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복 자랑하고 싶어서 만든듯한 이상한 영화 <인랑>

in #kr6 years ago (edited)

주인공이 강화복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빛나는 건 강동원도 한효주도 정우성도 아닌 강화복이었습니다.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언맨, 로보캅 갑옷을 만든 할리우드 슈트 장인이 만든 강화복이라고 떠들어댔습니다. 실제로 영화 <인랑>에서 강화복은 하나의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그 중요도가 아주 높고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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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화복을 영화 <인랑>은 일본 애니 원작보다 더 강렬하게 만들었습니다. 원작에 없던 작은 방패와 더 세련된 연출로 강화복 액션을 원작 이상으로 담았습니다. 액션만 보면 일본 애니 원작을 뛰어 넘은 영화입니다.

문제는 액션만 뛰어넘었지 스토리와 연출, 연기 모두 원작 이하를 넘어서 최근에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완성도가 낮은 영화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김지운 감독이 180억원을 들여서 만든 영화입니다. 손익분기점이 관객 600만 명인데 300만도 겨우 채울 듯 합니다.

액션 시퀀스는 꽤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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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장면을 잘 찍는 감독 답게 액션 장면은 꽤 잘 찍었습니다. 2029년 근미래의 한국을 담은 자체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만 드론 을 이용한 총격전이나 남산 N타워 탈출 액션은 꽤 흥미롭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터미네이터 같은 강화복을 입은 특기대의 액션의 비주얼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뛰어난 액션이 가득합니다.

역시 액션 장인 김지운 감독입니다. 문제는 이 액션 말고 모든 것이 기대 이하입니다.

원작의 늑대는 사라지고 이상한 키스가 담긴 멜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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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애니 인랑은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개인의 욕망이나 삶은 사라진 외로운 늑대를 담았습니다. 고독과 음습함이 가득 피어나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지친 늑대가 울부짖습니다. 따지고 보면 애니 <인랑>을 명작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 명작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2개의 권력 기관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개싸움을 그린 그냥 그런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빨간 망토 잔혹동화를 빗대어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사는 주인공의 비극을 잘 담은 애니입니다.

그러나 이 잔혹 드라마를 한국 영화 <인랑>은 멜로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짐승남 같은 특기대 에이스 임중경(강동원 분)과 공안부와 특기대 양쪽의 미끼가 된 이윤희(한효주 분)의 이상한 로맨스가 펼쳐집니다.

이윤희의 여고생 여동생은 무장 테러리스트 집단인 섹터의 폭탄을 운반하다가 지하 수로에서 특기대 임중경과 조우하게 됩니다. 임중경이 주저하는 사이에 여고생은 자폭을 합니다. 현장에 남겨진 다이어리를 가져온 특기대 출신 공안부 한상우(김무열 분)은 특기대 임중경에게 직접 하나 뿐인 유족인 언니 이윤희에게 전해주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렇게 이윤희에게 연락을 한 임중경은 남산N타워에서 만나 다이어리를 전해줍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같이 데이트를 하더니 키스까지 합니다. 좋은 관계도 아닌 동생의 죽음에 연관이 있는 사람과 키스? 관객들은 이 이상한 키스 장면에서 웃어 버립니다.

이후 영화 <인랑>은 끝까지 멜로를 밀어 부칩니다. 이윤희라는 캐릭터의 당위를 위해서 아픈 동생을 배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임중경과 이윤희의 멜로라인은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윤희 혼자 조잘조잘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혼자 멜로 찍는 모습에 헛 웃음만 나옵니다.

차라리 두 권력 기관의 다툼에 집중하면 어땠을까 하네요

도대체 왜 싸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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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부, 특기대 이 단어는 상당히 낯선 단어입니다만 원작에 대한 오마쥬인지 그대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한국의 근 미래를 담고 있습니다. 배경이 바뀌면 호칭도 용어도 바뀌어야 합니다. 공안부가 한국으로 치면 국정원 정도가 되는 것 같고 특기대는 경찰 특공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럼 한국식으로 치환해서 소개하면 집중하기 편합니다만 공안부, 특기대로 소개하니 관객들은 저 2개의 국가 치안 단체게 왜 싸우는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뭐 기무사 대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대드는 한국이라서 이해를 할 수 있긴 요즘이지만 기본적으로 왜 두 집단이 개싸움을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공안부가 특기대를 못 마땅해서 밟으려고 하자 특기대가 인랑이라는 암살 사조직을 만들어서 복수한다는 이야기 같은데 이 이야기를 누가 좋아하고 설득 당하고 볼까요? 스토리가 전혀 재미가 없습니다. 여기에 연출도 엉망입니다. 전체적으로 액션 따로 스토리 따로 같이 보여집니다.

졸다가 총소리 들리면 깨서 보다가 다시 졸다가 총소리 들리면 깼다고 할 정도로 스토리는 정말 못났습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 비추천합니다. 아무리 액션이 화려해도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액션이 힘을 받는데 스토리가 모든 것을 망가트립니다.

미스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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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을 상남자로 그렸지만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유약함은 절대로 짐승의 향기가 날 수 없습니다. 미스 캐스팅입니다. 여기에 정우성은 너무 경직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는 정우성의 잘못이 아닌 캐릭터 설정을 이상하게 잡은 감독의 문제입니다. 한효주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별로라서 배우들이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이 영화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보지 마시길 권합니다. 정말 이 정도 밖에 못 만들까? 할 정도로 영화는 액션 빼고는 볼 게 전혀 없고 무엇보다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게 끝납니다. 멜로도 아니고 액션 영화도 아니고 사회성 짙은 이야기도 개인의 고독을 닮은 드라마도 아닙니다.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졸작입니다

김지운 감독이 이럴 줄은 몰랐네요. 아쉽고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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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니 보고싶아지네요. ^^
고맙습니다~

액션 장면만 볼만해요

우연히 레드카펫 행사에서 배우들을 봐서 영화 볼까했는데 악평이 정말 많네요 ㅎㅎ

악평이라기 보다는 영화가 나빠요. 그에 대한 평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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