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내일은 518이다

in #kr6 years ago

지난 4월15일부터 숭례문학당에서는 정의로운책읽기가 시작되었다. 광주5월항쟁의 기록 <죽음을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그것이다. 매일 조금씩 책을 읽고 발췌를 하고 단상을 적고 단체카톡방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50여명의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매일매일 읽어내려갔다. 완주하신 분도 아직 아직도 조금씩 진행하는 분도 있다.

그 매일매일의 단상의 기록들을 하나로 모아보았다. 내일이 바로 518이기에 오늘의 정리는 더더욱 의미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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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4~59

이날(5/16) 박관현 전남대총학생회장은 안병하 전남도경국장을 찾아갔다. 학생들도 자율적으로 질서를 지키겠으니 경찰도 학생시위를 제지하지 말고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안병하 도경국장은 흔쾌히 수락했고, 시위도 평화적으로 끝났다. 이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주에서만 시위가 있었다. 경찰들은 햇불시위과정에서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여 상당히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앞으로의 일상이 겹쳐서 먹먹하다. 광주의 시민들과 학생들 그리고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항쟁이전부터도 지역에서는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다행이다.


pp60~80

5.18의 생생한 이야기들, 일요일은 일요일이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은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력앞에서 산산조각났다. 5.18 최초희생자 청각장애자 김경철님. 그날 광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이와 어른, 학생과 시민의 구분이 없었다. 우리를 지키는 국민의 군대는 우리를 무자비하게 죽이는데 이용되었다.


pp81~108

항쟁의 1일차와 2일차 이유없는 폭력, 인간사냥, 광주의 시민들은 그들의 안전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국가에게 생명을 위협받았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그들 스스로의 생명을 위해 떨쳐일어났다. 그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 일어났다. 학생들에게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시민들로 확대되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권력과 폭력이 있었지만 광주시민에게는 이웃과 민주주의의 갈망이 있었다.


pp108~131

5월 19일 월요일 광주항쟁 이틀째 저녁 7시 광주에서는 비가 내렸다. 무자비한 공수부대원들의 폭력은 평범한 시민을 투사로 만들었다. 남한의 언론들은 침묵하였고 텔레비전에는 연속극이 흘러나왔다. 광주 현지의 군 지휘관은 군복을 입고 있는게 창피했다고 한다. 그가 지켜야 할 시민은 광주시민이었으나 그 개인의 의지는 신군부의 폭력에 무너지고 만다. 항쟁2일차 시민들은 스스로가 전사가 된다. 신군부와 공수부대가 만들어 주었다. 그들은 평범한 광주의 아버지, 형님, 동생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시민군>이 된다.


pp132~151

항쟁3일차, 광주시민들은 역사의 주체로 당당히 섰다. 그들의 조직된 힘은 국가폭력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섰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할머니, 가만 있을 수 없었던 고등학생들....시위는 대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광주시민 전체의 일이었다.폭력이 드셀수록 시민들은 더욱 더 단결된 힘으로 맞섰다.


pp152~169

항쟁3일차 가두방송, 불타는 MBC, 철수하는 공수부대, 시민들의 힘/ 자발적이고 조직된 힘이 이겼다. 어제는 자유한국당추천 방송위위원이 5.18북한군개입설을 옹호한다고 하는 뉴스를 보고 화가났다. 자신들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국방부가 하는 공식논평을 출력해서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pp170~193

5월20일 최초의 집단발포, 그 집단발포의 명령자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작은 하나하나의 장면에 숨어있는 본질을 말이다. 명령자는 전두환이다. 명령자는 대한민국국가가 아닌 권력욕에 눈이 먼 전두환인 것이다. 이날 공수부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닌 전두환의 사병이었다. 5월20일 공수가 물러난 자리에 시신2구의 모습, 광주는 슬픔의 부처님오신날인 5월21일을 맞이한다. 항쟁4일차 시민들은 더욱 더 단련되고 조직화된다. 전두환과 그의 사병에 맞서는 시민들의 투쟁은 더욱 더 가열차다. 선량한 시민을, 고등학생을, 아주머님들을, 대학생들을 투사로 만든 것은 바로 전두환인것이다. 살인마 전두환


pp194~226

21일 13시 시민들을 향한 국헌문란세력의 발포는 시작되었다. 빌딩에 배치되어 있는 저격수들, 헬기에서는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시민은 총을 들었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하여. 임신부도, 그 복중태아도, 우리의 아버지도 계엄군의 총에 이별을 한다. 양심있는 군인은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지만 전두환과 신군부 그들의 권력을 향한 광폭질주앞에서 국민, 시민은 없었다. 항쟁4일차 시민군과 계엄군으로 바뀐 시위의 양상에서 계엄군은 광주외곽으로 퇴각했다. 책을 읽어나가기가 힘들다. 결론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읽어갈것이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기억할 것이다. 오늘도 정의로운 책읽기는 계속된다.


pp227~231

늦어서 단 몇장이라도 읽고 쓴다. 소도시 화순에서 2000명이 모였다는 것이 뭉쿨하다.


pp231~258

518은 광주시민들만이 아니었다. 광주의 소식을 들은 전라남도 각 지역에서의 자발적인 시위가 이뤄졌다. 광주소식은 남도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계엄군의 발포소식은 남도의 민심을 깨웠다. 이유 모르는 죽음앞에서 사람들의 정의감은 들끊었을 것이다. 내 아버지, 어머니, 형제, 누이가 무참하게 짓밟혔을 때 광주시민, 전남도민들은 일어난 것이다. 신군부는 광주를 고립시키고 길이 막힌지 모르는 시민들은 이유없는 피를 흘려야 했다. 결과를 알고 읽는 중이라 읽어내려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 구석구석의 기록들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그날들의 기억들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다.


pp258~293

광주는 해방을 맡았다. 준비되지 않은 해방이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자율적으로 국가를 대신했다. 이와중에도 신군부는 광주에 프락치를 남겨두었다. 계엄군과의 협상은 무로 돌아갔다. 광주에 온 국무총리는 시민들을 만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그를 기다렸다. 국가, 정부의 책임자이지 않은가? 그들에게 광주시민은 불순분자와 이에 부화뇌동하는 부역자였다. 이제 시민들의 안전은 시민들 스스로가 지켜야했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국가였다.


pp293~321

15만명의 운집, 시민들은 너나할것없이 모였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불순분자들의 책동이 아니다. 내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위해서 모였다. 시민들의 에너지분출에 비해 지도부는 멈추려했다. 그 힘을 감당할 수 없음이라. 삶의 모든 순간순간이 그럴 것이다. 나아가려는 에너지와 멈추려고 하는 발걸음, 광주는 이 상호투쟁의 공간에 서 있었다.


pp322~352

5월 24일 토요일/ 항쟁 7일째비오는 토요일, 다시 10만이 광주에 모였다. 전두환은 광주시민들에게 화형당했다. 그의 화형은 푸른눈의 목격자들에게 기록되었다. 작년 개봉되었던 <택시운전사>가 묘하게 겹친다. 항쟁지도부는 모른채 진행된 <TNT폭탄의 뇌관제거>는 자치(自治)의 끝을 앞당겼다.


pp353~365

다시 일요일이다. 이번 일요일은 일주일전의 일요일이 아니었다. 폭압적인 공수부대원들의 폭력에 실음만 했던 일요일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저항으로 계엄군은 외곽으로 물러났다. 잠시동안의 평화였다. 광주의 곳곳에서 시민들과 계엄당국의 보이지 않는 투쟁이 일어났다. 대책위의 곳곳에서 무기반납을 둘러싼 투쟁이 일어났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수많은 투쟁과 투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내가 저 공간에 있었다면 나의 선택은 어떠했을까? 나의 투쟁은 어디에서 멈추었을까? 나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을까? 숙연해지는 아침이다.


pp365~373

일요일 밤..민주투쟁위원회가 출범한다. 투항파를 몰아내고 최후의 1인까지 싸우고자 하는 항쟁지도부가 출범한 것이다. 이에 앞서서 전두환과 계엄당국의 진압작전은 준비되었다. 말뿐인 최규하대통령각하는 광주에 내려왔지만 그는 허울뿐인 대통령이었다. 도청의 비극이 점점 더 다가온다. 글을 읽는 속도가 줄어든다. 20여년만에 펴 본 책의 구석구석마다 새롭다. 다시 5월이다. 5월은 광주다. 올해의 5월은 작년과는 다르다. 이 정의로운책읽기와 함께하는 5월이기에 더더욱 남다르다.


pp374~394

윤상원의 외신기자회견은 진지했다.외신기자들은 알고 있었다.물리력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그러나 순교자와 같은 윤상원의 기자회견앞에 외신기자들도 숙연해졌을 것이다. 이제 내일이다아...내일이다.TT


pp394~419

도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학생들과 어린아이들은 광주의 오늘을 기억하라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마지막 방송이 울려퍼지고 있다. 계엄군들이 쳐들어온다고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죽이러온다고 울부짖는 박영순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유투브에서 그 목소리를 찾아봐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기억해야겠다.다음장이 두렵다.


pp419/464

시민군은 준비된 패배를 했다. 알고있는 패배다. 그러나 그 희생은 엄청났다. 광주는 다시 공수와 계엄군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정신은 지금까지 계속된다. 광주에 투입된 2만명의 군인으로 광주의 혼을, 민주주의 정신을 짓밝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생명, 인권에 대한 정신은 지금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우리는 그 연장선에 서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서 이제는 삶의 시대로, 광명의 시대로 나아가자. 그것이 광주정신을 계승하는 올해 5월의 나의, 우리시대의 과제이다.


pp464~491

책은 다 읽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밑줄그었던 부분의 발췌를 이었다. 출근길 <차명숙>씨 관련 뉴스를 보다가 또 먹먹했다. 도청의 총소리는 멎었다. 하지만 광주의 아픔은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했다. 대학1학년 1993년 첫 518집회에서 연세대 정문앞에 섰다. 5월말 사수대로 연희동으로 향했다. 학살자를 처벌하라!소리높여외쳤다. 95년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번 넘어넘어 정의로운 책읽기를 통해 다시 기록을 보게되어 감사드린다. **역사는 기록과 해석으로 교훈이 계승된다는 마지막문장을 기억한다.20대의 해석과 나이가 먹어 45살의 해석의 깊이와 범위, 무게감이 달라짐을 느낀다. **내일은 다시 51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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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읽기 모임인 것 같아요.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밤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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