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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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더워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울 지경입니다.

에어컨 틀고 방콕이 최고 피서인 듯해요

며칠 전에 나가노 메이의 <한낮의 유성>을 재미있게 봤어요.

오늘은 <내 이야기>를 봤습니다.

둘다 올해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였어요.

한낮의 유성은 반짝하는 사랑을 은유합니다.

한낮에 떨어지는 유성은 순간 아름답지만 영원하지는 않아요

별은 항상 거기서 빛나죠.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항상 그러한 사랑을 추구하죠.

영원한 사랑!

그런데 영원한 사랑이 있던가요?

우리 생명이 유한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원을 추구합니다.

변치 않는 사랑 같은 것을요.

요즘 VOD 서비스로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죠.

CJ E&M 같은 회사나 캐이블 TV가 새로운 돈벌이를 만났습니다.

저도 VOD로 영화를 가끔 봅니다만 주로 무료영화를 봅니다.

<한낮의 유성>도 공짜라서...ㅎㅎㅎ

그런데 나가노 메이가 너무 청순하고 풋풋한 매력을 발산하더군요

영화 내용을 떠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오글거리는 정도가 장난 아닙니다.

고농축 초콜릿 저리가라 입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나가노 메이가 하는 행동 그 자체가 귀여워요.

얼굴이 잘생겼다고 보기는 좀 그래요

그런데도 캐릭터 때문인지 너무 귀엽습니다.

인터넷 뒤져 봤더니 메이가 지금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배우중 하나랍니다.

시골 촌뜨기 여학생이 도쿄에 전학오면서 첫사랑을 만나는 내용입니다.

음.....날씨가 너무 더운데 청량감을 선사하는 영화가 아닐까요?

<내 이야기> 역시 나가노 메이가 여주 입니다.

이번엔 짝사랑 이야기 입니다.

미녀와 야수가 서로를 짝사랑 합니다.

짝사랑은 야수 몫인데 이 영화에서는 미녀와 야수가 동시에 서로에게 반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서로 이야기 하지 못하죠.

야수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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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이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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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유성>에서는 머리를 동여맨 모습이라서 분위기는 약간 다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나가노 메이가 더 이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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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는 사소한 것을 이야기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번에 <만비키 가족> 으로 칸느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가족 이야기죠. 영화를 공부하는 아들이 그러더군요. 심사위원장이 여자라서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라고요.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을 못내 아쉬워 하더군요. 저는 <만비키 가족>을 보지 않았지만 다른 작품은 몇 편 봐서 고레에다 감독이 만드는 영화 분위기를 대충은 압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나름 생각꺼리를 던져준 영화들입니다.

한국 영화는 큰 이야기, 사회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제 한국 소설은 팔리지 않고 서점 진열대는 진즉에 일본 소설이 점령해 버렸습니다. 제가 볼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충분히 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를 초토화시키고 난 뒤에 세상의 변화를 미시적으로 들여다 봅니다. 노골적으로 사회성을 표방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고 나면 울림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상처입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가족이 해체됩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아빠가 세 딸을 놔두고 집을 나가서 딴 살림을 차립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에 가니 이복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와서 네 자매가 바닷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신생아실에서 뒤바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이야기 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헤어진 가족이 태풍이 오는 날 만나서 겪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사건은 우리 옆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이죠. 어쩌면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입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신자유주의와 연결해서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시선은 어떤 연유로든 상처받은 사람들 이야기를 물끄러미 보여주는데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보고 나면 잠시라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상하게 이야기가 흘러갔는데 ,,,,,, 암튼 지금은 대서사의 시대는 아닌 것 같네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오래 되었잖아요. 이제 북한의 개방만 남겨놓고 있네요.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합니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예전보다 더 행복해진 건가요? 더 어려워 지지는 않았나요? 청년 실업은 늘고 비정규직은 여전하고 대졸 실업자가 40만명이 넘습니다. 편의점 주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합니다. 큰 이야기들의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작은 이야기들이 나타나는 듯 합니다.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소설 <편의점 인간>에서 나타나는 유형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불루한 세상이죠.

가끔은 달달한 영화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꽃처럼 피어났던 청춘의 시절이 그리워지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찾는지도 모릅니다. 청춘의 시대를 사는 당사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을 건너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항상 어긋나죠. 암튼 연식이 좀 된 남자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아래 영화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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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긋난다.

수줍은 많은 남학생 노보루와 활달하고 외향적인 여학생 모모세. 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선배 커플 칸바야시와 미야자키. 두 쌍의 남녀가 어긋나게 던지는 사랑의 화살표가 영화를 끌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사랑에서 사단이 발생한다. 내맘 같지 않은 것이다.

노보루가 좋아하는 모모세는 잘 생긴 훈남 선배 미야자키를 향해 사랑의 큐피드를 날린다. 미야자키는 모모세를 내심 좋아하지만 돈 때문에 칸바야시를 선택한다. 칸바야시는 애시당초 미야자키를 좋아하니깐 연적 모모세를 따돌리는 일에 집중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노보루와 모모세의 짝사랑과 미야자키의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이 영화를 끌고 간다. 구도가 너무 단순한데 이 영화가 나름 흥행에 성공한 것은 순수한 첫사랑이 다가오는 시절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건축학 개론>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말할 수 없는 비밀> <나의 소녀시대>와 비슷한 감성을 뿜여내는 영화다. 모모세 역으로 나온 하야미 아카리가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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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선배에게 대쉬를 멈추지 않지만 돈 때문에 선배와 모모세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에서는 동생들을 넷이나 거두는 가난한 집안의 당찬 큰 언니다. 씩씩하고 명랑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나오는 나가사와 미사미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면 모모세와 비슷한 모습 아닐까?

동물이 행복한 이유

더벅머리 노보루는 순진하고 내성적인 것이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 나오는 남자애와 오버랩 된다. 물론 공병문고를 쓰는 여주인공 역시 모모세와 겹친다. 요즘은 남자가 어리버리, 여자가 당차고 도발적이고 적극적? 수컷들의 시대는 갔다!

내용은 학창시절 연애질 하는 내용이니 패스하기로 하고,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동물이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니체는 말했다. 동물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성을 갖고 있어서 생각을 한다. 니체는 동물을 '순간의 말뚝에 묶여 있다' 고 표현했다. 동물은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만 생각한다.

동물들이 실제로 행복한지는 내가 동물이 되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동물들은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인간이라는 종자는 생각이 너무 많아!

이성을 가진 인간은 기억을 만들어낸다. 추억하는 동물이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측면이 있다.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로 머리를 채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과거와 미래가 있던가?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이다. 행복을 누리는데 있어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근심과 걱정 때문에 현재를 맘껏 향유하지 못한다.

사랑의 상처 때문에 그 이후의 삶이 피폐해졌다면 이것은 이성의 부작용이다. 망각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상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잊고자 한다고 잊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문제인데 잊는 것도 능력이다.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단다.

모모세와 노보루, 미야자키는 사랑의 아픔을 극복해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청춘영화는 과거를 회고한다. 얻는 것은 무지개색으로 개칠해진 추억의 조가비? 청춘이 아름답다는 말은 이만저만한 헛소리다. 돌아볼 때 지나온 청춘의 시간이 아름다울 뿐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이네들의 걱정은 어른들 걱정 못지 않다. 청춘의 시절을 돌아보지 마라.

모모세가 선배 미야자키와 헤어지고 눈물을 흘리면서 걸어간다.

노보루가 모모세에게 돌아보라고 소리친다.

멈칫하는 모모세는 돌아보지 않고 이내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

모모세는 청춘의 시절과 단호하게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15년이 흘러서,,, 노보루는 모모세와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마주치지만 서로를 호명하지 않고 지나친다. 노보루 역시 청춘의 시절과 이별한 것이다.

지금 내 삶이 과거에 주박되어 있다면 나는 현재를 온전하게 살 수 없다. 이별해야 한다. 모두 다 잊는다기 보단 망각과 기억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한다. 지금 당신이 불행하다면 당신은 과거와 미래에 지나치게 얽매여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모모세는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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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나이가 들면 꽃처럼 피어났던 청춘의 시절이 그리워지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찾는지도 모릅니다. 청춘의 시대를 사는 당사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을 건너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격하게 공감이 됩니다.
정작 아름다운 청춘일 때는 그 가치를 모르죠~^^

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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