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님 토끼님 나의 토끼님

in #kr5 years ago (edited)

주말에 후지산이 보이는 카와구치코라는 호수근처에 친구와 갔다왔다.
우울할 때 혼자 있으면 안되서,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친구와 같이 여행을 가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솔직히 난 일본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암울함이 관광지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서 좋았다. 시끄럽지만 밝은 중국 관광객들.

후지산이 잘 보이는 산꼭대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는데 토끼가 너구리를 응징하고 있는 동상이 있었다. 카치카치야마라는 잔혹한 동화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동상이다. 동화에서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토끼가 오지랍퍼가 되어서 너구리를 응징하는 부분이다. 나도 누가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날 괴롭힌 사람들을 응징해줬으면. ㅎㅎ

2월3일은 일본에서 Setsubun이라는 입춘의 날이었다. 집에서 콩을 뿌리면서 나쁜 기운은 나가고 좋은 기운이 들어오라는 관습이 있다. 도깨비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 그리고 에호마키라는 김말이를 복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먹는다.
친구와 동경에 돌아와서 에호마키를 사서 집에 갔다. 원래 통으로 먹어야하는데 큰걸 어떻게 통으로 먹냐싶어서 잘라서 냠냠 맛있게 먹었다.

2월 5일은 새해이다. 응징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받고, 나쁜 기운은 나가고 좋은 기운이 들어오면서 내 삶도 봄처럼 화사해졌으면 좋겠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우울함, 분노, 실망감 이런 것들은 없어졌다. 친구가 안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도 그런 친구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휘청거리지 않고, 기쁜 일이 있어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감정의 요동침이 솔직히 버겹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그렇게 정했다. 잠깐 사무실에 나갔다가 그냥 내 마음이 내키는 곳에 들렸다가 평온하게 하루를 끝내고 싶다. J에 대해서는 타로카드를 뽑으면서 계속 생각해 보고 있다. 집착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나오는 카드에 따라 내 안에서 여러 스토리를 그려볼 수 있고 타로 카드에 대해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중국말처럼 언젠가는 그만두겠지 하고 마음이 내키는대로 했는데, 중국말처럼 계속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타로카드에 대한 지식도 꽤 많이 생겼다.

몇일 전 3장의 카드를 뽑았는데 꽤 강한 카드들이 나와서 뚜렷하게 기억한다. Death, Nine of Swords, Fool.
각각 카드의 의미보다 카드의 그림 속 인물과 물체들의 방향이 흥미로웠다. 마치 Death와 Nine of Swords가 Fool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J가 미워서 J가 죽었으면, 칼로 찔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런 카드를 뽑은건가?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은 절대 안하고 J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여줬는데 친구의 해석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 J안의 Fool (방황하는 영혼)이 죽는게 아닐까?

솔직히 바다 건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매일 사람들에게는 작고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 친구와 호텔에서 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라스베가스의 썸남 S (교회 청년회 리더였었는데 인스타그램에 나체에 가까운 성괴녀들 천명정도를 팔로우하던 변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친구에게 S의 얼굴을 보여주려고 그의 인스타그램에 정말 오랜만에 들어가봤다. 그런데 2천명정도 되는 팔로우가 천명정도로 줄어있었다. 들어가보니 성괴녀들의 팔로우가 다 삭제되어 있었다. 신기했다.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새해에는 내 안에서도 좋은 변화가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제 좀 눕다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사무실에 나가보려고 한다. 이렇게 내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니 마음이 평온하고 좋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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