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해킹하라 1부: 시리얼 상자의 코드를 풀다.

in #kr6 years ago (edited)

지난 2011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사는 제럴드와 마조리 셀비 부부가 3일에 걸쳐 2달러짜리 복권 30만장을 사들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복권을 사들이는 데 각각 30만 7000달러를 썼다고 합니다.

노부부가 60만 달러 이상의 거금을 들여 복권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부부는 유명 대학교의 통계학자, 컴퓨터공학자 등이 가담한 투기회사(GS Investment Strategies)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복권 싹쓸이’는 당첨금을 얻기 위한 투자였던 셈이었죠.

이 부부의 표적이 된 건 ‘캐시 윈폴’(Cash WinFall)이란 복권이었습니다. 2004년에 발행을 시작해 비교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첨 확률과 투기성이 아주 높았습니다. 6개의 숫자를 모두 맞혔을 경우의 1등 당첨금은 최대 200만 달러였습니다.

캐나다의 한 복권의 당첨확률을 분석해 투기성을 지적했던 MIT 공대의 통계학자 모한 스리바스타바는 ‘캐시 윈폴’ 복권이 투기성이 상당하다면서,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이 복권은 확률게임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어치를 샀을 경우, 1등 확률이 74%이지만, 20만장의 복권을 4주 동안 사면 비용을 제외하고 적어도 24만~140만까지 쉽게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 부부가 이번 복권 싹쓸이로 얼마나 벌어들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600달러(63만원) 이하 금액의 당첨자는 확인되지 않는 것이 규정이기 때문에 총 금액을 계산하긴 어려웠습니다. 다만 셀비 부부는 그해에만 이 복권으로 100만 달러에 당첨됐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주 미국 허핑턴 포스트의 자매지 하이라인에 이 셀비 부부의 로또 이야기가 장문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죄송하지만, 길이 너무 길어 몇 부로 나눠서 옮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



1부 - 시리얼 상자의 코드를 풀다.

제럴드 셀비(Gerald Selbee)는 시리얼 상자에 적힌 코드를 풀었습니다. 일이 지루했기 때문이고, 재미난 정신적 도전이었기 때문이며, 직장에서 하던 일 대부분이 재미없었기 때문이고, 그럴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그는 다른 이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것에서 퍼즐을 발견하고, 그 퍼즐을 풀어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눈에는 작은 암호와 패턴이 세상을 떠다니고 있으며, 일상적인 물건의 겉에 달려 있던 것입니다.

1966년 미국 미시간 주 배틀 크릭의 켈로그(Kellogg’s)에서 일하던 당시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재료 분석가로, 동결 건조 식품과 곡물의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포장재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리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시리얼 봉지 안에 알루미늄 호일이 코팅된 것 보셨죠? 그거 제가 만든 거예요!"



그가 일하던 공장에는 곡물 조리 설비도 있었기 때문에, 그 냄새가 사무실까지 흘러 들어오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동물 사료 같은 냄새가 나다가, 곡물이 익기 시작하면 오트밀 같은 냄새로 변했습니다. 그의 책상 옆 상자에는 켈로그의 경쟁사들이 시리얼 제품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제너럴 밀스의 치리오, 포스트의 허니콤브 등이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던 영업 사원들이 경쟁사 제품을 사왔고, 제리는 실험실에서 이들 제품의 내용물을 말려도 보고, 열을 가해 보기도 하고, 무게를 달아보기도 하면서, 후루트 룹스 같은 켈로그의 시리얼의 수분 함량과 비교했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제리의 부모님 모두 공장 직원으로, 아버지는 호스 피팅 공장에서, 어머니는 같은 켈로그 공장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불만 같은 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제리는 제너럴 밀스의 시리얼 상자의 밑 부분에 문자와 숫자가 섞인 코드가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켈로그와 포스트 같은 회사들은 시리얼의 생산 시간과 장소를 상자에 찍어 놓아 유통기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제너럴 밀스의 코드는 마치 암호처럼 독특했습니다.

제리는 이 암호 같은 코드를 해독해 보고 싶었습니다. 상점 선반의 같은 곳에 놓여있던 제너럴 밀스와 켈로그의 시리얼 몇 상자를 사온 다음, 만일 수분 함량이 비슷한 시리얼이라면 대략 같은 시간 동안 조리한 것일 거라고 추론하면서 내용물을 분석했습니다. 그는 메모지에 써가면서 몇 가지 비율을 정했습니다.

갑자기 그는 퍼즐을 풀다가 안개가 걷히고 답이 보일 때의 희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제너럴 밀스의 시리얼 상자에 찍힌 코드를 통해 상자 안의 정확한 내용물, 생산 및 배송 날짜와 시간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몇 십 년 후 제리는 당시를 추억하듯 싱끗 웃으면서, "아주 쉬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자비한 업계에서 경쟁사의 영업 비밀을 알아낸다는 것은 수백만 달러의 이익으로 돌아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리얼 업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쟁사의 생산 스케줄을 알아냈다고 해서 부자가 될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제리는 자신의 발견을 상사에게 알렸을 뿐, 아무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알아냈다는 즐거움, 그리고 이 조그만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한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은 그냥 무심히 넘기는 곳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묘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리는 난독증이 있어서 읽기 숙제에 애를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8학년 때 치른 표준 시험에서 대학 2학년 수준의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라고 나오기 전까지는 학문적 재능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밝은 녹색 눈동자의 동창 마조리(Marjorie)와 결혼식을 올렸고, 졸업 후 켈로그 공장에 취직했습니다. 이후 제리의 가족은 자녀가 6명으로 늘었고, 공장과 사무실에서 여러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하수 처리 공장에서는 화학 기사로 일했고, 의약품 영업사원, 컴퓨터 관리자, 시리얼 포장 디자이너 및 나중에는 교대조 관리 업무까지를 두루 섭렵했습니다.



<1974년 셀비 부부의 모습>

그럼에도 그에게는 지적 목마름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역 사회에서 "콘플레이크 유(Cornflake U)"라고 불리는 켈로그 커뮤니티 칼리지의 야간반에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때 떠올린 생각이 세상에 숨겨진 다양한 곳에 대한 호기심을 아이들과 함께 풀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버섯에 관심이 생기면, 아이들과 함께 숲으로 버섯을 따러 다녔고, 지질학에 사로잡히게 되자, 자갈 채취장에 함께 가서 피토스키 돌이라는 화석을 찾기도 했습니다.

큰 아들 더그(Doug)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쯤, 제리는 더그에게 그 동안 모았던 동전을 세어보라고 했습니다. 제리는 사람들이 남은 동전을 모아 놨다가 은행에서 지폐로 바꿔오는 모습을 보고는 은행 대신 자기가 액면가로 바꿔주곤 했습니다. 제리의 생각은 동전 더미 속에 희귀한 동전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TV 앞에 앉아 동전 더미 속에서 버펄로 니켈과 머큐리 다임을 찾았고, 이 동전을 팔아 약 6,000달러를 벌었습니다. 나중에 더그가 말하길,



<버펄로 니켈(5센트)>



<머큐리 다임(10센트)>

"아버지는 뭔가에 관심이 생기면, 아주 완전히 빠져버리곤 하십니다. 끈 이론과 블랙홀에 관심을 갖게 되시자, 스티븐 호킹이 펴낸 모든 책을 사버리시기도 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제리는 일련의 학위를 땄습니다. 켈로그에서 전문학사 학위를 받았고, 웨스턴 미시간 대학에서 수학과 경영학 학사 학위를, 같은 대학에서 MBA를 받았습니다. 또한 수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지만, 결국 가장의 의무를 다하느라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숫자에 대한 생각을 멈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셀비 부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도서관의 중고 책 매장에 갔었을 때, 제리가 주로 구입한 책은 대학의 수학 교재였습니다. 딸 던(Dawn)이 왜 그랬냐고 묻자, "실력이 녹슬면 안 되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마 64세쯤이었을 때였을 겁니다. 제리는 가장 매력적인 퍼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로또였습니다. 당시는 은퇴 직후였고, 에바트(Evart)라는 작은 마을에서 마지와 함께 살면서, 남는 시간을 어찌해야할 지 모르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제리는 단골 편의점에 앞에 차를 세우고, 주에서 새로 발행한 로또 복권 안내문을 집어 들었습니다. 식탁에서 안내문을 읽던 중, 특정 숫자 조합에 따른 당첨 금액 별 확률이 적힌 표를 발견했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바로 그 숫자들이 적힌 페이지에서 옥의 티를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예전 시리얼 상자의 코드에서처럼, 이상하고 놀라운 패턴이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셀비 부부가 발견한 허점은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의 기자의 관심을 끌었고, 시카고 주 전체에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미국에서 합법화된 도박인 로또의 핵심에 몇 가지 위선이 자리 잡고 있음이 폭로되었습니다.



2부에서 계속....

<출처: Highline, "Jerry and Marge Go L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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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되어서 지금은 머리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지만, 전공이 통계학인지라 흥미롭게 봤습니다.

2부 기다립니다.

재미있는 얘기군요. 계속 보겠습니다. ^^*

다음편이 궁금해지네용~!

핫...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 2부를 기대해봅니다.

와 정말 흥미진진한 글이네요.ㄷㄷ

너무 재밋네요 어서 2부가 보고싶어요

흥미진진하네요. 2부 기다릴게요^^

2부가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와우 엄청 재밌네요
영화같은 스토리입니다.
다음편이 기대된느군요

로또의 비밀이라

흥미진진하네요

재미있는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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