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 자주 먹던 그 약! 타이레놀®이 판매 중지라고?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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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editeam에서 활동하고 있는 약사🏥💊👦 @pharmd 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 뵈었네요! 스티미언 여러분들께서는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오늘은 연일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나오고 있는 한가지 약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바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데요, 그 중에서도 ‘서방정’이라는 제형입니다. 지난 2018년 3월 13일에 유럽집행위원회(EC)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 과다 복용에 따른 간손상의 위험이 유익성을 상회한다’고 판단하여 동 제제의 판매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에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였죠. 그렇다면 이 아세트아미노펜 서방정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약이고, 이걸 계속 먹어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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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아미노펜, 그리고 서방정?

아세트아미노펜

우선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건 무슨 약일까요? 이 성분을 가지고 있는 가장 유명한 약물은 바로 타이레놀®입니다. “어! 머리 아파도 먹고, 감기 걸려도 먹고, 열이 나도 먹던 그 약인데??” 하실 분들이 많을거에요. 맞습니다. 제가 전에 감기약에서 설명 드렸던 내용을 잠시 인용해 볼까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해열진통제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해열진통 소염제와 달리 항염증 작용은 매우 약하답니다. 하지만 발열과 통증에 효과가 좋은데요,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죠. 우선 말초에서의 통증자극 발생을 차단해서 통증을 줄여주고, 통증에 대한 감각을 둔화 시킵니다. 또한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온도조절중추를 억제함으로써 해열효과를 나타내고, 혈관을 확장 시켜서 감기 때문에 발생한 열을 몸밖으로 보내 상승한 체온도 낮추어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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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처럼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과 진통작용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경우에 따라 임산부와 4개월 이상의 소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이기 때문에 우리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약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적정량을 복용한다면요! 바로 여기에서 이번 의약품 안전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서방정이란?

중요한 것은 유럽과 우리나라의 조치가 모든 아세트아미노펜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중에서도, 서방형이라는 제형을 갖고 있는 것만이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제형은 무엇이고, 서방정은 무엇일까요?

약에는 제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아요.

[명사] 의약품을 사용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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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서방형 제형은 ‘약물의 방출 또는 용출 기전을 조절하여 복용 후 체내에서 장시간 동안 약물을 방출하도록 만들어진 제형’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타이레놀®의 약효가 4시간 지속된다고 하면, 타이레놀 ER®(Extended Release 또는 Extended Relief, 서방형 제형이라는 의미입니다)의 약효는 8시간 지속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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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Mean plasma concentrations of acetaminophen in 24 male subjects following oral administration of 1300 mg acetaminophen dosed as either two caplets of TYLENOL®(acetaminophen) Arthritis Extended Relief or four Regular Strength TYLENOL®acetaminophen (two caplets given at 0 and 4 hours).

위의 그래프를 살펴볼까요? 타이레놀 ER® 650mg과 타이레놀® 325mg을 복용하고 나서 혈중 약물 농도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확인할 것은 X축에 있는 ‘시간’입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서방형 제형은 8시간 정도까지 혈중농도가 유지되는 것에 비해 흰색으로 표시된 일반 제형은 4시간 정도면 혈중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방형 제형은 바로 이것을 위한 것입니다. 약효의 지속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하루 3번 먹는 약이 하루 2번, 또는 1번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약 먹는 횟수를 줄여줘서 우리의 복약순응도를 높여 주기 위한 기술인 것이지요. 첨언하자면, 서방형 제제는 동일 용량을 사용할 때 약물의 혈중 최고 농도가 낮아져서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도 합니다. 위의 그래프는 0h 시점에 서방형 제형의 용량이 일반 제형보다 2배로 투약 되어서(650mg 2정 vs 325mg 2정) 붉은색 그래프의 최고점이 더 높아 보이지만, 실제 동일 용량으로 실험해서 그래프를 그려보면 붉은색 그래프의 최고점이 좀더 아래쪽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이죠. 😃

그래프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서방형 제형은 원래 우리가 약을 먹는 횟수를 줄여줘서 편하게 복용할 수 있게 하고, 또 약의 부작용을 줄여 주기 위해서 탄생한 제형이었습니다.

유럽의 판매중지, 우리나라의 안전성 서한, 왜 대응이 다를까?


우선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의약전문가에게 발송한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살펴볼까요?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의 일환으로 이런 안전성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발빠르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아세트아미노펜 이전에 있었던 내용으로는 MRI 조영제의 일종인 가돌리늄 조영제의 뇌 축적문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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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서한의 내용을 보면 유럽 EC에서 왜 해당 제제를 판매 중지하였는지가 나옵니다. “서방형 제제를 과다투여시 관리 방법이 확립되지 아니하여 위험성이 유익성을 상회한다고 판단” 했군요?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면 판매 중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에서는 잘렸지만 아래와 같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는 현재 미국, 캐나다 등 외국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유럽 의약품청(EMA)는 권장량에 맞게 적절하게 복용하였을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으로 인한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평가함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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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의약품청 EMA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자체는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평가하나, 환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과다하게 용량을 복용하였을 때 용량이 많은 서방형 제제가 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용량이 적은 일반형 제제만을 시장에 판매 허용해 두고 서방형 제제의 경우 과다복용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되면 판매 중지를 철회해 보도록 유럽집행위원회 EC에서 결정함”

따라서 이번 조치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약 성분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수십 정 한번에 복용하거나, 머리 아픈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시간마다 약을 복용하거나, 장기간 매일 복용하는 것 같은 특이한 사례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판단하면 유럽에서의 판매중지 조치는 너무 과한 조치일수도 있습니다.

여러 의사, 약사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사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유럽에서의 판매중지 조치보다는 우리나라 식약처의 대처가 더욱 적절했다고 판단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형의 유익성이 충분히 큰 상황에서 오남용의 위험이 크다고 하여 아예 판매를 중지하는 것은 무리이고, 다만 환자가 제대로 복용할 수 있도록 의약전문가들이 적절한 용법용량으로 처방∙투약∙복약지도하고 환자의 주의를 상기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입니다. 서방형 제형의 우수성과 편리성을 무시하고 모든 판매를 중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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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서 이번 기회에 아세트아미노펜의 간 손상 위험성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흔히 접하는 약일지 언정 결코 부작용이 없는 완벽한 약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해진 용량을 정해진 용법으로, 과다하게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그리고 정해진 용량용법이나 권장량 이상으로 복용한 경우에는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할 수 있도록 꼭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주세요. 혹시나 부작용이 있으셨다면 적절한 조치를 받으실 수도 있고,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드릴 수도 있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지금까지 @PharmD였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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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글 감사드립니다.
저같은경우는 편두통이 있어서 이 타이레놀을 애용하는데요.
타이레놀 복용에 대한 간손상 부분에 대해서 궁금한점이 있는데
편두통으로 타이레놀 복용 후, 24시간후 알콜섭취 의 경우도 간손상의 위험이 존재할까요?

알콜의 경우 섭취량에 비례해서 분해시간이 증가합니다. 또한 어떤 도수의 술을 어느정도 양으로 마셨는지에 따라, 그리고 성별이나 효소의 대사능, 체중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시간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답니다. 다만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예를 들면, 70kg의 성인남성이 19도 소주 1병 360mL를 마셨을때 빠르면 2시간반, 늦으면 10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알콜이 다 분해되지요. 때문에 소주 한병 정도를 드셨다면 24시간 후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간대사를 무리하게 계속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으니 주기적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계신다면 음주를 자제하시는게 좋아요! =)

심심치 않게 먹던 약인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흔히 복용하는 약이니 더 잘 알고 복용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유익한 글이네요. 흔히 먹게되는 타이레놀 같은 약이라도 습관적으로 먹는 것 보다 꼭 필요할 때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타이레놀은 그 효과와 안전성만큼 부작용도 명확하기 때문에, 약에 대해 제대로 알고 꼭 필요할때만 적절히 복용하시는게 최선입니다 =)

타이레놀은 참 애증의 약인 것 같아요 ㅎㅎ

동의합니다ㅎㅎ 약사들이라면 다들 타이레놀에 대한 저마다의 애증들이 있을것 같아요 =)

역시... 조심해야하는 것이었군요-
배아플 때 다섯알씩 먹고 그랬었는데... ㅠ ㅠ

비타민 먹듯이 매일 타이레놀 드시는 분도 있으시더라고요...

약은 정말 조심, 또 조심해서 사용하셔야합니다!!ㅠㅜ 용량이 많은 650mg 서방정 기준으로도 다섯알이면 일최대 용량 4000mg을 넘지는 않지만, 많이 아플때 드셨다면 시간재면서 5시간마다 한알씩 드시지는 못하셨을테니..ㅜ 타이레놀을 복용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하셔서, 다른 계통의 진통제로 바꿔 보시는것도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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