이 줄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은 상태에서 전쟁은 계속되었다.
인간쪽에서 효과 좋은 무기를 얻긴 했으나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다른 할 일도 많다는 약점이 있다. 전시 체제를 오래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개미약을 설치할 때 주변에 다른 먹거리를 치워야하는데 놈들이 생각보다 오래 안죽고 얼쩡거리면서 인간은 전쟁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내다버리기 전에 집안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놓는 통,
여기저기 뭐 먹다가 흘려진 부스러기들, 청소하기 힘든 깊숙한 구석에 있을지도 모르는 흘려진 먹거리... 이런 것들을 처음에 부지런히 단속하던 인간은 점점 게을러졌고, 개미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점점 더 많이 출몰해서 기어다니게 되었다.
인간은 개미 신경쓰기가 지긋지긋해져서 그냥 소파밑, 부엌 구석 등 눈에 잘 안보이는 여러군데 개미약을 설치해놓고 잊고 지냈으며 시일이 어느정도 흘렀다.
글을 올리기 전에 여기저기 살펴보니 뽀록인지 약이 효과를 낸건지 개미가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전쟁은 일단 끝났고 인간은 개미와의 영토 분쟁에서 집을 지켜내었다. 더이상 개미같은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