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diary] fully saturated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5 years ago

한동안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적는 시간을 쪼개서 하나라도 더 뭔가를 하는 게 낫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 글을 적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자. 이 글은 여기 올리는 - 짤방이 없는 첫번째 글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공간에 그림을 항상 뭔가 그림을 올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림이 비록 글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어떤 것도 지시하지 않더라도, 혹은 그림이 글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할까 걱정하면서도 축소된 이미지는 글과 함께 글쓴이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얇게 개어내는 삶의 장면들이 글로 인해 잠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던 것 같다.

실험은 나 자신에도 적용되는 중이었던 것이다. 글을 씀으로서 (정확히 이야기하면 글'만' 씀으로써)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전업이 가능할까, 혹은 가능하지 않을까와 같은 가능성은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실패로 끝난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씀으로써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직업-전업의 세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냉정한 세계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취향은 언제나 중요한 이야기지만, 생산의 취향과 소비의 취향이 잘 맞아떨어지지 못하면 꽤 괴로워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원래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전개되는 삶의 순간이 꽤나 예측불가능하고 다채롭기에, 그만큼 불안정함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기에, 밥벌이가 걸리지 않은 글쓰기란 삶의 가용자원이 남게되지 않는 순간에 결국 삶의 우선순위에서는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수히 스러지고 일어서고 다시 스러지는 관계의 이면에서, 링크가 약한 활동이란 그만큼 힘이 약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소한 스팀잇 내에서는) 글쓰기 이외의 다양한 활동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하고 말이다. 하긴, 사실 이건 모든 출판/책/글쓰기-직업 전선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이 글은 일종의 생존 신고이다. 굳이 궁금할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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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출판만으로 먹고 살긴 힘들고, 출판 이후에 강연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분들이 많지요. :)

맞습니다. 저도 이에 자유롭지는 않지요- 여기서는 일종의 실험 중이지만요 :)

오래간만이시네요. ^^

네. 그렇지요?ㅎ

오랜만에 오셨네요. 먹고사니즘이 우리 삶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미치긴 하죠. ㅎㅎ 글의 목록에 썸네일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보니, 자동적으로 뭔가 채워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미지를 한장씩 넣게 되는 것 같아요.

실험이 지속중이지만, 여기 공간 또한 저 자신의 가능성이 saturated 된 느낌을 받곤 합니다. 밥벌이 이외에 유희적인(?) 활동으로서의 글쓰기와, 뭔가 쓸모없는 것을 쓸모있는 것으로 환원시켜야한다는 방향으로서의 글쓰기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아마 당분간은 이미지 없이 진행하지 않을까 해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냉정한 세계

이 부분 정말 공감이요.

더욱이 돈 받고 글쓰는 것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받는 돈도 적고 상당히 피곤한 일이네요..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ㅎ

비용-효율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그리 괜찮은 행위는 아니겠지요. 물론 앞으로의 잠재성(?)/가능성(?)을 바라보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보상이 관계되면 피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에 대중을 만족시킬 자신이 별로 없어서, 지불가능하지만 좁은 독자층으로 한정하거나, 애초에 지불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같아요. 하긴, 뭐 여기 적는 내용도 (스팀잇 컨텐츠 분포 상에서도) 사실 상당히 매니악하긴하지요. ㅎ

저는 돈을 버느라(ㅠㅠ) 정작 쓰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고 있어요. 모순적인 날들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하루하루의 생존? 하루하루의 시간? 인 것 같아요. 쓰는 게 인생 자체보단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쓰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거죠? 이렇게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버립니다.ㅎㅎ
쓰는 삶, 하고 싶은 일로 돈 버는 삶. 항상 응원합니다!

제가 아는 한, 시를 업으로 하는 선생님들도 생업은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게 정규직의 형태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다소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최소한 돈을 번다/벌어야 한다에 대한 굴레에 완전히 자유롭기란 정말로 힘든 듯 보였어요.

'돈은 물화(物化)된 자유'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자유를 살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이 어떻게 지금 아니고서야 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자유의 형태는 변형되고 변용되면서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저도 응원 드려요.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잔잔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노크할 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

곰돌이가 @qrwerq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1을 보팅해서 $0.012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1959번 $25.541을 보팅해서 $24.199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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