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diary] 발레 경연 감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발레 부문 - 서울 예선을 참관하고 왔다. 예선이니 쉬운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나 같은 취미생으로서는 나름 전공생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다. 본 예선의 경우에는, 입장료 없이 2층 객석에서 자유 관람이 가능했다.


(심사받는 장면은 사진이나 비디오로 담을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에, 심사없는 시간에 담았다.)

발레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아마도 모든 참가자들이 유연하고 멋드러진 동작을 잘 소화해낸다 정도로 감상이 그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실 발레를 할 때에는 근력과 유연성이 모두 중요한데, 유연성만을 흔히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근력이 의외로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관절의 가동 범위를 늘리고 신묘한 자세를 취한다고 한들, 일정 시간동안 자세를 유지할 수 없으면 리듬을 타는 데에도 상당히 애를 먹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참가자들이 얼마나 잘 균형감 있게 버틸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되었는데, 이는 내가 평소에 연습을 하는 것과도 관련이 깊었다.

물론 발레를 배우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존재한다. 영화를 보기위해 모든 사람이 영화 배우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포츠를 보기 위해 모두다 운동 선수가 될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많이 볼수록 많이 감상할 수록 알게되고 보이는 것도 자세해지고 또렷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는 사실 이러한 경험들은 일종의 "간접"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공연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머릿 속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바라본 것들에 대한 감상의 통합이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감상이나 동작에 대한 대비를 통해,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대단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간접 경험에 충실하다고 하더라도, 한번쯤 "직접" 경험을 통해 느껴보는 것만큼 감상의 결을 다듬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감상에 대해 가끔은 "훈수 두는 입장"과 "실제로 행하는 입장"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니까 일종의 객체화 시선과 주체적 시선과 같은 느낌인데, 객체화 시선이 말 그대로 공연자의 안무를 낱낱히 파헤쳐보고 어떤 점이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를 가리는 작업의 일환이라면, 주체적 시선은 내가 직접 그 안무를 했을 때 얼마나 쉽고 어려울지, 표현과 동작에서 배워야할 점은 무엇인지 자신 스스로 가상의 (능동적) 안무가가 되어 상상해보는 것에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주체적" 시선은 직접 스스로 경험해보지 못하면 상당히 깨닫기 어려운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해볼 만한 것이 생기면 어지간하면 (=제약이 없고 여력이 되면) 모두 경험해보는 것을 택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봐서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뭔가를 경험하고 배울 팔자이기는 한 것 같은데, 문제는 한번 배우면 정말로 끝을 보는 성격이라 24시간이 언제나 모자란다는 것이다. (...)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 중, 나는 후자를 선호하지만 분신술을 쓰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간접 경험은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다만, 쉬이 빠질 수 있는 객체화 시선의 함정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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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관련 내용 얘기네요.궁금하네요

작품과 동작 하나하나를 세세히 살펴보았더라면 아마도 조금 더 발레 쪽에 가깝긴 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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