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단상] "단편_ 응용인문학강의실 M201 #8" 전체에 집중할 것인가 혹은 각각에 집중할 것인가

in #kr5 years ago (edited)


응용인문학강의실 M201 #8" 전체에 집중할 것인가 혹은 각각에 집중할 것인가

이번엔 대학수업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대학생으로 졸업을 하고 졸업장을 받아서 자신의 전공에 소양을 가진 전문가가 된다는 것. 사실은 이것이 다른 과정과 다른, 어떤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걸 의미합니다. 사실 교양수업들을 제외하면, 하나의 분야에 그렇게 다양한 수업을 한 자리에서 4년이나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in서울이 무슨 평균, 혹은 평균이상을 의미하는 상식이 되었지만, 그게 어디든 한 장소에 어떤 전공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교수진으로 확보하는 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죠.

얼마전에 파리이론으로 대학과 대학원의 전공과 수준을 구분하는 개그가 나와서 상당히 재미있었는데요, 거기서 말하는 것 처럼, 파리 뒷다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에게 파리 앞다리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상당한 실례입니다. 보통 상식이상의 정보는 갖고 있겠지만, 대개 오늘날의 정보는 그만큼 세분화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건, 어떤 전공의 학위를 소지한 사람은 그 전공의 모든 것을 알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가 하나의 우물을 10년동안 팠다고 해서 자신이 파보지 않은 주변의 다른 우물에 대해서도 잘 아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 자신이 팠던 그 우물만 10년 동안 파느라 다른 우물은 아예 들여다보지 않은 경우도 많죠. 다만 그렇게 오래 한 우물을 파다보니 다른 우물은 보지 않아도 훨씬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고, 그 추측이 동일하게 반복된 패턴으로 이루어진 다른 우물의 실제 모습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드리려는 말은 바로 그런 하나만 오래도록 팠던 선생들에게 각자가 갖고 있는 우물 이이야기를 듣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비슷한 것 같아도 각자가 들려주는 하나의 사실에 대한 관찰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 선생에게 들은 정보를 또 다른 선생에게 들을 수 있는 보장은 별로 없습니다. 대개 동양식 사고는 부분들의 연결로 거대한 하나의 완성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大學이란 이름과 University는 사실 전혀 관계없는 다른 말입니다. 모든 번역어가 대체로 그렇지만, 이 두 개의 교육과정을 같은 것으로 보고 연결시킨 것일 뿐이죠. 물론 대학의 요소는 거의 사라지고 이젠 유니버시티의 방식으로 거의 운영되지만 말입니다. 말의 배경에서 드러나듯 말하자면 여러가지 소학문들의 연합이 완성된 대학을 만듭니다. 유니버시티는 똑같이 여러개의 작은 분야들과 커다란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되긴 하지만, 사실 소학문 하나하나는 굳이 모이지 않아도 유니버스, 즉 은하에서 각각의 별들과 같이 개별적인 가치가 있거든요.

물론 3학점 짜리 수업 5-6개씩 한학기에 몰아 듣기는 하지만 하나하나가 내 전공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분이라고 보기 때문에 사실 동양적 사고에서 각각의 수업이 아주 특별하고 인상적이지 않았다면, 각각의 수업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 조각들을 다 맞춰서 내가 대학에서 전공자로서 학위를 받는 과정일 뿐이죠. 그래서 아마 서양인들이 가끔 내가 학부에서 무슨 수업을 들었다라고 강조하는 걸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비록 전공자로서의 과정이긴 하지만 수업 하나하나를 실질적인 스킬획득으로 여기기 때문에 때론 어떤 분야의 기술경력에 대학에서 이수한 개별 수업을 포함시키기도 하죠.

전체의 부분으로 보느냐, 부분 하나하나를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사실 덜 중요합니다. 그 각각에 충실하냐 아니냐의 차이에 비하면 말입니다. 수업 하나가 하나의 스킬을 의미하다보니 동양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쌓인 학사학위 자체를 그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서양의 스킬은 내가 필요한 정보를 장착했느냐 아니냐로 보다보니 하나의 수업에 좀 더 충실할 수 밖에 없죠. 그 수업 자체가 다른 수업과 상관없이 독립적인 내 능력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동양은 개별과목들이 부족해도 다른 과목들로 상쇄됩니다. 즉 점수를 전체로 보느냐 개별로 보느냐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방식 중 어느쪽이 더 낫다거나 더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이 가진 장단점은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대개 동양적인 배경에서 공부하는 우리에게 서구적인 개별수업이 갖는 성취도의 장점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자면, 동양적인 방식의 단점을 대비시켜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우리 방식은 전체로 구성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달성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기본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은 무조건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중요한 인격의 잣대가 됩니다. 그리고 장점인 것 처럼 갖추어야 하는 미덕인 겸손이 있죠. 사실 겸손 혹은 겸양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좋은 문화이지만, 때론 계층간의 더 거리를 두게도 만들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를 놓치게도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무한한 배려가 감정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조장하기도 하죠. 심지어 이 겸손은 '나이제한 능력'같은 형식이어서, 연장자가 되면 연하에겐 훈계란 명분으로 처음 보는 이들에게 행패를 부리기도 합니다. 이게 꼭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빠서라기보다는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사회질서인거죠.

하나의 현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조건들이 존재하는 배경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건 우리 동양의 사고가 잘 파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실구조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과거에는 오랜동안 성공을 누려왔는지 모르겠지만요. 수업 하나를 온전한 과정으로 보고, 그 수업에 대한 개별적 이수가 의미있어지면, 내가 어떤 수업을 한학기 동안 이수했고 어떤 능력을 기능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고, 혹은 체계적인 정보를 알게 되었나를 의미하게 될겁니다. 그럼 4년이란 짧지 않은 이 과정의 학업이 졸업을 목표로 가는게 아니라 수많은 스킬을 익히고 완성시키는 개별적인 시간이 되겠죠. 그게 좀 더 일반화된다면 인구감소의 시대에 어떤 대학출신이란 큰 의미가 없어질겁니다. 좀 더 좋은 결과는 "대학을 나온 사람"같은 말도 "몇 개의 스킬을 가진 사람"이란 말로 대체될지도 모르겠군요. 정리하자면, 학위자란 몇 개의 수업을 들은 사람에게 덤으로 주는 자격같은 것이란게 서구식 방식이라는 겁니다. 자연계열은 제가 전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인문계열은 아마 빠른 시간안에 급속도로 그런 현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 하지만 결국 이런 수업들도 대학이란 한계내에 들어와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정보잖아요. 이를테면 무슨 학원을 다닌다고 이런 이수가 현실적인 자격으로 의미가 있는건 아니지 않나요? 또 실제로 이런 방식에 맞춰 내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오늘 말씀드린 요지를 잘 파악하셨어요. 사실 선진교육 시스템으로 유럽시스템을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식입니다. 문제는 운영과 동문입니다. 운영면에 있어선 사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구의 감소는 이와 관련해서 중요한데 사실 인구 감소와 증가는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전세대와 다음세대의 균형입니다. 앞에서 만든 사회시스템에서 계획한 인구비와 뒤따르는 인구의 격차가 너무 크면 작든 크든 문제가 됩니다. 그건 바로 운영과 직결되는데요. 대학의 이상적인 제도는 학생수당 배치되는 교수의 숫자거든요. 교수가 너무 적으면 더 많은 학생들을 담당해야 하고, 그것은 곧 학생이 양질의 지도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얼마나 좋은 교수를 학교에서 채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경제력과 연결된 문제이죠.

동문은 개인적으로 볼 때 곧 사회에서의 비지니스 파트너가 되기도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큰 구조에서 봤을 때는 어느쪽 대학 출신이 더 많은가에 따라 학제나 구조적인 문제도 바뀔 가능성이 높은 걸 의미합니다. 역시 미국은 큰 나라입니다. 운영에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철학이나 가치관 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입장을 선택합니다. 대학교육은 철저하게 능력만으로 판단하고 경제적 배경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겠다던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철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요? 미국은 재벌들의 기부금 문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만,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공동으로 합의를 본 지점이 바로 오늘 말씀드린 내용의 요지입니다.

명문대의 좋은 강의들을 뽑아서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오픈하자는 개념이 바로 MOOC시스템 같은 겁니다. 많은 양질의 개별적 유료 온라인 코스들과는 상대도 안되는 거대 대학브랜드들이 연합해서 수익사업도 아닌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데는 아마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멋진 형태의 상생을 보여주고 있죠. 가장 큰 특징은 무료수업과 유료이수제도로 나눴다는게 기술적으로 가장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100% 똑같은 이용혜택을 주고, 마지막에 도장받을 사람만 돈내라는 제도, 저는 아직까지 이런 시스템을 본적이 없거든요. 꼭 이 제도는 아니지만 저는 질문한 학생께 이런제도를 이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수증을 많이 모은 사람에겐 소정의 학위도 줄 수 있는 제도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분명한 건 앞으로 세계의 대학제도는 아마 이 시스템으로 변해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이 아닌 학원제도 입니다. 유럽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이 아니라 전문학원제도이거든요. 유럽의 유명한 장인들 중에는 전통있는 학원 출신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오래된 전통있는 학원들도 많고요. 진짜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죠. 물론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대학같은 고등교육으로 인정되겠죠. 사실 이런 실질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우리로 치면 소위 전문대인데, 제가 아는 전문대 출신들 자기 분야에서 일반대 출신보다 실력 좋은 사람들도 많고, 또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반대학 졸업후 전문대에 다시 입학하는 친구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건 능력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인데요. 전문대 출신이라고 하면 사회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실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우매함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은 대학의 수는 점점 늘리고 있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격을 점점 더 좁은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게 만들고 있다. 능력보다는 대학자체를 나왔느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기준은 더 적어지는 소수자를 더 차별하게 만들고, 꿈조차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꿀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며, 예능인이건 체육인이건, 혹은 전문가, 기술까지도 대학이란 하나의 문만을 통과시키려는 이 집단이기주의는 개개인들이 차별적인 시각을 내려놓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자신들은 대학생들이지만 대학자체의 문제를 놓고 보니 너무 신랄했던걸까. 왠지 수업후에 전에 없이 얼굴들이 어두워 보였다.


[수수단상] 응용인문학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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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인문학강의실 M20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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