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도있고, 가장 신비로운 모래 이야기 (1)

in #kr6 years ago



글로버 박사는 최근 은퇴한 지질학자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작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비탈과 계곡에서 귀중한 광물을 탐사해 왔다. 그는 작은 타원형의 안경에 깔끔한 흰 콧수염,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지프 야구모자를 쓴 작고 뚱뚱한 남성이다. 그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 외진 지역이 세계 나머지 지역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스프루스 파인(Spruce Pine)은 부유한 지역이 아니다. 지역 중심에는 소란스러운 기차역과 그 건너편에 오래전 문을 닫은 극장과 몇 곳의 빈 상점이 있는 2층짜리 벽돌 건물 몇 개가 들어서 있다.

이 지역을 둘러싼 숲이 우거진 산들은 온갖 종류의 귀중한 암석이 풍부하고, 일부는 산업용으로 가치가 있고, 일부는 순수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글로버의 가방 안에 든 광물(설탕 분말처럼 부드럽고 하얀 가루)은 요즘 들어 단연코 가장 중요한 광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글의 저자가 최근 펴낸 책>

석영이지만 보통 석영이 아니다. 밝혀진 것처럼, 수프루스 파인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깨끗한 천연 석영(오염되지 않은 모래의 일종) 산지이다. 최고급 광상에서 나온 이산화 실리콘 입자는 컴퓨터 칩 제조에 사용되는 실리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폰에 들어가 있는 칩이 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애팔래치아 벽지에서 나온 모래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비웃듯 웃으면서 글로버는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10억 달러짜리 산업이다. 이곳을 지나가면서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 몰랐을 것이다."

21세기에 모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고, 더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지금은 우리가 일하는 일자리,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오락거리 그리고 우리서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점점 더 인터넷과 컴퓨터에 의해 지배되고, 태블릿폰과 휴대폰으로 서로 연결되는 디지털 시대이다. 모래가 아니었다면 이 중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의 모래 입자 대부분은 석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석영은 실리카로도 불리는 이산화 실리콘의 한 형태이다. 가상의 세계를 움직이는 물리적 구성요소로서 컴퓨터 칩, 광섬유 케이블 및 기타 첨단 하드웨어를 만드는데 필수 원재료가 바로 고순도 이산화 실리콘 입자이다. 콘크리트나 간척에 엄청난 모래서 사용되는 것에 비해, 이들 물품에 사용되는 석영의 양은 극소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 근처에 채굴된 이같은 고급 실리카 암석이 현대의 컴퓨터 칩의 근간이다.>

스프루스 파인에 광물 자원이 풍부한 이유는 독특한 지질학적 역사의 결과물이다. 약 3억 8천만 년 전 이 지역은 적도의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판 구조가 아프리카 대륙을 동부 아메리카 쪽으로 밀면서, (대양 아래 지층인) 무거운 대양 지각이 가벼운 북아메리카 대륙 아래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 엄청난 움직임에서 생긴 마찰이 섭씨 1천도가 넘는 열을 발생시켰고, 지표면에서 14~24km 아래에 있던 암석을 녹였다. 이 녹은 암석이 주변 주암에 엄청난 압력을 가해 균열과 틈을 만들어 흘러들어갔고, 페그마타이트라는 광상을 형성시켰다.

녹은 암석이 식어 결정화될 때까지는 약 1억 년이 걸렸다. 물이 거의 없는 땅속 깊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생성된 페그마타이트에는 거의 불순물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페그마타이트는 약 65%의 장석, 25%의 석영, 8%의 운모 및 나머지 기타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약 3억 년 동안에 걸쳐, 애팔래치아 산맥 아래의 판이 위쪽으로 이동했다. 햇빛과 비바람은 노출된 암석을 침식시켰고, 단단한 페그마타이트 층이 표면에 드러나게 되었다.




<유니민(Unimin)의 노스캐롤라이나 석영 작업장이 세계에서 최고 순도의 석영을 공급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빛나는 반짝이는 운모를 캐내, 무덤 장식과 화폐로 사용했다. 아메리카 이주민들은 1800년대 농사로 먹고살기 위해 이 산속으로 들어왔다. 몇몇이 운모를 캐내려 했지만, 가파른 지형으로 곤란을 겪었다. 스프루스 파인이 위치한 미첼 카운티에 관하 3권의 책을 낸 아마추어 역사가 데이비드 비딕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강도, 도로도, 철도도 없었다. 말을 타고 물건을 끌어내려야 했다."

1903년 사우스&웨스턴 철도 회사가 켄터키주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까지 철도를 건설하면서 이 지역의 환경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외부 세계에 알려지면서, 광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과 외부 광산업자들이 수백 곳의 갱도와 노천광을 개발했다. 이렇게 스프루스 파인 광산 지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10년이 지날 무렵, 테네시 밸리 당국은 과학자 팀을 스프루스 파인에 파견해 이 지역의 추가적인 광물 자원 개발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들은 돈이 되는 광물인 운모 및 장석에 집중했다. 문제는 이들 광물을 다른 광물들과 분리하는 것이었다.

스프루스 파인에서 나온 일반적인 페그마타이트 덩어리는 겉은 대부분 우유색 또는 분홍색의 장식이었고, 사이사이 빛나는 운모가 끼어 있었으며, 점점이 깨끗한 석영이 박혀 있었고, 여기저기 심홍색 석류석과 여러 색의 다른 광물이 듬성듬성 들어있었다.

이후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은 단순하게 페그마타이트를 파낸 다음, 수공구나 대충 만든 기계로 부숴, 장석과 운모를 수작업으로 분리했다. 여기서 남은 석영은 쓰레기 대접을 받았고, 기껐해야 건축용 모래로 사용되거나, 대부분 다른 폐기물과 함께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테네시 밸리 과학자들은 애쉬빌 인근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미네랄 리서치 연구소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일하면서, 광물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포말 부유 선광법(froth flotation)을 개발했다. 글로버는 이렇게 말한다.

이 기술은 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구멍가게 수준의 산업을 일거에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으로 바꿔놓았다.

포말 부유 선광법은 먼저 암석을 기계 분쇄기에 넣어 과립 수준으로 잘게 부순다. 이어 암석 가루를 탱크에 넣고, 물을 가해 우유 같은 슬러리로 바꾸고 잘 저어준다. 다음으로, 운모 입자와 결합해 소수성 화합물을 형성하는 화학물질을 첨가한다. 이제 파이프를 통해 슬러리에 공기 방울을 주입한다. 주위에 물이 접근하지 않는 소수성 운모 화합물은 기포와 함께 탱크 상부로 올라가 표면에 포말을 형성된다. 외륜으로 포말을 뽑아내 다른 탱크로 옮겨 물을 빼내고 나면 운모만 남게 된다.

나머지 장석, 석영 및 철은 탱크 바닥으로 배출시켜, 파이프를 통해 다음 탱크로 이동시키고, 비슷한 과정으로 포말을 만들어 철을 분리해 낸다.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해 장석을 분리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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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군요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는게 놀랍네요.
이런 광물들은 석탄등 소모되는 것을 만드는 줄만 알았는데...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어서 좋네요. :)
팔로우 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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