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도전기] 친구따라 싱가폴에서 시급 11불짜리 연회장 알바하기

in #kr6 years ago

안녕하세요, @sonhaneul 입니다.
2월 말이 시험기간이라 슬슬 준비도 하고, 이번주에 피파18을 구매해 열심히 게임을 하느라 스팀잇에 자주 들어오질 못했습니다.. ㅎㅎ 그러던 와중에 금요일 밤이였던 어제, 미얀마 친구의 추천(?)을 받아 하루 빡시게 일하는 연회장 알바를 다녀와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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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복??....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총 8시간을 일하며 시간당 11불(오해하지 마세요... 싱가폴 달러임)을 받은 당일치기 연회장 알바.. 후기를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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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이 사계절 내내 따뜻한 나라이기도 하고 남들보다 튀어보이고 싶어서 두 달 전에 한국가서 탈색을 해봤습니다. 그럭저럭 적응해서 지내고 있는데 알바하기 하루 전 날, 친구가 노랑머리는 알바를 못한다고 말하네요.
들어보니 싱가폴에는 기본적으로 염색을 하면(갈색 정도는 괜찮은듯) 알바를 포함해서 일을 못한다고 합니다.

이미 며칠 전부터 가기로 약속했던 알바라 급하게 하루 전에 드럭 스토어에 가서 처음으로 17불짜리 '컬러스프레이'를 샀습니다.
그래비티용 벽에 뿌리는 마카와 비슷하게 생겨가지고 머리 전반에 원을 그리며 뿌려주면 된답니다.
집에서 거울보고 열심히 뿌리다가 아 이건 아닌가 싶어서 학교가서 친구한테 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과는 스프레이의 배분량이 잘못됐는지 뒷머리가 비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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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학교를 마치고 40분 정도를 이동해 싱가폴 다운타운 부근의 한 쇼핑몰에 도착했습니다.
이 근방에 쇼핑몰은 자주 왔다갔다 해봤지만 연회장이 있을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 일단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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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따라가다가 모퉁이를 도니 구석진 곳에서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왓츠앱(카카오톡같은거)의 알바생 단체 톡에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초대되어 있길래 '뭘 하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나'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도 저 앞에 100명은 되보이는 사람들이 줄서서 입장하고 있었습니다.

알바톡에서 드레스코드는 구두+검정양복바지로 정해놔서 아침부터 구두신고 학교가느라 힘들었는데 저기 서있는 사람들을 보니 복장도 엄청 자유롭고... 어쨋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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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포함해 처음 온 사람들은 한쪽에 모여 Singapore Ministry of Manpower(MOM)이 제공하는 일명 '알바 계약서'에 서명을 먼저 해야 했습니다. 오기 전까진 정확히 어디서, 뭘 하는지 인폼이 없었기에 이게 합법적인건 맞는지, 계약서는 쓰는지 살짝 걱정했는데, 일단 계약서를 썼으니 돈 떼일 일은 없다는거에 한시름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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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맡아야 할 구역 별로 빨강, 노랑, 파랑, 보라... 등등 색깔로 나눠져 있었는데, 저는 빨강 구역을 받았습니다.
저기 보시면 맡아야 할 사람은 VIP로 한 명당 VIP 테이블 하나를 맡는다고 보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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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내려가서 옷을 환복하구요... 사실 웨이터라길래 흰 와이셔츠에 마의입나 생각했는데 무슨 구린 인민복같은걸 줍니다.. ㅋ
맨 윗 사진처럼 환복해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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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복하고 연회가 열리는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1,2 층은 쇼핑몰인데 그 위는 오피스 혹은 연회장이나 결혼식같은 다목적으로 쓰이는 건물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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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를 따라 일일 알바생들이 모인 방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어림잡아 100명은 훌쩍 넘어보입니다.
연회장에 들어가서 안 사실이지만 테이블이 120개는 되었다는 점... 한명당 하나씩 테이블을 맡아도 최소 120명은 필요한 공간이죠. 저렇게 큰 연회장은 처음 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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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도착했을때가 4시30분경이라 알바좀 하다가 7~8시쯤에 저녁을 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오자 마자 저녁 도시락을 배부합니다. 여기서부터 생각을 했어야 했어요... 얼마나 힘들면 중간에 쉴 시간도 없어서 저녁을 먼저 주는지..
그리고 호텔이라고 들어서 밥은 맛있는걸 먹겠구나 생각했는데... 저런 초라한 도시락에 몹시 실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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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해야할 일을 숙지하고 연회장에 들어왔는데 크기에 놀랐습니다.
손님들 오시기 대략 1시간 30분 전, 기본으로 세팅은 되어있는 테이블에 물채우기, 우유채우기, 빵채우기, 까나페 서빙... 등등이 1차 미션이였습니다.
효율성을 늘리고자 팀을 나눠서 한 팀당 5명씩, 5개의 테이블을 맡아 손님이 오기 30분 전쯤 기본 테이블 세팅을 끝냈어요.
팀에는 리더가 한명씩 있어서(주로 이런 알바를 여러번 해본 사람들) 그 사람들이 뭘 할지 딱딱 알려줍니다.
그래서 대충 눈치보고 나르고 하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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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준비가 다 되니 매니져들이 테이블 옆에 서있으라고 지시합니다.
완전 웨이터처럼 손님 들어오는 입구를 향해서 바라보고 딱 서있으면 됩니다. 근데 서있는게 젤 힘들었어요. 평소에 구두도 안신는데 구두신으라그래서 그냥 걸어도 발아픈데 6시간동안 안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혹은 앞에서 누가 프레젠테이션하면 가만히 30분동안 서있어야 합니다.

손님들한테 와인, 맥주, 물같은건 바로바로 리필해주고 4가지의 코스요리가 있었는데 시간에 맞춰서 가져와야 했습니다.
테이블 5개*인원10명 해서 총 50접시가량을 배달해야 했는데, 접시 자체도 무겁고 한번에 4접시밖에 못가져와서 3명이서 4번씩 왔다갔다...
접시를 다 날랐으면 쉴 세도 없이 다먹은 접시와 잔들을 들고 갖다놔야합니다.
친구가 전 연회장 알바는 중국식이라 코스요리 9가지가 나온다고... 4가지는 껌이라는데 9가지는 어떻게 하는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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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요리 마지막이 끝날때까지 거의 5시간동안 앉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고 하다가 슬슬 마지막 공연할때쯤부터 바쁜 타이밍은 지나갔습니다. 이때쯤 되니까 발목이 완전 저리고 팔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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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쯤 되자 손님들은 다 빠지고 청소 타임이 됐습니다.
청소는 오히려 쉬웠던게 손님도 없어서 왔다갔다할때 치이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쉬엄쉬엄하는 분위기라 그나마 끝이 보였어요.
천천히 다 치우다 12시30분이 되서 한곳에 모였습니다.
12시가 넘어간 이상 대중교통은 모조리 끊겼기 때문에 매니져들이 1회용으로 택시를 타고다닐 수 있는 종이카드를 줬어요.
4명씩 비슷한 곳에 사는 사람끼리 짝지어 택시타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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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것도 힘들고 졸리고... 처음해보는 알반데 역시 돈버는게 쉽지는 않군요ㅠㅠ
심지어 알바 소개해준 애는 동갑에 여잔데 남아서 2시30분까지 하다 갔답니다. 대단하네요..
쨋든 마무리하며... 힘들긴 무진장 힘들었지만 좋고 재밌는 경험이였습니다.
다시 하라고 한다면... 안할것 같네요. 그시간에 공부나 더 하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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