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과 김영란법

in #kr6 years ago

하루 앞으로 다가온 스승의 날 몇칠전부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로 많이 이슈화되고 있네요. 스승의 날과 관련해서 국민 청원도 올라오고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네요.

특히 작년부터 스승의 날 무렵에 김영란법에 관련해서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도 작년까지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대해 걱정을 했었습니다. 뇌물을 금지한다는 의미는 좋지만 그것 때문에 학생들이 서로를 고발하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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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저희반도 스승의 날과 관련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희 담임 선생님이 저희에게 평소에 굉장히 베푸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셨기 때문에 저희에게 스승의 날은 저희가 선생님께 그동안의 베품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물론 물질적이지 않게 할 수도 있었지만 뭔가 선생님께 기억에 남는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김영란법과 관련하여 스승의 날 학생이 선생님께 선물을 하면 안된다는 안내문이 학생들에게 보내졌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굴하지 않고 케이크와 선물을 샀고 편지도 써서 선생님만을 위한 작은 파티를 교실에서 열었습니다. 다른 반이 보거나 부장 선생님들이 지나가셔서 선생님께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는 했지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저희도 선생님의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큰 건 아니었지만 뭔가 보답을 하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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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스승의 날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께 고가의 선물을 하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죠. 하지만 학생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편지 하나 선생님이 받지 못하신다면 학생은 어떻게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감사함을 표할까요? 모든 것을 말로 행동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저처럼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지만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고가의 선물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이나 진심이 담긴 편지로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이 선생님께 선물하는 것을 고발하는 것... 그건 정말 씁쓸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성적 때문에 악의적으로 학생이 고발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이해를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학생도 교사를 평가하기 때문에 교사도 학생에게 선물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작년에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작년에 저희 학교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단란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 그것을 느꼈고 그 이유가 김영란법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표하는 방법으로 작은 간식과 쪽지를 함께 주는 형식을 채택했던 저희 학교로써는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시험 전에 학생들에게 간식과 쪽지로 응원을 하셨고 학생들은 스승의 날이나 선생님의 생신 등에 반학생들끼리 또는 동아리원들끼리 함께 파티를 열었습니다. 모두가 다 순수한 의도였고 그것에 참여하지 않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는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쪽지하나 작은 간식 하나에도 누가 보고 있지는 않나 이게 상대방에게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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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취지는 좋지만 스승의 날은 학생이 그동안 학생들을 위해 애써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입니다. 이런 날까지 이런 법 때문에 서로가 눈치를 보며 불편해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고가의 선물은 금지되어야 하지만 그 정도를 정확하게 명시하여 서로가 마음을 표현하는 데 불편한 상황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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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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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자가 왔길래 뭔일인가 했더니 스승의 날이 다가와서 그런거 였네요

김영란법이 좀 거시기하죠^^

맞아요~ 저희는 고등학교라서 굉장히 더 예민했었어요! 김영란법 실행 일주일 정도 전부터 학생들에게 아예 선생님들께 어떠한 선물과 편지도 줘서는 안된다고 했었거든요ㅠㅠ

정말 김영란법도 법이지만..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 마저 전달 되지 못하는게 좀 아쉽긴해요... 이렇게 연락이 오니 뭘 준비해서 보내기도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ㅠㅠ

맞아요~ 저희도 작년에 하면서 눈치 굉장히 많이 봤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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