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키아 "지오니"의 비상과 추락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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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추수 감사절을 즐기고 있던 2018년 11월 23일, 중국의 지오니(Gionee)는 지난 16년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을 맞아야 했다.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차에, 채권 은행들이 모임을 갖고 만장일치로 이 회사를 청산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2010년 지오니는 중국 업체 휴대전화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면서 절정을 맞았었다. 중국 시장에서 지오니 보다 더 많은 휴대전화를 판 곳은 노키아와 삼성뿐이었다.

2016년에도 여전히 4천만 대의 휴대전화를 출하했고, 샤오미에 고작 2백만 대 뒤진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운명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파산이 임박했다는 말이다.

지오니는 2002년 류리롱에 의해 설립되었다. 2003년 말이 되자, 매출은 8억 위안(약 1,300억 원)를 돌파했다. 이듬해 매출은 두 배로 뛰었다.

2005년 자체 휴대전화를 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같은 해 브랜드 강화를 위해 가장 유명한 홍콩 배우 중 한 명인 앤디 라우(유덕화)를 모델로 앞세웠다.

연출은 중국 최고의 감독 펑샤오강이 맡았고, "골드 스탠더드로 세계를 정복하자."라는 슬로건으로 광고를 내보냈다. 이 회사의 중국 명칭 “金立”을 영어로 사용한 것이다.

류의 비상은 인상적인 것 이상이었다. 22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25세에 전자 제품 업체의 부사장에 올랐다. 밀수입 사건에 연루되어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반 년 동안을 가택 연금 상태로 보내기도 했다.

이 사건이 해결된 후, 오랜 유통 파트너의 지원으로 30세에 지오니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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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니의 설립자 류리롱)

드라마 같은 추락

지오니의 추락은 2010년 절정을 맞이한 후 시작되었다. 아이폰이 막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놓던 시기였다.

핀란드의 노키아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의 인기를 받아들이는데 굼떴고, 실수에 실수를 반복했다.

회사는 기존의 브랜드 포지셔닝에서 벗어나 '진중한 기업용' 휴대전화로 인식되길 바라다가, 뒤늦게 유행과 젊은 층의 호감을 뒤쫓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기존으로 다시 돌아왔고, 제품 가격을 아이폰보다 비싸게 책정해 하이엔드 제품으로 자리 잡으려 했다. 하지만 엄청난 실수였음이 증명되었을 뿐이었다.

판매량이 줄어들고 상황이 절박해지자, 보수적인 자세를 보이는 대신, 마케팅에 더 박차를 가하면서, 인기 TV 프로그램 후원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오니는 2016~17년 마케팅 비용으로만 60억 위안(약 9,800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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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슈퍼스타 유덕화)

그러는 사이 샤오미, 오포, 비보 및 메이주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바싹 추격당하거나, 오히려 추월당하기까지 했다. 샤오미와 화웨이의 하위 브랜드 아너(Honor)와 경쟁하기 위해 세웠던 회사의 하위 브랜드 아이유니(IUNI)가 2016년 7월 파산을 신청했다.

2018년이 되자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언론 보도도 대대적으로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오니는 2016년부터 임직원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아왔고, 1년 넘게 많은 공급 업체들의 결제를 미뤄왔다고 한다. 3월과 9월 두 차례나 수천 명의 임직원을 해고했고, 6월에는 현지 파트너에게 인도 지사를 얼마 안 되는 금액에 매각했다.

2018년 1월, 법원은 41.4 %의 지오니 지분을 포함해 류의 자산을 동결시켰다. 회사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카지노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잃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공급업체들과 결제 협상을 위해 여러 달을 홍콩에 머물던 기간에도 그에 관한 기사는 끊이지 않았다.

100억 위안(약 1조 6,300억 원) 상당의 사모 신디케이트 채권 만기를 맞은 2018년 10월 말이 되자 사태는 절정을 맞았다. 지오니의 상환 능력은 절반에 불과했다. 채권단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 회사 청산을 결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오니가 슬로건을 "스마트폰에서 스마일폰으로" 변경한 것과 비교해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현재 이 회사에서 웃고 있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류가 장기간 자리를 비운 동안, 부회장 위레이가 전면에 나서서,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문에 대해 설명했고, 채권단과 공급업체에게 회사 구조조정과 채무조정을 위해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호소하고 다녔다.

2018년 10월 31일, 위 또한 수건을 던지고 떠났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언론과 대중은 이것을 지오니의 종말의 시작이었다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였다.

자료 출처: Lance Ng, “Gionee— The Rise & Fall of China's 'No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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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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