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in #kr6 years ago

오랜만에 쓰는 밤 산책.

야행성 인간인 나는 언제나 밤에 가장 쌩쌩하네, 편의점에서 파는 뼈 없는 닭고기를 사과쥬스와 함께 마신다.

언제나 밤엔 누워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아무래도 아까운 시간을 더 죽이곤 하는데 오늘 페북에서 발견한 글은 생각을 많아지게 했다.
'복학 신청 기간'

오늘은 금요일, 어제부터 겨울 계절학기를 수강할 휴학생들의 복학 신청기간이 되어버렸다. 나도 이제 일본 생활을 접을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 그리고 언제 돌아가야하는지 고민, 복학을 하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계절 학기를 들어야하는걸까, 나는 지금까지 뭘 했지, 그래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장 이번주 안에 계절학기를 통해 복학할지 다음 정규학기를 들을지 결정해야하게된거다. 너무 급했고 나는 혼자서 선택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연락해본 엄마는 말했다
'너 나이에는 노는게 공부야, 급하게 생각할 거 없잖아, 지금 돌아오는건 상관 없는데 그냥 더 쉬다가 학기중에 수업 들어, 꼭 뭘 해야하는건 아니야 부담가지지 마'

부담을 안가질 수가 없었다

욕심 없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조금 부족해도 부족하면 부족한거지, 모자라면 모자란거지, 더 가져도 덜 가진 사람보다 행복한건 아니야 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지만 그런 부모님과 다르게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로 컸다

하고싶은게 너무 많았고, 경험해야할게 많았고, 그걸 다 하기엔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 마음이 조급했다.

성적은 성적대로 받아야겠고, 동아리활동은 더 하고싶고, 돈도 벌고싶다, 해외 봉사도 가고싶고, 대학내에서 진행하는 내가 학생일 때만 받을 수 있는 수업도 듣고싶다, 창업도 해내고싶고,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피아노도 재대로 치고싶다, 복싱도 더 하고싶고, 한국 돌아가면 태권도도 해야할 것 같다, 그림도 계속 그리고싶고, 글도 쓰고싶다, 엄마랑 아빠랑 여행도 하고싶고, 그래서 일년정도 더 쉬면서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더 쉬었다가는 내가 사랑하는 학굥의 사람들, 동기들 선배들 동아리 친구들과 점점 더 만나기 힘들어질 것 만 같다

엄마는 언제나 말했다. 너는 학고 싶은게 많아서 좋겠다고, 좋은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는게 많으면 한가지에 미치기 힘들다

미쳐보고싶다

하지만 이제는 뭐가 어찌되었던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빠르면 1달, 늦어져도 3달
또 새로운 계획을 짜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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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말씀이 정말 좋네요.현명하신 분인것 같아요. 그렇다고 열정이 넘치는 글쓴님이 잘못하고 있는건 결코 아니겠죠. 잠이 오지않는 밤, 넘치는 열정
이런것도 정말 이대로 좋아보여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분명히 남는게 있을겁니다.응원 할게요~ :)

괜히 욕심만 많은건 아닐까 걱정이네요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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