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2 양폭대피소(陽瀑待避所), 천당폭포(天堂瀑布)
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2 양폭대피소(陽瀑待避所), 천당폭포(天堂瀑布)
비선대를 지나 오련폭포에 도달하기도 전에 가랑비가 소낙비로 바뀌었다. 비가 온다고 등산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가 비에 맞으면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진다. 마침 굴처럼 패인 곳이 있어 그곳에서 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때 서울에서 왔다는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처럼 희운각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뒤 내일 공룡능선을 탈 예정이라고 했다. 오기 전에 제미나이(AI)에 물어봤을 때는 희운각에서 모포도 대여해 주고 더운물도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막상 와보니 예전에 주던 모포는 간데없고 더운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만약 이때 만난 남자가 버너와 코펠을 빌려주지 않았다면 컵라면조차 못 먹을 뻔했다. AI 기술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바뀌어 가는 현장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데는 아직 시간이 걸리나 보다.
천불동계곡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인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해가 없는 풍경 사진은 콘트라스트(대비)가 부족해 밋밋하고 재미없는 결과물이 되고 만다. 몇 달 전부터 기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먼 미래에 과학이 더 발달해서 기상을 제어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질 것이다.
양폭대피소(陽瀑待避所)
양폭대피소 바로 근처에는 양폭(陽瀑, 양폭포)과 음폭(陰瀑, 음폭포)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햇빛이 잘 드는 남쪽에 있는 폭포를 '양폭', 그늘진 북쪽에 있는 폭포를 '음폭'이라 부르는데, 이 중 양폭포의 이름을 따서 '양폭대피소'라는 명칭이 붙었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천불동계곡 코스의 중간 지점(해발 약 600m)에 위치해 있으며, 1965년에 처음 지어져 오랜 기간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지난 2012년 화재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2014년에 친환경 대피소로 정식 재건축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비도 피할 겸 양폭대피소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중국에서 왔다는 30대 여성 한 분을 만났다. 한국에 한 달 동안 머무는 중인데 설악산이 좋아 찾았다고 했다. 서울 같은 도심지를 여행하는 천편일률적인 일정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비경을 자랑하는 설악산 등반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은 감동적이기도 했다.
천당폭포(天堂瀑布)
천당폭포는 천불동계곡의 사실상 마지막 폭포이자, 가장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다. '천당(天堂)'은 기독교나 불교 등에서 말하는 하늘나라의 복된 곳, 즉 '천국'을 의미한다. 속세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며 험난한 천불동계곡을 거슬러 올라온 등산객들이, 이 폭포의 아름다운 자태를 마주하면 마치 천당에 온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름다운 천당이 속세의 끝, 설악에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