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상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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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오늘은 또 뭘 해먹냐.."

그것은 끼니 걱정이었다.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뭘 해먹을 지에 대한 걱정.. 종종 우리 남매의 입에서 튀어나오던 반찬 투정을 의식해서였을까? 그래도 날마다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는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 어머니는 끊임없이 끼니걱정을 하셨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좀 들고보니 어머니의 심정이 이제는 좀 이해가 된다.

우리 생활 속에는 일상의 니즈가 있다. 이것이 하루라도 빠지는 날에는 생활에 중대한 차질이 생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끼니가 아니던가? 아마도 어머니는 날마다 숨돌릴 틈 없이 돌아오는 밥상 차리기의 엄중함에 부담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

일상의 니즈를 채우는 일은 대개 습관적으로 하지만 마음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 그것은 완벽에 가까운 성실성을 요구한다. 어머니는 티도 안 나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이 일을 40년 넘게 하셨다. 이런 일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그 노고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식구라는 이유로 당연히 주어진 줄 알고 누리는 염치 없는 권리다.

우리 집에서는 주말에는 내가 요리를 한다. 이제 아이들은 주말만 되면 내 얼굴을 쳐다본다. 그 또랑또랑한 눈망울은 내게 말 없이 압력을 가한다.

"아빠.. 배가 고프다고요.."

난 이제 주말이면 우리 가족의 4~5 끼니 정도를 책임진다. 그러다보니 주말만 되면 내 마음 속에 자리잡는 고민 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메뉴에 대한 것이었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하던 고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이제야 어머니가 수십년간 책임졌던 끼니의 엄중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무려 40년 넘는 세월 동안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던 이 일이 어머니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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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잘쓰십니다 ㅜㅜ 정말 공감가네요 저희어머니도항상 뭐해먹냐그러셨는데
막상제가 요리를배우고 하니 나중에는 귀찮더라고요

직접 해보면 그게 얼마나 성가시고 부담스러운 일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을거 같아요. 그래서 주말만되면 아이들이 잇님을 쳐다보는군요.
맛있는음식을 만들어주어서 ㅎㅎ

처음에는 좀 버벅거렸는데 이젠 많이 늘었죠..ㅎ

정말 공감해요~!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쉽게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엄마가 여행때문에 한주만이라도 집을 비우시면 말씀해주신 식사뿐만아니라 정말 손이가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전에는 전혀모르고 지냈다는 것을 알았지 모에요.. 하하

정말 이건 겪어보지 않고는 잘 깨닫지 못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ㅎ

^_^ 뭐 먹을지? 뭐 입을지? 뭐 하지? 어디가지? 평생 끝나지 않을 고민일 것 같습니다. ㅎ

사소하지만 매일 이어지는 고민이죠..ㅎ

읽다가 뭔가 찡한 감정이 생겼는데~~
그건 저만 그런건가용???

그건 아닐 겁니다..ㅎ

사람은 경험해야만 깨닫는거 같아요ㅎ 그걸 아시니까 무척 지혜로우신거구요!ㅎㅎ

감사합니다..^^
나이를 헛먹지는 말아야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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