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재자들: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

in #kr5 years ago (edited)

1937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독일과 소비에트공화국(이하 소련) 전시관은 새롭게 떠오르는 유럽의 양 대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소련의 전시관에는 표현주의 미술가인 베라 무히나의 <노동자와 집단 농장의 부녀자>가 전시되었다. 스테인레스 강철로 제작된 이 작품은 남성은 망치를 들고 여성은 낫을 들고 있으며 작업복을 입은 새로운 노동자를 표현했다.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고 얼굴은 격양된 표정으로 공산주의 영웅화의 상징성을 지녔다. 서로 맞은 편에 위치한 3제국 독일관에는 요제프 토라크의 <동지애>가 전시됐다. 두 명의 거대한 나체 남성 종상으로 불룩 솟은 근육과 이목 구비가 뚜렷한 아이라인이다. 아리아 민족의 동지애와 유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서로 손을 꽉 잡고 얼굴 표정은 근엄하고 거만하게 묘사된 아리아 종족의 전사들이었다.

서로 맞은 편에 위치한 두 동상이 상징하듯 스탈린 치하의 소련과 히틀러 치하의 제3제국(이하 독일)은 두 독재자의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상징이었다. 소련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인간의 사회학적 유토피아였고 독일은 아리아인의 우월적 인간의 인종생물학적 유토피아의 미래상이었다. 현대 과학을 기반으로 한 두 독재 국가는 소비에트 공화국과 제 3제국이었지만 또 다른 디스토피아 혁명의 허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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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ctators: Hitler's Germany, Stalin's Russia by Richard Overy, 2006

리처드 오버리는 <독재자들: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을 통해 두 독재자의 탄생 과정과 성격을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배치하고 있다. 1천 페이지에 이르는 내용은 권력의 쟁취부터 전쟁까지 20세기 독재자의 바이블이라고 하겠다.

권력을 쟁취하고 독재자에 이르는 길에서 스탈린은 레닌 사후 10월 혁명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레닌의 마르크스주의인 제 2의 혁명을 내세워 소비에트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히틀러는 1차 세계 대전 독일의 패전으로 피폐해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독일의 구세주로서 국가 사회주의를 이용했다. 쿠데타 실패 후 합법적인 권리의 민족적 국가 사회주의로 민족 혁명을 내세웠다. 독재자가 전체 권력을 독점 하는건 어떠한 계기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스탈린은 비밀 경찰이 테러 혐의자를 즉결 처형할 수 있는 키로프 법(Lex Kirov)으로 모든 권력을 쟁취했고, 백색테러 뿐만아니라 히틀러는 재판 없는 살인의 공식 허용을 관철함으로써 독재에 이르렀다.

소비에트와 나치독일의 독재에 이르는 과정과 독재 국가의 특징을 살펴본다면

  1. 주변 측근들의 독재자 옹립
  2. 대중적 이미지의 각인으로 대중 독재 체제와 성스런 영웅화
  3. 당 지배 정치의 소비에트 공산당 vs 국가 사회주의(NAZI)
  4. 국가 폭력을 위한 보안 기관과 사법부의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며 반대 세력과 시민 세력을 억압한다. 소련 엔카데베 vs 독일 게슈타포
  5. 악의 평범성 - 국가의 선이라는 평범한 행동은 악의 평범성으로 귀착될 수 밖에 없다.
  6. 법 위의 국가로 개인의 권리는 언제나 집단의 이익에 종속 되어야 한다. 개인의 자유는 국가의 침해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를 따르고 국가의 규칙을 엄격히 엄수해야 한다.
  7. 이분법적 구분을 통한 동지와 적의 이분법으로 사회의 적들에 맞서 싸우는 진정한 수단은 “동지인가, 적인가”로 구분한다. 소련의 경우 공산당과 노동자는 동지이고 트로츠키, 자본주의, 파시즘은 적이다. 독일은 민족과 파시스트는 동지이고 노동자, 노동조합, 사회민주주의, 공산주의자는 적이다.
  8. 경제의 종속 정책으로 동원 경제학 명령 체제로 스탈린은 '혁명'을 , 히틀러는 '정복'을 구호로 내세워 선동했다. '정치는 명령하고 경제는 복종한다.'의 논리로 노동자의 약탈과 착취의 경제학을 수립했다.
  9. 전쟁 - 소련과 독일은 1930년대 후반 유럽의 경제적, 군사적 강대국이 되었다. 스탈린과 히틀러는 본격적인 충돌 이전까지 겉으로는 평화로운 조약 상태에 이르렀지만 곧, 두 독재 국가는 전면적 충돌, 전쟁에 돌입에 이르른다
  10. 수용소 제국 - 두 독재자들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강제수용소, 학살수용소, 노동수용소를 활용했다. 권력층은 수용자에게 학대와 폭력, 강제노동, 즉결 처벌로 적들을 제거하고 공포정치를 감행했다. 특히 독일의 인류 최고의 범죄인 유대인 말살은 인간의 극단의 폭력과 잔인성을 수반했다.

두 독재 국가의 필연적 충돌

레닌은 '전쟁이 초래한 보편적인 파멸로부터 플로레타리아 혁명과 그 승리로만 끝날 수 있는 혁명적 위기가 전 세계에 등장한다.'라고 했다. 스탈린은 이를 계승하여 공산주의 혁명의 승리를 위해서 자본주의적 제국주의과 전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한편 히틀러는 '전쟁은 모든 것의 아버지다.'의 발언으로 국가 사회주의는 유대-볼셰비즘을 타파하고 승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두 독재국가의 전쟁은 모든것을 정치화 시키는 전체주의의 충돌이었다. 전쟁은 결국 연합군과 소련의 승리로 독일은 몰락했고 유럽은 동서 진영으로 나뉘어야 했다. 그러나 소련과 독일의 동부 전선에서 총력전은 잔인한 상호 보복과 전투의 야만화를 불러왔다. 점령군이었던 독일은 가학적 폭력으로 말살 정책을 폈고 또 다른 점령군인 소련은 또 다실 가학적인 폭력으로 보복했다.

독재 체제의 원인과 결론

근대 경제학과 사회과학의 응용에 입각한 사회적 유토피아를 기대했던 마르크스주의, 과학적 사회주의 주장으로 경제 발전이 필연적 계급 폐지와 사회적 이용을 토대로 한 독특한 사회 체제의 조건을 낳는 다는 신념에 토대한다. 플로레타리아 독재를 통해 거짓된 사회 의식의 모든 표현이 근절되리라는 마르크스의 사회 발전은 일종의 현대적 절대주의를 만들었으면 동시에 완벽한 사회적 해방을 약속한다. 이에 대한 극대화된 체제가 스탈린주의의 독재 체제의 역설이다.

독일 독재 체제의 과학적 뿌리는 생물학에서 종족이나 민족을 순수하고 배타적인 ‘종’으로 보존하고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여 그 종의 장기적 건강과 힘을 관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관이다. 히틀러의 생물학적 유토피아는 전체주의적 토대로 종의 보존이며, 권위주의는 유전자 풀의 보존에 필요한 냉혹한 의학적 개입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들이 내세웠던 혁명과 전쟁은 인간의 증오와 분노가 극단적으로 발현되어 폭력을 기인했다. 서구 이성의 극단적의 이념화와 대중의 갈채와 참여, 무제한 권력에 대한 매혹이 길러낸 대중주의적 독재체제였다. 2차 세계 대전의 잔인함의 뿌리는 사회적 지원의 깊이와 두 독재 체제에 대한 심리적 공감의 깊이, 무지막지한 선전을 주입 당한 타자를 겨냥한 증오와 무관심, 공포였다.

현재의 배제와 증오의 권위주의 망령

한국은 남과 북의 독재자가 장기집권하며 20세기 권위주의 시대를 지냈다. 위에서 본 스탈린과 히틀러의 독재체제의 특징 10가지의 대입시켜보면 광복 이후 현재까지 이르는 북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독재 체제와 대립하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자들의 망령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가 독재와 대립물이 아닌 거울처럼 마주보고 있는, 아감벤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법의 효력이 중지되며 예외상태에서 권력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오늘날 의미를 잃어버렸으며 행정 권력이 사실상 부분적으로는 입법권을 흡수하고, 의회는 더이상 법률을 통해 시민들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독점적 권한을 가진 주권 기관이 아닌 행정 권력이 선포하는 여러 법령을 인가하는 존재로 축소되며 권위적 통치 패러다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20세기의 독재 방식이 극단적인 억압과 폭력, 선동으로 체제가 유지되었다면 21세기는 좀 더 치밀하게 정치공학적인 맥락에서 포퓰리즘과 결합하여 권위주의 리더쉽이 유지됨을 간과하면 안된다.


20세기 권위주의 독재 국가들과 독재자들
독일 제3제국(히틀러), 소비에트(스탈린), 한국(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북한(김일성, 김정일), 루마니아(차우셰스쿠), 이탈리아(무솔리니), 스페인(프랑코), 인도네시아(수카르노), 유고슬라비아(티토), 포르투갈(살라자르), 알바니아(호자르), 중국(마오쩌뚱), 필리핀(마르코스), 미얀마(네윈), 타이(송크람), 캄보디아(시아누크, 폴포트), 이라크(후세인), 짐바브웨(무가베), 칠레(피노체트), 아이티(뒤발리에), 니카라과(소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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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라는 단어로 단순하게 치부되는 그 내면에는 열거하신 사항들과 같이 치밀한 계산이 있었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도 열거하신 혹은 기존의 독재 국가들 외에 새로운 독재 국가가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쩌면 요즘의 독재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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