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命理)를 공부합니다

나의 운명이 사진 속 미련 곰탱이같다 느껴지던 무더운 여름 날이었다. 어떤 일을 해도 의욕이 없고 쉬이 지쳤다. 숨쉬는게 부담스러운 나날이었다. 함께 일하던 선배가 푸념을 듣고는 압구정에 용한 사주집이 있으니 한 번 가보라 권한다. 운명이 있다면 정해진 것이니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고, 운명이 없다면 어차피 알아야 할 운명이란게 없잖아. 라고 생각해오던 입장이었는데 희안하게 순순히 예약을 하고 그곳을 찾았다. 어쩌면 이 또한 운명이었는지도.

"당신은 의심이 많은 총명한 가로등이에요. 밝음보다는 어두움 속에 있어야 나의 빛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텐데 뜨거운 태양의 날들을 걸어왔네요. 이제 대운이 어두움으로 들어가니 앞으로의 인생은 좀 기대해봐도 좋을것 같군요."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여덟개의 글자를 한폭의 그림처럼 풀어주는 짧은 상담에 매료되었다. 사주 상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생님을 소개해달라 부탁했고 그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명리 공부를 시작했다.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명리 스터디 첫 날, 선생님의 첫 질문이다. 운명을 안다면 노력을 통해 바꿀 수도 있는것 아니겠냐 대답하니 허무한 답변이 돌아왔다. 당신이 이제껏 공부한 바로는, 인간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고. 명리를 배우겠다고 찾아온 수강생에게 이런 질문과 대답을 한 선생님의 사주는 훗날 알고보니 <극신강의 비견 金일간> 이었다. 끄덕끄덕. 다행스럽게도 <의심이 많은 가로등, 丁未일주>인 나는 그 날 이후 선생님과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길고 먼 여정을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