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워런 버핏? - 애디 램퍼트와 시어스의 미스터리 2부

in #kr5 years ago



처음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카루스 같았던 에드워드 스콧 램퍼트의 비상은 그 유명한 골드만 삭스의 차익 거래 데스크에서 시작되었다. 램퍼트는 예일 대학 시절 골드만 파트너였던 로버트 므누신 아들 스티브 므누신 한 방을 썼고, 이후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자마자 골드만 삭스에 합류했다. (스티브 므누신은 훗날 ESL에 투자했고, 시어스의 이사회에 합류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재무부 장관이 바로 이 인물이다.)

하지만 램퍼트는 골드만 삭스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3년 후, 리처드 레인워터가 투자한 종잣돈 2,800만 달러로 헤지 펀드 ESL을 출범했다. 당시 레인워터는 텍사스 배스 가문의 원유 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곧 램퍼트는 컴퓨터 선구 업체 마이클 델, 뉴욕의 티시 부동산 가문, 연예계 거물 데이비드 게펜을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발판을 다지기 시작했다.

2006년, 게펜은 포천지에 기존에 자신이 세우고 매각했던 어떤 기업에서보다 ESL에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그해 게펜은 모든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시어스의 주가가 거의 정점에 있을 때였다. 대부분의 다른 거물 투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램퍼트의 다른 면을 본 사람들이 있었다. 1980년대 골드만에서 일하던 젊은 시절 램퍼트를 만났던 한 기업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에디는 주는 거 없이 가져가려고만 했다. 마치 스펀지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정보를 얻고 싶어 했으면서도, 자기 정보는 절대 꺼내지 않는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램퍼트에게는 야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골드만의 위험 차익거래 데스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7명도 골드만에서 나와 헤지 펀드를 차렸고, 그중 가장 성공한 경우가 ESL보다 2년 앞서 시작한 페럴론 캐피털 매니지먼트였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페럴론의 설립자 톰 스테이어도 골드만에서 램퍼트와 함께 일했다.

다른 동료들의 회상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페럴론이 시어스의 주식을 공매도할 정도로 스테이어가 램퍼트를 싫어했다면서, 스테이어는 램퍼트가 몰락하는 모습을 고소해 하면서 지켜봤다고 한다.

페럴론에서 스테이어와 함께 일했던 동료 한 사람은 "톰은 다른 사람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톰만 빼곤 말이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 진보 정치가로 활동 중인 스테이어는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어스가 파산을 신청을 하던 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어떤 입장인지 엿볼 수 있다. "시어스의 소유주들이 연급 수급자와 납세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먼저 차지해 버렸다. 옳지 않은 행동이다.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2004년 말, 비즈니스 위크지는 아첨 섞인 커버스토리를 통해 램퍼트를 차기 워런 버핏이라고 소개했다. 1년 전 램퍼트는 파산한 K 마트의 채권 8억 달러어치를 사들여, 이 소매업체의 지배권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했다. 이후 K 마트는 빚 없는 상태로 다시 공개 시장에 귀환했다.



당시 램퍼트는 이미 시어스 로벅의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었고, 약 7억 달러 상당으로 추정된다. 이듬해, 그는 K 마트 새 회장이 되면서, 주가 조작을 이용해 110억 달러에 시어스를 인수했다. 2004년 말, 비즈니스 위크지는 ESL이 지난 16년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ESL의 이야기는 훌륭한 투자자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미국의 기업계에 만연해 있었던 금융 공학이 어떻게 파멸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헤지 펀드 매니저들이 어떻게 돈을 빼먹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의 청사진이었다.

증권 거래 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K 마트 주가는 급등했고, ESL이 이 회사와 시어스에 갖고 있던 지분 가치는 초기 15억 달러에서 57억 달러로 늘어났다. 2005년과 2006년, 새로이 합병된 시어스 주가 또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합병 첫해인 2005년 말, ESL의 시어스 지분 가치는 75억 달러로 그 해를 마감했다. 이후 2006년에 ESL의 지분 가치는 109억 달러로 절정에 달했다.

램퍼트가 평균 20%의 헤지펀드 성과 수수료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주가 상승 기간 동안 19억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코 환수되지도, 환수할 수도도 없는 돈이었다. (램퍼트는 2013년에도 이러한 수수료로 1억 3,500만 달러를 추가로 벌었다.)

"주가가 급등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고 콜롬비아 경영 대학원 교수이자 시어스 캐나다의 전 CEO 마크 코헨은 말한다. 코헨 교수는 램퍼트의 시어스 시절을 가장 소리 높여 비판하는 인물 중 하나다. 코헨 교수는 시어스 로벅 CEO 앨런 레이시 시절부터 이 회사가 몰락한 과정을 추적한다. 앨런 레이시는 재임 기간 동안 "재앙에 가까운 의사 결정"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는 K 마트와의 합병도 포함된다.

"그는 5억 5천만 달러의 현금을 받고 램퍼트로부터 K 마트 매장 51곳을 사들였고, 이를 기화로 K 마트의 주가는 천정을 뚫을 정도로 상승했다. 왜냐하면 시장이 K 마트의 가치보다 주가가 훨씬 낮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과정에서 램퍼트는 어떤 일을 했을까? 그는 급등한 K 마트의 주가와 현금을 동원해 시어스 로벅을 사들였다."

코헨 교수는 계속 말한다.

그는 이 회사의 영업비용과 자본비용을 도끼로 삼았고, 처음 1년 반 동안은 마치 천재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잉여 현금 흐름이 폭발했고, 시장도 그를 차기 워런 버핏이라고 불렀으니까. 하지만 어떤 회사라도 갑자기 단기간에 자체 투자를 중단하면 그렇게 천재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램퍼트는 처음부터 정정당당하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2006년 포천지에 이렇게 밝혔다.

회사가 돈을 어떻게 쓰던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저 그에 따른 보답만 있으면 된다.

시어스는 낡은 매장에 투자해 시설을 개선하는 대신,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서 2008년 사이, 50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같은 기간 설비 투자에 지출한 자금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규모였다. 수년 동안 시어스의 주식을 공매도해왔던 한 헤지 펀드 매니저는 이렇게 말한다.

그 돈만 아꼈어도 시어스는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다.

2007년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시어스의 수익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업에 돈을 투자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휘트니 틸슨의 말이다. 그는 전직 헤지 펀드 매니저로, 지금은 헤지 펀드의 사업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시어스를 '가치 함정(value trap)', 즉 주가가 낮아서 투자자들이 가치주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형편없는 회사의 전형으로 가르치고 있다.



결국 시어스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리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15억 달러씩 날리고 있었다. 이 회사가 몰락하고 파산할 거란 사실은 천재가 아니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5년 전에도 분명했다.

시어스는 심판의 날을 모면하기 위해 자산을 팔아재끼기 시작했다. 2012년, 시어스 캐나다를 매각해, ESL가 지분 28%를 가져갔고, 추후 램퍼트는 신주 발행을 통해 2억 2,2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 시어스 캐나다는 2017년 파산을 신청을 했지만, 2012년과 2013년에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중 램퍼트의 몫이 약 6억 달러였기 때문에 그의 손실은 약 4,400만 달러로 줄일 수 있었다. 이 배당금 문제를 놓고 현재 캐나다 법원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3년. 램퍼드는 시어스의 CEO로 취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ESL에 35억 달러를 투자했던 골드만 삭스의 고객들이 5년 보호 예수 기간이 끝나자 자금을 상환해 가기 시작하면서, 램퍼트의 헤지 펀드의 상황이 우울해지던 시점이었다고 한다. 램퍼트는 이 상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시어스의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출범 이후부터 ESL의 연평균 수익률은 여전히 12%였다고 한다. 2005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29%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부터 매년 약 6%씩 손실을 기록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SL의 수익률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램퍼트는 주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선샤인 스테이트에서 일리노이에 본사가 있는 시어스를 운영했고, 헤지 펀드의 업무 대부분은 ESL이 있었던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남은 팀에게 아웃소싱했다.

그 후 2014년, 시어스는 의류 및 실내장식 브랜드 '랜즈 엔드'를 스핀오프했다. 종업원 연금을 비롯한, 시어스의 무담보 채권자들에게 채무 상환을 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종업원 연금 채무는 15억 달러 이상으로, 시어스의 최대 무담보 채권 중 한 곳인 펜션 베네피트 개런티의 수중에 들어가 있다.

이 스핀오프로, 시어스의 주주들, ESL 및 램퍼트는 신규 회사의 지분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500만 주를 배당받았다. 램퍼트가 처음 배당받은 지분 가치는 현재 약 2억 8,100만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램퍼트는 지난 몇 년 동안 지분을 늘려왔고, 최근 증권 거래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랜즈 엔드의 지분 67%에 상당하는 21,526,634주를 보유하고 있다. 추가된 지분 가치는 1,900만 달러가 넘기 때문에, 램퍼트는 랜드 엔즈의 지분 총 3억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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