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름에 쓰는 겨울 여행기 01 - 삿포로 눈 축제 (상)

누구와, 언제,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여행을 떠날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부산 토박이로 살아와 겨울에도 추위를 잘 몰랐던 나는
이번에는 조금 추운 나라에 가보면 어떨까, 하고 알래스카 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영어가 안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야 개인작품 촬영만 하고 놀고 있지만
여행을 갔던 당시에는 프리랜서라도 꽤나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내긴 힘들었고 당장 들어가야할 목돈이 많아서
여행비로 많은 돈을 투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홋카이도.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라는 삿포로 눈 축제가 열리는 곳이며
일본인들조차 로망이라고 표현하는 눈의 나라.

일본이면서 일본과 동떨어진 이 묘한 곳은
일본 역사에 들어온지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역사가 짧은 곳이다.

'슬로우라이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홋카이도.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이는 겉보기만큼은
쌓여있는 눈과 같이 새하얗고 포근하며 느긋한, 낭만적인 땅이다.

부산에서 2시간 30분,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거리.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시간은 비행기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했던가,
내 몸만큼 부풀어버린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삿포로로 향했다.

치토세 국제공항에서 삿포로 까지는 한시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느라 아침을 햄버거로 대충 때웠기 때문인지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 마자 나는 주린 배를 움켜쥐며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알아뒀던 나베함바그 집으로 향했다.

나베함바그 전문 음식점 북극성.

나베함바그는 말 그대로 냄비에 담겨져서 나오는
국물 있는 함바그인데 다소 생소하다.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아서 못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본 기억이 없다.

별 기대 안하는 척 하고 있었지만 사실 엄청나게 기대했다.

결과는 대성공.

사실 맛없을 수가 없는 진리의 조합으로 이뤄진 요리기 때문에
맛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기분 좋게 배도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러 오도리 공원으로 향한다.

삿포로 눈 축제는 크게 3군데로 나눌 수 있는데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눈 조각이 가장 대표적이고
스스키노 지역에서는 얼음 조각과 일루미네이션이 전시되어있고
좀 더 외곽지역인 쓰도무에서는 눈썰매장을 설치해 두고 있다.

1950년 학생들이 오도리 공원에 쌓인 눈으로
조각상을 만들어 전시한 것이 그 유래라고 하는데
지금은 한 해에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본 최대의 상업 마츠리로 까지 발전했다.

상업성이 높은 마츠리이기 때문에
오도리 공원 지하철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
즉, 접근성이 좋은 곳에는 기업 부스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기업 혹은 제품의 홍보 차원에서
눈조각상을 설치하는데 대부분 규모가 거대해서
축제 관람객들에게 더욱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파이널 판타지 13의 조각상이다.

사실 나는 제대로 플레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파이널 판타지 13이라는 이름만 익숙하고
저게 무슨 몹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양한 무대 행사 역시 열리는데
이 때 본 것은 웨딩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 같았다.

실제 결혼식이었지도 모르겠다.

이런 행사에서 무대같은 결혼식을 한다면
무척 로맨틱하긴 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한국에 있는 절인가 싶었으나
나라에 있는 절이라고 한다.

팔작지붕 형태여서 한국이거니~ 했는데...

다음에 나라에 간다면 한국 사찰과 일본 사찰의
건축 양식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