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 무너진 세계 - 13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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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살아남은 아이들 - 13

"윌슨은 네트워크가 연결 되어 있어야지만 구동하는 거야.. 포털사이트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지..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용자와 대화하는 거라.. 통신사가 없어진 지금은 작동이 안 돼."

"..뭐? 그럼 인터넷 연결 안 되면.. 그 녀석 깡통이야?"

"핸드폰이 아이언맨이냐? 당연히 통신 끊김 끝이지.."

"쳇! 김새네.. 윌슨이랑 놀면 잼 있을 것 같았는데.. "

그러더니 장윤은 누웠던 몸을 일으켜 티비 받침대 서랍 속 무언가를 찾았다.

"그럼 무전기 놀이라도 할래? 야밤에 할 짓도 없잖아..."

"잉? 그게 뭐야?"

"뭐긴 뭐야.. 가브리엘 폰이지.."

장윤이 양손에 들고 있는 것은 병만의 것과 똑 같은 가브리엘 폰이었다.
지호와 병만이 동그란 눈을 뜨고 장윤을 쳐다보자 장윤은 멋쩍은 듯 웃는다.

"오다 주웠다.. 집에 오는 길에 바닥에 널부러져 있길래.. 이젠 주인도 없는 것 같고 해서.. 이때 아니면 언제 만져나 보겠냐? 우리 집 형편으론 앞으로도 살 일 없는데.. 크크크.. 이걸로 밤새 무전 놀이나 하자~ 심심한데.. 크크크"

가볍게 웃어대는 장윤이다.
하지만 폰을 본 지호와 병만은 순간 눈이 커졌다.
장윤이야 진짜 아무생각 없이 핸드폰을 주워 놓았겠지만 서로 간에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는 친구들에게 통신수단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더군다나, 녀석은 어떻게 알고 가브리엘 폰을 두개나 주워다 놓았다.
이로써 친구들은 서로가 잠시 떨어지더라도 걱정 없게 되었다.

"장.. 장윤!! 니가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이야!"

"그래! 올해 들어 네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했다!"

"... 왜 그래? 다들.. 그렇게 심심했어? 니 네가 무전기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함박웃음을 짓는 지호와 병만을 장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째든 아이들이 좋아하니 장윤도 기분이 좋았다.

"장윤이가 폰을 주워 온 것처럼, 내일 부터는 나가서 뭐라도 찾아보자.. 어차피 먹을 것도 떨어질 테니, 이제는 밖에서 생필품 등등을 찾아 보는 게 좋겠어.. 오래 버티려면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거야.."

장윤의 폰을 보며 생각하던 지호가 두 친구에게 말했다.
연락수단도 생겼으니 훨씬 더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도 지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 했다.
그 틈틈이 뒤 늦게 폰의 중요성을 깨달은 장윤은 자기가 폰을 주워 온 공적을 여러 번 재탕하며 각인 시켰다.
두 아이들은 웃으면서도 장윤이 모지리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근데.. 병만아.. 너 왜 이렇게 땀을 흘리냐? 더워?"

초가을이라 밤공기가 더운 것도 아닌데 유독 세 사람 중 땀을 많이 흘리는 병만에게 장윤이 물었다.
병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마를 슥 닦아내고는 웃었다.
그제야 지호도 병만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다가 재빨리 어깨에 매어진 병만의 붕대를 풀어냈다.

"아니.. 너!!"

병만은 놀라는 지호를 보며 어줍잖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총알이 스친 상처는 누렇게 곪아 고름이 생기고 끈적한 진물이 꽉꽉 들어찼다.
장윤도 깜짝 놀라 폰 불빛을 환부에 비췄다.
살점 뜯긴 움푹 패인 상처가 빛 아래 더욱 선명히 들어났다.
처음부터 연고 따위로는 될 수준이 아니던 것이다.

병만은 금방 자신의 환부를 가렸다.

"난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금방 나을 테니까.."

하지만 지호와 장윤은 표정이 굳어졌다.
치료는커녕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먹을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녀석의 상처가 온전히 낫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삐질삐질 흐르는 병만의 땀은 실로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다.

지호와 장윤은 그 이후 두 말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과 두려움에 마음이 복잡한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들릴까 몰래몰래 한숨을 쉬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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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에이 씨발.. 우리 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그러게.. 다 죽으란 얘기지.. 미친놈들.."

"지휘부 새끼들.. 지네들은 구석에 처박혀 있으면서 힘없는 우리들만 뺑이 치란 거지?"

"다쿠라 상병님.. 진짜 작전 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겁니까? 무서워서 오줌 싸겠습니다..."

깜깜한 밤..
덜컹이며 달리는 수송차량 수 십대가 핵이 터진 작전 지역으로 육군들을 실어 나르는 중이었다.
이들은 일본 방위청의 명령으로 군사작전에 투입 될 요량이었다.
몇 차례 투입 된 특수 요원들이 전멸하고 파괴된 정찰 드론이 송신한 영상에는 새로운 곤충병력까지 확인 되었다.
방위청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벌레들의 잔존 병력소탕 및 거대풍뎅이의 생사 확인을 위해 다시금 칼을 빼든 것이다.

소멸되어야 할 적군의 동태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방위청은 즉시 육군의 잔존 병력들을 끌어 모았다.
그렇게 모인 육군의 각 사단들은 한 덩이가 되어 수송차량에 몸을 싣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곧 전장에 투입 될 군인으로써의 비장함이나 투지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입이 툭 튀어 나오고 여러 가지 불만만이 팽배했다.
여차하면 자신들도 순식간에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 켠을 채웠기 때문이다.
찡그려진 얼굴, 낮게 내려 쉬는 한숨..
소속은 다르더라도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상부에 대한 불신과 알 수 없는 생사로 이들은 마음이 번잡했다.

자신들의 조국이 아군의 머리위로 핵폭탄을 터뜨린 사건이 화근이 되었다.
아무리 명령에 살고 죽는 것이 군인이라지만, 이것은 군에 몸을 담고 있는 그들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어젯밤, 온 몸을 던져가며 싸우던 전우들에 대한 보답이 핵폭격이라니...
상황의 열세로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지원군을 더 투입 해 주었으면 좋았겠건만..
어쩌면 상부가 냉정하게 판단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군인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였다.
특히나 야전에서 생활하는 육군들로써는 더더욱 기가 찬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도 그들은 한 마디 대꾸도 못한 채 작전지로 투입되고 있다.
방사능으로 뒤덮인 죽음의 땅으로 말이다.

"최근에 들어온 영상 봤어? 정찰 드론이 작살내며 찍어 보낸 영상.."

"아! 통제실에 있던 녀석이 몰래 얘기해 주더라구요.. 사슴벌레 같이 생긴 녀석이 푸덕대며 날아와서는 아그작 아그작 씹어 버렸다고.."

"사마귀랑 전갈 같은 녀석들만 있다고 들었는데.. 녀석들도 이상한 병력들을 충원하고 있나 보구만."

"윽.. 너무 무서워..."

"근데 그 녀석들은 핵폭탄을 맞고도 죽지 않았단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벌레들 이야?"

"글쎄.. 벌레놈들이라 생명력이 끈질기단 건가? 그나저나 우리 보병들만 가서 끝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전차사단들이 거의 괴멸 돼버려서 어쩔 수 없긴 하다지만.."

"모르지.. 그래도 녀석들도 꽤나 타격을 입은 것 같으니까 우릴 보내는 게 아니겠어? 일단은 거대 풍뎅이 놈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이 안 된다니까.. 제길.."

"챗! 지금 그딴 거 걱정 할 때야? 그 녀석이 살았든 죽었든 우린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순간 다 죽는거라구! 방사능 피폭으로 말이야.. 지금 당장은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 평생 불치병에 시달리게 될 걸."

".. 그래도 설마.. 죽기야 하겠어? 국가에서 잘 치료해 주겠지.."

"치료?? 세상 참 편하게 사네... 나라가 이 판국인데 땅개 새끼들 방사능 치료를 잘도 해 주겠다! 육군은 버려진 거야.. 보면 모르겠어? 티슈마냥 한 번 써먹고 버리는 거라고!"

"...."

떠들던 군인들이 이내 침묵에 빠졌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확정을 해 버리니 나머지 사람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으로 달려가지만..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두고 온 가족과 애인 생각이 군인들의 머리를 스쳐가자 살고자 하는 욕망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하지만 차량은 멈출 생각도 없이 빛 하나 없는 밤길을 잘도 달려 나간다.
죽을 줄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는 레밍 새끼들 마냥 선두차량을 줄줄이 따라가는 수송 차량은 결단코 군인들을 사지로 떨구어 놓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요?"

"모르지.. 아.. 진짜 미치겠다.. 어떻게 해야 돼?!"

그러자 구석탱이에 앉아 있던 병장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탈출 하는 게 어때요? 어차피 거기가면 다 디지는 건데.. 거기 안가면 벌레한테 물릴 일도 없고, 방사능 오염 될 일도 없는 것 아닙니까?"

"뭐라고? 어떻게..? 달리는 차량에서 뛰어 내리기라도 하자는 거야?"

"..살수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요."

차량 내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차량만 탈출하면 어떻게든 사는 것 아닌가?
격전지에 도착하는 순간 무조건 죽을 목숨이라면 어떻게든 차량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이다.
군인들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어떻게 하면 무사히 뛰어 내릴 수 있을까 저마다 머리를 굴렸다.

"저 새끼는 짬밥을 똥구멍으로 쳐 먹었나.. 듣자 듣자 하니 못하는 소리가 없네.. 여기서 도망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이 나라는 어떻게 되냔 말이다? 설령 죽게 될지 몰라도 어째든 목숨 걸고 나라 지키는 게 군인이지..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다! 씨파! 겁쟁이 자식들아!"

다른 군인들의 매가리 없는 대화를 듣고만 있던 병사 하나가 돌연 버럭 호통을 쳤다.
그의 목소리가 트럭 안을 쩌렁히 울리자 이내 다른 군인들이 고개를 떨구며 숙연해 진다.
하지만 잠시 뒤...

"지랄하고 자빠졌네!"

"뭐?!!"

"국가도 신의가 있어야지!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우리 목숨을 개 똥으로 아는데! 뻔한 개죽음을 앉아서 당하자고? 나는 못해! 씨발!! 나는 못하겠다고!"

".....!"

순식간에 두 병사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달리는 차량이 아니었다면 금세 멱살을 잡았겠건만, 주행에 따른 심한 진동이 그들의 싸움을 말리는 중이었다.

  • 탕! -

갑자기 밤 공기를 가르는 단발의 총소리가 느닷없이 울렸다.
적이라도 나타난 것일까?
놀란 병사들은 좀 전의 무거운 분위기도 잊은 채 황급히 자신의 무장을 챙겼다.
후미의 차 한대가 갑작스레 갈지자로 비틀대더니 이내 도로 한 가운데로 고꾸라지는 게 보였다.
뒤 따라오던 차량은 엎어진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꼬라박았다.
차도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자 달리던 차량들이 정지하였고, 병사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린 장교들이 황급히 사고 현장으로 몰려갔다.
병사들도 발단이 궁금하지만, 일단은 자리를 지키라는 명령 때문에 차량 내에 그대로 착석해 있었다.

"이런.. 젠장.."

전복된 차량의 대부분의 병사가 사방으로 튕겨나가 죽고 말았다.
하지만 살아남은 병사에 의해 사고 원인은 순식간에 전파되었다.
싸움에 대한 두려움에 빠진 패닉병사 하나가 운전자를 향해 총을 쏘았다는 것이다.

육군 병사들의 현재 상태가 그대로 표출 된 사단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차량에 오른 병사들은 희망 없는 싸움을 두려워하고 있다.

"에이씨! 나도 못해 먹겠다!"

소식을 들은 어떤 뚱뚱한 병사 하나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자리를 이탈 하려 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장교 하나가 급하게 뛰어가 그를 막는다.
그러나 차량에서 폴짝 뛰어내린 병사는 오히려 장교 앞에 당당히 고개를 디밀었다.
그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나 지금 제대 할라요! 땅개 짓은 여기까지~!! 언더 스텐??"

"아니.. 이 새끼가 미쳤나? 제대는 무슨 제대야? 빨리 차에 안타?"

"이거 왜이래? 스즈끼 소위! 나 지금부터 민간인이야! 이제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 그리고.. 너 나보다 나이 작지? 이젠 존댓말 해라! 그간 꽤나 띠꺼웠으니까.."

"헛소리 집어 치우고 어서 차에 타! 장난 아니야!"

"나야 말로 장난 아니야! 난 겁이 많아서 백방 죽을 자리엔 못가겠다고.. 알겠어? 아무튼 난 제대 할 거니까 알아서 해~ 집엔 걸어 갈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니... 빨.리.차.에.안.타?"

스즈끼 소위는 핏발 선 눈으로 병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래서 어쩔 거냐는 병사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그러자 트러블이 난 두 사람 곁으로 소령 계급의 장교가 빠르고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권총을 병사에게 겨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두 번 말 하지 않는다. 상병! 어서 자리로 돌아가.. 너 때문에 작전이 지체되고 있다."

"...."

"전시에 명령 불복종은 사살감 이란 것을 알고 있겠지? 어서 빨리 탑승해. 시간이 없다."

차가운 총구가 관자노리에 닿자 상병의 표정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소령의 눈빛은 여차하면 쏠 기세다.
하지만 상병은 한바탕 가래를 바닥에 택 뱉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척 올려 보인다.

"씨발! 쏠테면 쏴봐! 안가! 못 간다고!!"

그리고는 “지금부로 난 제대다“를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계속 계속.. 계속 계속...

  • 탕 -

결국 상병의 머리는 구멍이 났다.
소령은 표정변화 하나 없이 시체를 치우라고 명령했다.
순식간에 시체가 도로 밖으로 던져졌다.
현장을 뻔히 목격한 군인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서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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