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유 (6). 사유는 힘이다 下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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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유 (6). 사유는 힘이다 下

사유가 인간의 육체에 내재하는 한, 모든 것은 제약이 따른다. 한 예로 오토바이는 시속 500km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 그런 기체를 운용하는 건 무리다. 시간은 플랑크 시간까지나 존재하지만 인간의 지각능력은 천분의 일초를 짚어내질 못한다. 즉, 사유의 가능성과는 별개로 육체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 현상은 당분간은 계속 될 것이다. 인간의 사유가 현재 극복해야하는 단계는 곧바로 3단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또 그 중간단계인 2.7정도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육체와 연결된 사유가 바로 직접 감각기관을 통해 접할 수는 없지만 힘의 운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 인간이 지시하는 거의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사유재생기’들의 창궐로 시작된다.

인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AI와, 의도를 힘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다기능, 다목적 로봇 따위들, 혹은 꼭 그런 존재가 아니더라도 인간과 연결된 존재들이 어떤 작용들을 벌일 수 있는 그런 상태가 힘의 2.7단계쯤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3의 힘 상태는 어떤 상태인가?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뇌와 생체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사유만으로 직접 ‘그 모든 물질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상태다.

먼저 다시 힘의 상태를 정의해보자. 제1의 상태는 중력에 비유할 수 있다. 태양계는 우주를 떠돌아다니던 먼지들이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형성됐다. 이런 상태에서 우주는 시작했다. 제2의 상태는 인간의 몸에 사유가 깃들면서 시작됐다. 물론 이 단계 이전에 본능적 수준의 비물질적 체계가 물질계를 움직인 경우가 있었다. 나무의 가지 끝에 잎이 매달렸다 떨어진 사건, 공룡이 진흙에 발자국을 남긴 사건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원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사유가 자신의 몸을 이용해 물질들을 운동시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힘의 비유’가 일어났는데, 그것들은 때로 칼과 창을 만들어 서로의 몸을 찌르기도 했으며, 나무 바퀴를 만들어 말에 맨 뒤 그걸 타고 다니기도 했다. 어쨌든, 힘의 비유 단계에서조차 자연계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 다음 불완전하지만 힘의 제3의 상태가 일어났다. 인력을 벗어나지 않았던 힘의 비유 상태가 산업 혁명 이후로 기계의 힘을 빌리면서 육체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사유는 자신의 육체를 벗어난 그 무엇을 수행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우주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도 아직까진 어쨌든 육체로부터 시작한다. 자동차는 인간이 팔을 돌려야 비로소 방향을 틀고, 인공위성이 동작하는 일도 결국은 인간의 손가락이 어떤 버튼을 눌러야만 한다.

하지만 제3의 힘 상태에서는 우리의 정신활동이 곧장 물질과 이어져있으므로 만약 우리의 뇌가 어떤 가상 세계와 연동돼있어서 가만히 있다가도 ‘하늘을 날고 싶다’고 한다면, 곧장 비행장에 있던 무인 항공기와 ‘연결’되어 그것의 감각으로 하늘을 날게 되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의 묘사가 이와 흡사한데, 물론 이조차도 완전한 제3의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가장 근접하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진정한 제3의 힘은 인간의 감각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그것은 초연결을 넘어선 개념이다.

그렇다면 ‘제4의 힘 상태’는 정의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먼저 제3의 힘 상태는 인간의 사유가 물질과 연결되어 그것에 부여된 물리적 한계 속에서 자유자재로 노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한계가 없다는 가정 하에 기술 발전에 따라서는 이 우주 전체가 사유의 실제 무대가 될 수 있고, 가능한 시간 안에서 모든 시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조차 엄청난 상상의 영역이긴 하지만, 그러나 이 상태는 어디까지나 최초로 이 자연계에 부여된 힘을 이용하는데 지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 제아무리 의식을 자유자재로 다룰 지경이 되었어도, 결국은 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어떤 현상들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제4의 힘 상태는 바로 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이 아닌, ‘새로운 힘’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연계에선 존재할 수 없지만 사유에서는 가능한 운동,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기’, ‘어제로 돌아가기’ 같은 개념을 실체화 하는 것이다. 허나 제4의 힘 상태에 도달한 자들이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러니 일단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으로만 만족하자.

어쨌거나 이처럼 사유는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물질을 움직이는 ‘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작용은 분명 물질계의 법칙과는 다르며, 결론적으로 그것은 사유가 물질적 한계를 돌파하게 해준다는 것 또한 밝혀준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시 강조하는 바이지만, 우리가 사유한다는 것, 그 사실은 내 존재의 만족을 위함이다. 사유가 힘을 가지고 물질계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뿐, 그것이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육체라는 한계에 갇혀있어도 사유 그 자체의 기쁨으로 살 수 있다면, 딱히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생각이 힘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언제든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작용으로 더 만족스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 된다.


<인간과 사유>

인간과 사유 (6). 사유는 힘이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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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신은 존재하는가?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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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 이모티콘 쓸 때가 제일 기분 좋더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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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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