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패널이 문제가 아니에요.

in #kr4 years ago (edited)

최근 얼마간은 정말 국뽕의 나날들이었습니다. 탈산업화 결과 마스크 하나도 자국 땅에서 생산하는 것이 없는 소위 선진국들이 바이러스 하나에 완전히 털리는 것을 보면서 국뽕이 안 찰 수가 없었죠. 물론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시비털었던 분들이 있긴 합니다만.

더불어 세계화, 그러니까 Globalization이 진행된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사실 우리는 서로를 조또 모르고 살고 있구나를 절감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듣보잡 프랑스 변호사 언니의 글은 듣보잡으로 취급하더라도 존경해마지 않는 기소르망 선생님의 헛발질을 보면 이 뭥미 싶었거든요.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29/100862194/1 심한 감시사회라니. 대한민국의 CCTV가 영국의 1/10 정도나 될까 싶은데 말이죠.

뭐 존경해 마지 않는 딴지 부편집장 출신의 필독님은 "자고 일어나니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길 했었는데... 제가 알기로 대한민국의 몇 부분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걸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사회의 나머지 영역이 세계 탑 수준인 영역과 너무 동떨어진 수준이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전에 한국사회의 방역 능력과 동떨어진 수준의 대형 참사가 벌어졌죠. 이천 물류센터 화재 말입니다.

이 사건을 두고 꽤 많은 분들이 샌드위치 패널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또 이의 사용금지를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현실과는 조금 동 떨어진 이야기들이 많아서 한 말씀 올리려고 합니다.

샌드위치가 빵 사이에 이런 저런 식재료를 넣어서 만드는 것처럼 샌드위치패널은 얇은 강판 사이에 이런 저런 충전물을 넣어서 만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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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충전재로 주로 사용되는게 폴리우레탄인데, 이게 불에 겁나 잘 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걸로 만들어진 건축물에서 불이 나서 죽은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에 많이 지어지고 있는 물류센터 대부분은 이런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합니다. 왜냐구요? 그건 샌드위치패널의 장단점을 따져보면 좀 분명해집니다.

샌드위치 패널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단열재가 포함되어 있어서 쉽게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공기단축+공사비절감)
  2. 조립식 구조로 해체 & 재사용이 가능
  3. 구조가 단순해서 개발되고 있는 종류가 많다.

반면 단점은

  1. 얇은 강판이라 일정 이상의 강도를 견디지 못하며 중간에 들어가는 충전재가 난연재라 화재에 취약하다.
  2. 화재시 어마어마한 유독가스 발생
  3. 판낼 자체가 조립식이라 누수&방음 등에 취약하다.

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반 주택 만들기엔 부적절하지만 빠르게 크게 지어야 하는 물류센터 만드는데엔 최적의 건축자재로 활용되고 있는 거죠.

제가 이걸 금지시켜야 한다는 분들의 말씀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이야기했던 것은 일단... 이게 방염 샌드위치 패널들이 개발된게 있습니다. 특허는 나와 있는 것만 해도 여러 개에요. 그러니 위에서 정리한 것처럼 공기단축 등의 장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만, 현장에선 안 씁니다.

왜냐구요? 다 지은 다음에 화재 방지 시설을 꼼꼼하게 갖춰 놓고, 짓는 과정에선 관리감독 잘 하면 되는거 아니냐는 말이 현장에서 먹히거든요. 그리고 이 불장난을 지금까지의 한국사회는 그대로 용인하고 있는거구요..

무엇보다... 짓다가 사고나면 죽는 것은 일용직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일년에 2400명이 산업재해로 죽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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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늦가을에 경향신문이 이런 대담한 1면을 기획했을때 꽤나 반향이 있었었죠. 그러나 이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이 일면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년에 2400명이 죽어나간다는 것은 매년 세월호 같은 사고가 거의 열 건 가깝게 발생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져 있죠. 핑크당으로 광주에서 출마했던 놈이 경제성장을 위한 간단한 방법이 세월호 만들어서 계속 침몰시키면 된다는 소릴 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죠. 이미 대한민국은 그만큼의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죽어나가고 있는데 뭔 소리랍니까.

매년 2400명이 죽어나가도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이유. 간단하죠. 그 죽음은 여론을 일으키는 죽음이 아니거든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먼지 뒤집어 쓴 상태로 엘리베이터 타면 기분 나쁜 눈초리 보내는 분들이 어디 한 둘인가요. 퇴근길에 땀냄새 풀풀 풍기면서 버스 타면 그 냄새가 나는 곳을 찾기 위해 킁킁거리는 분들은 또 어디 한 둘인가요. 무려 150만명이 그렇게 일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걸 바꾸는 방법이요?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 현실을 현실이라고 체념하게 만드는게 아니라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을 만들어내는거죠. 바로 이런 분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rq3QXIVR0bs

노동자의 아들 딸로 태어나 우리들의 우편번호(우리들이 사는 주소가)가 우리의 운명인 사람들의 새로운 대표가 필요하다며 나선 Alexandria Ocasio-Cortez.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퍼지면서 한국의 언론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바닥인지를 드러냈었죠. 한국 사회가 아직까지 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였죠.

스크린샷 2020-05-01 11.06.07.png

그런 분들이 이런 신예의 등장을 제대로 이야긴 했겠나요. 한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이라곤 미국의 춤추는 젊은 여성 하원의원 정도로나 다뤄졌죠.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쉽게 클릭을 빨아들이는 나무위키 같은 곳에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으로 정리하고 있구요.

ㅎㅎ 그런데 말이죠. 일년에 2400명이 죽어나가고 있는 현실을 현실 그대로 둬야 하는 것이 '현실 정치인'이라면 그 현실을 깨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https://twitter.com/ajplus/status/1253714036987957249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병원에 대한 긴급 재정보조가 필요하다는 Alexandria Ocasio-Cortez.

줄여서 AOC로 불러달라는 이 양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아니에요. 미국유권자들이 젊은 여성 정치인들을 발굴해 의회로 진출시키겠다고 몇 년간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통해 나온 사람입니다. 이들은 정치에 직접 나서겠다는 이들에게 선거운동의 실무 기초부터 가르쳤었죠.

고 노회찬 의원의 6411번 버스 연설이 감동적이었던 것도 정의당이 그렇게 잊혀진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그 정당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특히 제가 사는 지역에 지역구로 출마한 분의 공보물은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었어요. 아니, 저 위에 AOC가 자기 집에서 화장하는 걸로 시작하는 동영상 제작비용이 뭐 얼마나 됐을 것 같나요? 폰에 짐벌 하나 붙여서 만든 겁니다. 그럼에도 저 동영상을 수백만명이 봤던 것은 던지는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뜬금없는 사진으로 핀도 안 맞는 공보물을 만들어놓고 그거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니까... 끔찍하게 못 만든 공보물 만든 분은 이렇게 이야길 하더군요.

https://www.facebook.com/100006543827626/posts/2772766856284748/?d=n

새벽에 건설현장으로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저런 공보물 만들어놓고 말이 참 많더군요. 그들을 대변하겠다고 하면 그들과 함께했었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인데... 자신의 지역구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봐요.

AOC는 20년 아성을 쌓은 미국 민주당 No4를 꺾고 하원의원이 됩니다. 그에 비하면 거의 무혈입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이번 21대에 진입했죠. 괴뢰정당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거저되어놓고 뱃지 언박싱 동영상 만들어서 욕 바가지로 드신 분이나 게임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분이나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한국의 AOC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의 활약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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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올바른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눈은 물론이고 정치를 했으면 잘하겠다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키우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시민의 역할이죠;;; 민주주의가 원래 그렇게 귀찮은게 많은 체제인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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