若山 金元鳳과 獨立有功者

若山 金元鳳과 獨立有功者

우리에게 백범 김구, 이봉창, 윤봉길 등의 한인애국단은 잘 알려져있지만
약산 김원봉, 김상옥, 나석주 등의 의열단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다.

오래전 영화 아나키스트에서 정작 당대 아나키스트의 대표적 인물인 약산은 나오지 않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김원봉의 등장은 금기시 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김원봉은 최근 항일운동 당시 상황을 연출한 영화를 통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영화 암살 과 밀정에서 존재만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존재로, 각각 최고의 배우였던 조승우와 이병헌의 연기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학교의 역사교육을 통해 역사인식을 키운다. 선사시대에서 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과 의의를 배우고 평가하며 역사의식을 가지게 되지만, 유독 독립운동의 역사나 현대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책에 자세하게 기술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분단국가라는 상황에 의해 독립운동가도 사상으로 분단되어있는 현실과, 상해임시정부 외에 존재했던 일원화되지 않은 수많은 단체들의 활동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싸워서 쟁취한 독립이라기 보다는 더 큰 외부적 요인에 의해 얻어진 해방이라는 점 때문도 있을 것이며, 역사를 왜곡하여야만 하는 어떤 당당하지 못한 세력들의 존재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해방 이후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스스로 알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교과서로만 공부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내가
김원봉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영화 암살을 본 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그 것은 영화 속 조승우가 연기한 인물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백범과 대등한 인물로 나왔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제일 큰 도움을 받은 것은 팟캐스트 이작가와 이박사의 이이제이였던 것 같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대접받지 못했을까하고 한탄했었다.

더불어 어제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약산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잘 나타난 뉴스 기사를 보게되어 참 씁쓸했다.

그 것은 서울시가 조성하는 '독립운동역'인 안국역에 약산의 흔적도 없다는 기사였다.
그 이유인즉슨 김원봉은 독립유공자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우리 대한민국은 약산에게 이토록 매정한가?

일제 시대에 일제가 표적으로 삼고 가장잡고 싶어했던 인물이지만, 단 한번도 체포된 적이 없던 그.

타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그토록 염원하던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왔건만,
조국이 그에게 보여준 것이
환호와 칭송이기는 커녕,
독립운동가를 고문했던 악질 친일경찰이 해방된 조국의 경찰이 된 현실이었다면...

설상가상으로 그들에게 체포되어 고문까지 당하는 치욕을 겪었다면...

이 치욕을 당하고 온 김원봉은 돌아와 삼일밤낮을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만 흘렸다고 전해진다.

그 분함을 견딜 수 있었겠는가?

해방이 되자 건국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일본군과 협상하고 치안을 유지하며 해방된 나라의 안정을 도모한 우리 민족이었지만,

이러한 우리민족의 자주의지에 대한 이해없이, 건준을 배제하고 수월한 군정을 위해 친일파였던 기존 식민지정부의 관료출신 인사들을 기용한 미군정의 몰상식함.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남한의 지도자로 이승만을 낙점한 미군정.

그리고 건준을 발족했던 여운형의 갑작스런 암살.

독립운동가였던 이승만... 외국에 서신을 보내 우리가 자주국임을 알리는 외교적 독립운동을 펼치는 외교론을 주장한 사람.

이에 단재 신채호는 총알 한 방 쏘지않고 외국에 편지나 쓴다고 독립이 되는게 아니라며 의열단을 지지했고 이승만을 비판했었다.

만주나 상해가 아닌 하와이에 살아 일제의 탄압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했기에 친일파에 관대했을까?

자신의 권력에 눈 먼 사람이었기에 역사적 판단보다 개인의 이해득실만 계산했기 때문일까?

살아 남기 위해 이승만 밑으로 집결하는 친일파와 그들을 이용해 탄탄한 세력을 얻는 이승만.
그리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한 그의 정읍선언.

자신과 같이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김일성이 장악하고 있으며, 독립운동가들에게 최고예우를 해주는 북한

사회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언제 암살당할지 모르는 남한에 있기보다는
월북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기로 결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남쪽에서 버림받고 북쪽으로 간 후 그 곳의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기에 ,

대한민국에서는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남과 북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비운의 독립운동가...

의열단원들은 독립유공자가 됐는데... 그 들의 대장은 안 된다고 한다.

누군가 그랬었다. 윤동주는 단명했기에 변절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는 월북할 기회도 박탈당했고, 우리는 그의 시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불후의 명작 향수를 남긴 정지용도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문학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먼저 순국한 의열단원들은 남쪽에서 독립유공자가 될 수는 있었지만, 월북할 기회는 박탈당한게 아닐까?

김원봉을 빼고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말할 수 있을까?

김원봉과 함께 우리 독립운동의 거두였지만 암살당한 한 사람에게는 군부독재와 손을잡은 아들과 그 아들의 유명대기업 사돈이 있었기에 그나마 그의 위대한 업적이 후대에 전해지었을지도 모르지만...

김원봉은
남한에 남은 가족은 보도연맹사건으로 인해 살해당했고, 다행히 살아남은 형제는 군부독재시절 보도연맹사건진상규명을 요구하다가 옥살이를 하고 유명을 달리했을 뿐이다.

2015년 문대통령은 약산에 대해
"최고 독립유공자 훈장과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이 말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사회주의였든 자유민주주의자였든...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선조를 두 번 죽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념을 떠나서 독립운동을 했다면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더군다나... 약산은 사회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냥 민족주의자였다.
분단이라는 현실에서 그가 독립유공자는 될 수는 없을지언정...

부디... 안국역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그려진 그의 동료들 사이에 그의 얼굴도 함께 그려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