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이틀 전
내일모레다. 심장 쫄린다. 잘 해낼 수 있을까? 중간에 머릿속에 플래쉬가 터지면서 갑자기 손가락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오면 어떡하지? 공연이다! 라고 생각하고 연습을 하면 갑자기 숨을 어떻게 쉬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호흡을 신경쓰게 된다. 다 긴장한 탓이다. 라고 생각하다가도, 뭔가를 앞두고 이렇게 준비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조마조마 긴장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얼마나 살아있는 생생한 느낌인가! 라며 대인배 흉내를 내보지만 동공과 손가락은 계속 떨리고..
이번에는 옛 여관에서 진행하는 행사라 공연 장소가 굉장히 좁다. 보통 벽이나 스크린에다가 영상을 크게 쏘고 한구석에서 알게모르게 피아노를 치는데, 이번에는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 하여 2층에서 바닥으로 빔을 쏘고 그 영상 안에 나와 피아노가 들어간다. 피아노 치는 나 자체가 스크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관객은 2층에서 내려다보며 영상과 연주를 한꺼번에 관람하게 된다. 당연히 나도 해 본 적 없는 방식이고, 관객도 이런 방식의 공연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작업실에서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연습 중이다.
긴장과 걱정으로 가득찰 때마다 이전 공연들의 성공적인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아 근데 잘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그때 어떻게 그렇게 어물쩡 별 실수도 없이 공연을 잘 넘겼을까. 이럴때면 공연이 끝난 후의 미래를 마치 현재처럼 그려보기도 한다 : 나는 유난을 떨었다. 뭐 그리 공연이 대수라고.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큰 실수 없이 마쳤고 박수가 쏟아졌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보러와준 친구들과 기분좋게 맥주 한 잔 하고 다시 작업실에 돌아왔다. 공연 준비하느라 꽤 난잡해진 작업실을 흘깃 바라보고는, 에이~ 내일 치우자~ 하면서 잠이 든다 - 라고. 예언이 현실이 되길.
항상 새로운 시도를 구상하시네요.. 긴장하면서도 즐기시는 듯 한데요..ㅎ
부담있는만큼 재미있는것 같아요. 예전에 그냥 그림 벽에 걸어놓는 전시 했을때는 긴장도 재미도 없었거든요.
긴장하지 말고 잘 하세요.
평소처럼 하면 좋은 연주하실 거에요.ㅋㅋ
감사합니다. 어찌어찌 잘 끝나겠죠 ^^
공연 너무 궁금해서 네이버에 ‘여관 피아노 오재형’ 검색해보았지만 만족스러운 검색 결과를 찾지 못하였읍니다. 데헷.
안유명해서 죄송합니다...ㅎㅎㅎㅎㅎㅎ 안그래도 공연때 촬영 잔뜩 했어요. 편집하는대로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