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의 8단계 생애 -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바탕으로

in #kr6 years ago (edited)



SF 장르라곤 하지만 SF 같지 않은 영화 '맨 프롬 어스'를 보다 보면, 영원히 산다는 것에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삶은 분명 만기일이 있으니,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하지만 우리는 그 운명의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태어나 자라고, 다시 늙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각 단계를 하버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 이론은 사람의 외적 행동으로 발달 및 성숙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라고 부르는 8단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심리사회적 갈등을 설명한다.

우리 모두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극복 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실제, 사람의 행동과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 개발된 이 사회심리학 이론을 IT 제품과 회사를 분석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제품을 의인화에서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8단계는 다음과 같다.

1.신뢰감 대 불신감
2.자율성 대 수치감
3.주도성 대 죄책감
4.근면성 대 열등감
5.자아 정체성 대 역할 혼란
6.친밀성 대 고립감
7.생산성 대 침체감
8.자아 통합감 대 절망감

에릭슨이 관찰한 이와 같은 각 단계는 특정 연령대에서 관찰되지만, 일부는 보통보다 빠르거나, 더 늦을 수도 있다. 그리고 특정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그대로 머무르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단계가 IT 제품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위에서처럼 살아가는 과정의 각 단계가 있듯이, 모든 IT 기업 또는 제품 또한 이러한 단계를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 각 단계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서, 구글을 사례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단계 - 신뢰감 대 불신감:

사람의 경우 에릭슨의 1단계는 출생부터 약 18개월까지다. 이 단계에서 영아는 다른 사람들, 특히 자신을 보살펴 주는 사람을 신뢰/불신하는 법을 배운다. 그 사람들의 보살핌 덕택에 자신의 모든 욕구가 충족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 단계는 회사에서 초기 창업을 준비하는 개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개발을 측면에서 지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단계다. 따라서 훌륭한 인큐베이터를 찾아야 한다.

구글의 경우, '백럽(BackRub)' 프로젝트가 실제 제품으로 무르익어가던 스탠퍼드 시절이 이 단계였다. 여기서 래리와 세르게이가 프로젝트를 계속하게 응원했던 테리 위노그라드(Terry Winograd)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은 없었을지 모른다.

회사 또는 제품의 초기 단계에서는 자기를 믿어주는 멘토나 후원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가능성을 점검해 나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회사 또는 제품이 불신의 단계에서 신뢰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2단계 - 자율성 대 수치감:

에릭슨의 2단계에서, 아이들은 자기 손으로 옷을 갈아입거나 밥을 먹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기본적인 일을 해나가는 법을 배운다. 여기서 스스로 자신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된다면, 자기 또래 다른 아이들이 그런 일을 스스로 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수치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단계가 바로 여기다. 외부의 도움에 중독되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성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자율성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나 경제가 어느 정도 흔들리게 되면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해도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면 별무소용이다.

구글은 검소했고, 수잔 보이치키의 차고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래리와 세르게이는 박사 학위를 위해 계속해서 스탠퍼드를 오갔다. 뒤뚱거리면서,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유아 시절이었다. 이 시점에서 크레이그 실버스타인이 첫 직원으로 합류한다.

구글의 제품은 훌륭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벤처 캐피털의 자금 지원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상장 전까지 2,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당시 이미 수익을 내고 있었다. 창립 2년 만에 스스로 일어선 것이다.

3단계 - 주도성 대 죄책감:

아이들은 자라면서, 뭔가를 스스로 탐구하고 해내기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에릭슨의 3단계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실생활에서 여려 교훈을 깨우친다. 스스로 해내면 성취감을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게 되면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구글은 이 단계에서 큰 성취를 이뤄냈다. 여전히 검소했지만, 아밋 싱할, 우르스 회즐 및 제프 딘 같은 슈퍼스타를 영입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창립자들은 자신이 개발자가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면 제프 같은 인물이 반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 단계에서 어플라이드 세만틱스를 인수해 구글에 애드센스를 도입하게 된다. 기술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도 인수에 나선 모습을 보면,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4단계 - 근면성 대 열등감:

또한 아이들은 이 단계에서 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또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자기도 하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구글도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른 기업들이 벌이고 있던 사업을 보았고, 더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기간 동안, 구글 맵에서 구글 캘린더까지 많은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야후보다 열등하다고 느꼈다. 하지 않아도 될 비교를 하면서, 막 이 단계의 무게를 깨달았고, 더 크려면 멀었음을 알았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이 이 단계에서 IPO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IPO는 기업의 성숙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른 대응이다. IPO는 상속을 받는 것과 같다. IPO를 하기 위한 최적의 시점은 없지만,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다른 기업과 다르게 구글은 운이 좋았고,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5단계 - 자아 정체성 대 역할 혼란:

사춘기 아이들은 이 단계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자아 정체성을 얻게 된다. 또한 유년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면서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구글은 젊은 신생 기업에서 벗어나, 사람들로부터 차세대 '빅 브라더'라는 말을 듣게 된다. '사악해 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를 보더라도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자기 개인 정보를 구글에서 삭제해 달라는 에릭 슈미트의 요청을 거부할 정도였다.

성숙하는 과정에 있는 조직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동시에 내부적으로 성장통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래리와 세르게이는 창업자들과 나머지 회사의 가교 역할을 하던 조력자 그룹을 해산했다. 이로써 자신감을 얻긴 했지만, 통증이 없었던 건 아니다.



6단계 - 친밀성 대 고립감:

젊은 층은 사회생활의 초기이기 때문에 친밀감과 외로움을 가장 잘 느끼기 쉽다. 일평생 관계를 맺을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독신으로 남은 삶을 택하기도 한다.

구글은 이 시기에 검색에서 진전을 보였지만, 모바일 부문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한 마디로 불운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면서 해결되었다. 이것이 구글이 오늘날까지 오게 된 계기였다. 안드로이드가 있기 전까지 구글은 소셜 게임을 하는 법을 몰랐다.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는 아니었지만, 구글을 완성시킨 것은 안드로이드 인수였다.

7단계 - 생산성 대 침체감:

40대와 50대에 속하는 성인들은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경향이 있다.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후대에 유산을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한.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생산적이라고 느낀다.

이 생산성 면에서 다른 어떤 기업보다 앞선 곳이 구글이다. 훌륭한 APM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위한 무대를 마련한 맵리듀스와 빅테이블을 비롯해 많은 기술적 공헌을 해왔다. 게마왓과 딘의 논문이 출발점이었다.

8단계 - 자아 통합감 대 절망감:

에릭슨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60세 이상으로 일반적으로 은퇴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젊은 시절에 뭔가 중요한 일을 했다는 성취감이 중요하다.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잘 살아왔다고 만족감을 느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구글이 이 단계까지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이 단계를 지났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단계 - 재탄생:

매슬로우는 이 단계를 초월로 분류하며, 이 단계에를 사람이나 기업은 아주 드물다고 한다. 구글이 이 단계에 있는 이유는 지주 회사인 알파벳으로 성공적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이전의 사례를 통해 배울 필요가 있으며, 유일한 사례는 애플뿐이다. 애플은 애플 PC에서 아이폰으로 재탄생을 훌륭하게 이뤄냈고, 또 다른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계는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기업가로서 또 투자자로서 자기 회사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품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임직원으로서 자기 회사가 속한 단계를 아는 것도 경력 관리에 중요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자료 출처: navneetnair.com, "8 stages in the life of a technology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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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나름 묶어서 책으로 출간해도 좋은 듯합니다. 저는 좋게 보면 6단계에 겨우 있는 듯하군요.

저는 7단계네요.. 6단계에 좋은 관계를 많이 맺어 놓으면 시간이 갈수록 좋은 결과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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