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essay] 리뷰 전용 계정 qrw를 시작하며

접하지 않은 것을 리뷰 하는 것도 꽤나 세상 살아가기에 참 유용한 기술이지만, '리뷰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태도는 결국 대상 자체를 넘어서 리뷰 당시의 삶의 관점이나 경험, 생각을 반영한다는 생각에, 마주하거나 사용하거나 겪은 것 이외에는 리뷰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리뷰는 다른 사람에게 정보나 지식, 생각을 알리기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 그 것과 마주한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두는 일기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것을 리뷰하고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동일한 것을 리뷰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이 때엔 매번 새로운 작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리뷰는 대상에 대한, 어떤 삶의 특정 지점이 반영된 주해(註解)라고도 볼 수 있기에 객관적이기만 한 리뷰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재미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의 요약보다는 대상으로부터 다시 스스로를 비추어 삶의 색이 잘 드러나기를 원한다.

새로운 계정 하나를 만들었다. @qrw 라는 계정인데, qrwerq에서 뒷 세글자를 잘랐다. 다행히 왼손으로 치는 타격의 리듬은 잘 살아있다. (생각해보니 Qrwerq의 RevieW 로부터 약자를 만든 것 같다고 어거지를 부려본다.)

어떤 대상은 소재일 뿐이고, 사실상 스스로의 경험에 대한 리뷰를 올릴 생각이기에, (음식은 소재일 뿐이고 음식을 먹고 난 후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하니) 음식을 다 먹고 깨끗하게 비워진/도저히 먹을 수 없어 남긴 사진이나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무슨무슨길의 17번째 보도블럭 고찰 같은 것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qrwerq에 올려지는 글과 별반 다를바 없는 글들이 올라올 것 같은데 왜 굳이 다른 계정을 만들었냐고 궁금할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것 같다. 이에 간단히 답을 하자면, @qrw 의 공간은 여기 @qrwerq 공간보다는 좀 더 가볍고 (아재) 개그를 추구하며 무척 세속적인 글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한마디로 그냥 막 쓴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qrw 는 리뷰 업로드용 전용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qrw 계정이 작성하는 리뷰글에 대한 응답/댓글은 모두 그냥 @qrwerq 로 작성할 계획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헷갈릴 것 같아서 그렇다...-_-)

나는 언제나, 어떤 공간의 색이 뚜렷하게 드러나서 닿기를 원한다. 글이 쌓이다보면 공간의 색이 결정된다. 공간만 바라보아도 어떤 글이 적혀있을지 짐작하게 되고 기대하게 된다. 누적된 글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따라서 어느정도 형성된 공간의 색을 굳이 다른 빛깔의 글들로 희석시킬 이유는 없는 것이다. 모든 독자를 포괄할 수 있는 글의 묶음을 만들다보면 어느샌가 백화점이나 잡화점과 같은 공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공간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취향의 여러 갈래를 분리해서 두는 편을 선호한다. 스팀잇에 카테고리 기능이 없다면, 계정의 분리를 통해 글의 색을 구분 짓기 위한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대상은 리뷰될 수 있다. 어떤 리뷰가 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것은 오로지 대상 그 자체에 국한되며,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단지 요약 정리한 것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리뷰의 맛은 우리의 (변화하는) 일상에 달려있다. 일상이 정말로 궁금할까 싶겠냐마는, 얼핏 객관적으로 보이는 대상이 각자 삶의 주관성으로 인해 성질과 형태와 심지어 운명이 변주되는 것을 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일 것이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