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 or Leave

in #kr6 years ago

지난 7월 23일, 저는 순천에 출장가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지역 주민들이 이회창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그런갑다는 생각만 했죠. 오후에 수원으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페이스북을 열어보고 나서야 돌아가신 분이 노회찬 의원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꽤나 정기적으로 포스팅을 했었는데, 거의 18일 넘게 아무런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먹먹함 때문이었습니다. 뭐 저런 양반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세상 살기를 접는 땅에서 나 따위가 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같은 자괴감 같은 것도 좀 있었구요.

어떤 분들은 이야기합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이유인데, 그런 사람의 죽음에 대해 왜 먹먹해 하냐고... 글쎄요. 제 고등학교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몇 분이라도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몇 줄 적어봅니다.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원래 평양에 만들어졌던 학교입니다. 제가 72기니까 개교 120년을 넘겼죠. 그런데 나름 명문이었던 평양 시절과는 사뭇 다른 시기를 꽤나 겪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3년 선배들 시절부터 서울대 진학률이 꽤 좋아졌었죠. 평양시절의 선배님들은 그래서 저희 앞 3년 전까지는 후배로 인정 안합니다. 반면 저희 세대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그리고 고등학교 동문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선배들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꽤 됩니다. 워낙 할아버지들이시니 몇 분 남지도 않았지만 말이죠...

노회찬 의원은 경기고 출신입니다. 비평준화 시절의 경기고라고 하면 요즘 특목고 학생들이 가지는 자부심의 10만배는 넘는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자신들을 생각하는 분들이지요. 정치적 입장이 어떠한가와는 상관없이 당선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 어렵게 사는 것을 두고 보지 않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평소에 자신이 경기고,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을 한 번도 강조한 적이 없었지만, 그의 동문들은 꽤나 챙겼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드루킹이 전달했다는 4천만원은 노회찬 의원의 고등학교 동기인 변호사를 통해 전달되었죠. 일반적인 강연료 정도로 이해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돈 대부분이 정의당 운영비로 녹았을 겁니다. 그의 삶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그가 그 4천만원을 자신의 편의를 위해 썼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거든요.

하지만 그를 추모하는 자리로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시간을 내서 서울에 가 2시간을 기다리려 조문하고 돌아온다는 것이 녹녹치 않았거든요. 그리고 처음엔 아리아 스타크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히트 리스트 참 기니까 말이죠...

그러다가 미디어 오늘의 이 기사를 봤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3848

조 콕스 의원이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리던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조 콕스가 걸었던 길에 동참하는 방법을 찾아냈지요...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하지만... 정당 가입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노회찬 의원이 걸었던 길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란 생각만 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절 괴롭혔던 것은 나서는게 맞는가란 생각이었습니다. 뭐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겁니다만... 제가 종종 악플 폭탄을 자청합니다;;; 뭐 덤덤한 척 하지만, 별의 별 욕을 아예 안 볼 수는 없다보니 후회 많이 합니다. 뭔 영광을 보겠다고 그런 수고를 하냐는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어떤 세상을 원한다면 그 세상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한국 식으로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구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된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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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을 보며, 아깝다! 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가기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어요..

그렇죠... 이런 추모 기사가 고마울 정도였습니다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8031708001&sat_menu=A071 추모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라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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