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져야 예뻐보인다, 모든 도시가 다 그렇다 : #1 중국의 베니스_수향마을 우전 / 낮, 화려한 여인의 소박한 민낯

in #kr6 years ago (edited)

고양이 이야기인 “No Cat No Life”와 함께 저의 여행기인 “사랑에 빠져야 예뻐보인다. 모든 도시가 다 그렇다” 를 써보려합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새로운 곳을 가보기도 했지만 운이 좋게 하고 있는 일이 해외 출장이 잦은 지라 그 덕분에 힘들긴 하지만 또 새로운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자연히 많아졌습니다. 

잘 알려진 유명한 도시를 갈때도 있고 전혀 우연치 않게 들어보지도 못했던 곳을 갈때도 있었지만 제가 느끼는 그 도시에 대한 감상과 여운은 그 도시가 얼마나 멋진지, 유명한지가 아니라 제가 얼마나 애정을 갖고 들여다 보려했는지, 이해하려 했는지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여행 이후에 어떤 곳은 그냥 여전히 유명한 관광지로 남지만 어떤 곳은 제가 사랑하는, 그래서 어쩌면 나의 마지막 인생의 끝자락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그 나라에 대해, 그 도시에 대해 공부를 하고 더 이해하려는 노력도 합니다.

마치 사랑에 빠지면 특별히 예쁘거나 멋지지 않아도 내겐 너무 설레이고 아름다운 대상이 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저는 여행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파리의 에펠탑이 멋져서라기 보다는 에펠탑 입구에서 만난 작은 커피 숍의 바리스타의 미소가 더 좋아서 파리를 더 설레게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새로운 도시에서 사랑할 기회를, 사랑할 꺼리를 찾으세요, 여러분의 여행이 더 설레어 질 겁니다.


그 첫글로 지난 4월 다녀온 중국 수향마을 우전(Wuzhen)의 여행기를 쓰려합니다.  총 3편으로 나누어서 우전의 낮과 밤 그리고 제가 머물렀던 우전의 NAMOO HOTEL 의 기억에 대해서 기록해 보려 합니다.  

우전은 화려한 여인이 돌아와 화장을 지운 소박한 민낯 같은 낮의 모습과 코너를 돌면 "센과 치히로"의 모든 주인공들이 그대로 튀어나올 것 만 같은 화려한 밤의 두가지 얼굴을 가진 매우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중국에 대해 조금은 혹시나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계실 수 있으실텐데 저 역시 출장 기회가 있어서 여러 번 여러 중국의 도시를 갈 기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조금은 지저분할 것 같은, 조금은 덜 친절할것 같은, 조금은 긴장을 늦추어선 안될것 같은 선입견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전은 그런 우려를 충분히 없앨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도시라 상하이 근교에 가실 기회가 있으신다면 꼭 한번 다녀오시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중국의 베니스, 아니 베니스들 , One of them, Wuzhen

 이탈리아의 베니스처럼 중국에는 여러 다른 수향마을이 있지만 규모면이나 보존 상태면이나 우전이 우월하다고 알려져있고 상하이에서 시외버스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라 특별히 숙박을 하시지 않더라도 충분히 하루 코스로 다녀올 만한 곳입니다. 

 20년도 한참 전에 유럽 배낭여행으로 베니스 역시 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남는 베니스는 굉장히 새로웠지만 유일하게 알던 영어로 된 욕을 반복하게 했던 10달러짜리 콜라와 지금은 동네 피자가게에서도 없을것 같은 맛없는 피자가 기억이 제일 강력하게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학생 시절이라 베니스 여행지의 엄청난 물가는 큰 부담이었을테고 지금처럼 맛집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은 그때는 관광객을 상대로하는 저퀄리티의 식당에서 이탈리아의 피자를 맛본 탓이겠지요.  혹시나 기회가 되어서 다시 베니스를 가게된다면 아마도 다른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제게 베니스와 우전에 대한 랭킹을 물으신다면 저는 우전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건 단순히 제 개인적인 점수이니 혹시 베니스 가시려다 이 글 보시고 목적지를 우전으로 바꾸시지는 마시길 ^^;;


우전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해가진 뒤 변신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이지만 저는 우전에서 숙박을 한 덕분에 아침 부터 밤까지 우전의 모든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이라면 어둠이 내려오면서 그 도시가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기억하실 겁니다. 정말 그 모습을 애니메이션이 아닌 현실에서 보시고 싶다면 우전을 추천해드립니다.

제가 본 우전의 낮은 밤과는 너무나 다른  마치 나이가 들어 더 화려하게 화장했던 여인의 화장을 지운 민낯처럼 소박한,  조금은 낡았지만 정겨운 모습 같았습니다. 베니스와 같은 수향마을이라 했지만 별 기대 없이 생각했던 우전은 역시 대륙의 규모에 맞게 마을이라 부르기엔 엄청난 규모의 도시였고 낡았지만 잘 정비된 곳이었습니다. 

우전에서 숙박을 한 덕에 아직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기 이전 나는 우전의 소박한 아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책마을에 들어서면서 

우전의 관광단지 서책마을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배들이 늘어서있습니다. 이 배들은 관광객들을 위한 리버크루즈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서책 내에서 거주하시는 주민들은 본인의 개인 배들이 따로 있으시더군요. 들어가는 입구부터 매우 깨끗하고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골목골목


흐르는 강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이렇게 예쁜 골목들이 있으며 그 사이사이 더 작은 골목들이 가로 세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서책 내에서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민숙들이 있어서 여기 보이는 이 집들에서 실제로 마무르실 수도 있습니다. 한면은 골목을 면해있고 (출입구이죠) 한면은 이렇게 강을 향해 있습니다.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주민들의 모임터 광장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이렇게 골목을 벗어나 수중 광장과 같이 큰 공간이 나옵니다. 옛날엔 여기에 장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다리 옆으로 이렇게 배를 타고와서 시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전뿐만 아니라 어디나 수향 마을의 거래에는 배가 필수적인것 같습니다.  이 분은 술을 파셨던 것 같습니다. 저 항아리 위에 "酒" 가 적혀있었는데 실제로 저 항아리를 사가는 관광객은 없었던것 같아서 일종의 퍼포먼스인듯 하기고 합니다.


신용문객잔 / 1992년 /임청하, 양가휘, 장만옥 주연

신용문객잔 혹은 용문객잔을 아신다면 아마도 저하고 비슷한 시대를 사셨지 않을까 싶습니다. ^^

우전 서책내에도 민숙이외에 이러한 객잔이 있습니다. 장만옥이 마치 이층에서 한바퀴 돌아 뛰어내릴것만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배 나오신 중국아저씨들만 가득하셨습니다. ㅎㅎㅎ 

중국 무협 영화를 보시면 많은 사건들이 바로 이 객잔에서 이루어집니다. 무림고수들이 소리없이 밥을 먹다 갑자기 이마에 젓가락을 꽂아버리는 그런 장면들 말이죠. 중국은 한국과 달리 나무젓가락을 쓰는데 그 정도 나무젓가락을 이마에 꽂을 정도라면 대단한 고수인듯하죠? 너무 허풍이 심하다 생각했으나 중국에 여러본 와보면서 느꼈습니다. 얘네는 못하는 게 없겠구나.

여기서 숙박하시면 아마 그 생생함을 느끼실 수 있으실 듯 합니다. 저도 다음에 다시 간다면 서책 내에서 묵어볼 예정입니다.

이 객잔은 조금은 고급으로 일반 민숙보다는 가격이 많이 높아서 1박에 25-30만원 이상은 되었던 것 같아서 아마도 조금은 재력이 있으신 중국인들이 묵으시는 것으로 스스로 결론내렸습니다. 상대적 빈곤감이 살짜기 들었던 건 어쩔수 없습니다. ^^

사람 사는 곳

몇 백년째 아직도 운영되고 있는 약국도 있고 골목 사이에 우체국도 있습니다. 물론 예전 모습 그대로 중국 영화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말입니다.  몹시나 맛있어 보이는 중국 레스토랑 (웨이팅이 너무 길어 전 포기했습니다만)도 곳곳에 있고 이렇게 이 거리와는 조금은 안 어울릿듯 하지만 그대로 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Western Style의 Bar도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물론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아침이 지나면 몰려옵니다. 중국은 어디서나 인해전술을 볼수 있습니다. 관광객의 95% 이상은 중국인으로 나머지는 소수의 동남아, 한국인, 서양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신기하게도 어디서나 있는 일본인 관광객을 거의 볼수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전망이 매우 좋은 강변에 위치한 한 찻집에서 커피(역시 저는 커피 피플인듯 합니다. 차 보다는 커피가 ^^)를 마시는데 두명의 귀여운 여자분이 제게 같이 앉아도 되겠는지를 물어봅니다. 전 그들이 아마도 중화권의 다른 나라에서 왔나보다 직감했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알아서가 아니라 "합석에 대한 기본 예의"를 갖춰서입니다.  

중국에서 매번 놀랐던 건 출장 시 혼자 밥을 먹을 경우가 많은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동행이 생깁니다.  50세 머리가 떡진 아저씨 일때도 있고 17세 어린 남학생일 때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도 제게 "같이 앉아도 될까요?"를 묻지 않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갑작스런 동행이나 그래도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으니 눈인사라도 해야지 하는 미소 띈 제 시선을 받아주시는 분은 없습니다. ㅎㅎ 첨엔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이제 저도 익숙해져서 차라리 혼밥이 아닌 동행으로 즐깁니다.

역시나 이 귀여운 두분은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나라 대만에서 오셨습니다. (시간이 되면 다음에 대만 여행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맥주 두잔과 프렌치 후라이와 케익을 시켰는데 음식이 나오자 직원에서 뭔가를 또 주문합니다. 포크를 하나 더 받아서 저에게 함께 먹자고 권합니다. 막 일어서려던 참이라 감사히 거절했지만 이런 따스함과 정겨움은 우전에서 만든 또 하나의 제 추억입니다. 

중국에서 만난 대만 다정이들과의 추억이지만 여전히 우전과 이어져서 기억되는 거지요. 

중국인의 친절, 우전인의 친절

중국인을 대상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영어는 전혀 안 통한다고 볼수 있지만 그 만큼 바디랭귀지에 적극적이고 친절합니다.  "쒜쒜" 밖에 모르는 제가 그곳에서 아무 어려움 없이 먹고 놀며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건 모두 그들의 친절과 보살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 찻집에 들어가서 "잠이 잘 오는 차" (왜 인지 전 중국에는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를 사려했을때 주변 모든 가게의 직원들이 와서 (족히 10분은 되셨을듯) 저의 바디랭귀지를 이해하며 토론하고 결국엔 "잠이 잘 오는 차"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차를 받은 분은 잠이 잘 오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

지금 생각하면 구글 번역기를 썼으면 쉬웠을텐데 그 생각을 못했네요. 그래도 그 덕분에 저는 또 우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전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어느 도시에서도 잘 보기 어려웠던 미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속지 않으려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넋 놓고 앉아서 차를 마셔도 됩니다. 

좀 속으면 또 어떻습니까? 저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10위안의 호떡을 15위안을 내고 사먹더라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전의 밤 -  우리 가오나시를 볼 수 있을까요?

자,  저는 이제 우전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려 합니다.  

애니메이션처럼 돼지로 변할까봐 우전의 간식거리를 많이 먹지도 못했습니다.  어디선가 "센과 치히로"의 모든 주인공들이 이제 본인들의 차례라 밤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들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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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따뜻하고 잘쓰셔서 꼭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한번 꼭 가볼만한 곳이예요. 저도 중국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는데요,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라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좋아지고있어요. 우전은 멋진곳이예요 !

정성이 가득한 글이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중국에 많이 다녀왔음에도, 중국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이미지를 벗겨내기가 힘든데, 다른면의 중국을 보여주셔서 아주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연재도 기대많이 하겠습니다 ~^^

사람 사는 건 다 같으니까요, 조금만 마음을 열고 보면 달리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저도 선입견이 확 가시지는 않아서 조금은 긴장하고 불친절하리라 기대하고 깨끗하지 못할거라 확신합니다. ㅎㅎ

우전. 너무 멋진 곳이네요. 골목길을 거닐어 보고 싶어집니다. :)

네, 중국이란 선입견에 가려지기는 너무 멋진 곳입니다. 우전의 밤을 보시면 바로 항공권 끊으실지도 몰라요 ㅎㅎㅎ 다음편은 우전의 밤입니다. 그때도 들러서 봐주세요

앗! TIP 이라는 것도 있나요? 감사합니다 !! 더 열심히 좋은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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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마을을 여행하고 오셨네요..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네, 상하이에서 멀지 않으니 꼭 한번 가보세요. 중국이 웅장한 자연도 멋지지만 이렇게 아기자기한 맛도 있더라구요. 우전의 밤도 기대해주세요

좋은글인데...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홍보해

감사합니다. @travelwalker 님, 힘내서 2편, 3편도 잘 쓸수 있도록 할께요.

@tripntravel님 안녕하세요. 개수습 입니다. @travelwalker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개수습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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